치석이 잘 생기는 고양이래요… 앞으로 집사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요?

2025. 4.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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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안녕하세요.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이자 ‘24시간 고양이 육아대백과’의 저자 김효진 수의사입니다. 오늘은 치석이 생기기 쉬운 고양이라는 말에 걱정이 되신 집사님이 사연을 보내주셨네요. 비단 사연자님의 경우뿐 아니라 고양이는 구강 질환이 많은 동물이라서 집사님들이 고양이 치아 관리에 관심이 많으신데요. 오늘은 어떤 경우에 치석이 잘 생기는지, 또 고양이의 치아 관리는 어떻게 해주면 좋을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고양이는 사람에 비해 충치가 잘 생기는 편은 아닌데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사람처럼 편평한 치아와 달리 치아의 형태가 뾰족하고, 치아 사이의 간격이 넓어 충치 발생 억제에 유리한 해부학적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섭취하는 음식 역시 사람에 비해 탄수화물이 적게 함유되어 있고, 침의 산도 역시 사람에 비해 알칼리성을 띠기 때문에 충치 발생 억지에 유리하죠.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구조가 치석 발생까지 막지는 못하는데요. 그렇다면 어떤 고양이에게 치석이 더 잘 생길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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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존재하는 음식물 찌꺼기, 세균 등에 의해 구강 내 치태(플라크)가 형성되는데요. 이 플라크에 타액 내의 무기질이 침착되면 치석이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음식물 찌꺼기가 끼기 쉬운 해부학적 구조를 가진 경우에 치석이 잘 발생할 수 있는데요. 이런 해부학적 구조 중 가장 흔한 것으로 부정 교합과 같은 치열 이상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마 사연자님의 고양이도 육안 검사만으로 ‘치석이 생기기 쉽다’라는 이야기를 들으셨다면,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비단 사연자님의 고양이뿐 아니라 페르시안, 브리티시 숏헤어와 같이 얼굴이 납작한 고양이들은 치열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단 두 종 고양이들에서 치석이 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치석 발생에는 타액에 포함된 무기질 성분 등이 큰 역할을 하게 되는데요. 사람의 경우 침 속 칼슘이나 인 성분이 주로 플라크에 침착되는 데에 비해, 고양이의 경우 수산화 인회석(Hydroxyapatite)이 치석의 주요한 무기질 성분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치석의 발생에 타액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침샘 위치 부근에 치석이 좀 더 발생하기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사람에서는 침의 농도와 관련해서 치석 발생의 유전적 소인도 연구된 바 있는데요. 즉, 좀 더 점도가 높은 침을 생성하는 유전적 소인을 가진 사람이 치석이 더 발생하는 경향을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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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처럼 침의 농도가 진할수록 치석이 발생하기 쉽기 때문에 물을 많이 마셔서 침을 희석해 주는 것은 치석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을 덜 마시는 고양이 역시 치석 발생의 위험도가 올라갈 수 있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에서 치석이 사람보다 많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양치질을 잘 하지 않는 겁니다. 플라크는 양치질로 제거될 수 있지만, 24시간 이상 경과하게 되면 이 중 절반 이상은 치석으로 변하기 때문에 매일 양치를 해 주는 것이 치석 예방에 가장 좋은 방법이 됩니다. 이미 치석으로 변한 경우에는 제품이나 양치질로는 제거될 수 없고, 오로지 물리적인 방법, 즉, 치아 스케일링을 통해서만 제거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매일 양치질을 시켜주는 것은 고양이의 치아 건강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데요. 안타깝게도 고양이에게 양치를 시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이제 본격적으로 고양이에게 양치를 시키는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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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고양이 양치 첫 단계로 ‘습관화(Habituation)’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호자분들께 늘 설명을 드리곤 하는데요. 습관화란 어떤 사물이나 환경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은 동물이기 때문에 양치를 시작하기 전에 칫솔이나 치약에 충분히 습관화를 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준비가 안 된 고양이에게 새로 사 온 칫솔의 포장을 뜯고 치약을 발라서 입안에 넣게 되면, 고양이는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무서운 경험으로 생각하고 이후 극도로 기피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단순히 치약, 칫솔을 고양이가 생활하는 환경에 노출하는 것만으로 양치 교육을 시작하는 것도 좋습니다. 고양이가 냄새를 맡거나 관심을 가지면 칭찬해 주거나 사료로 포상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고양이가 어느 정도 칫솔이나 치약의 외양에 익숙해졌다면 다음 단계로는 치약을 조금 짜서 고양이가 냄새를 맡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대부분의 고양이 치약은 닭고기와 같이 고양이가 좋아하는 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도 익숙해졌다면 다음으로는 고양이 입이나 코에 치약을 살짝 발라서 맛보게 해줍니다. 이런 과정까지도 고양이가 잘 따라와 줬다면 다음으로는 손가락 칫솔이나 거즈에 치약을 살짝 묻힌 상태로 가볍게 고양이 치아를 닦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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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는 처음부터 무리하게 전체 치아를 구석구석 잘 닦으려 하기보다는 고양이가 감내할 수 있는 정도로만 시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고양이의 입술 위, 눈 아래 부위에는 권골샘이라는 페로몬 분비샘이 있는데, 고양이는 대부분 이 부분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쓰다듬어 주거나 가볍게 입술을 들어 올리면서 치아 외측을 닦아주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또 처음에는 치아의 안쪽 면보다는 바깥쪽 면 만을 목표로 해서 양치질 교육을 시작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다행히 고양이의 경우 혀가 움직이는 안쪽(혀 측면) 치아가 바깥쪽(볼 측면) 치아에 비해 치석이 덜 발생하기 때문에 양치질이 정 힘든 경우에는 바깥쪽 치아만을 양치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양치 교육 중에는 양치를 끝낸 직후에 구강용 간식이나 건사료 알갱이와 같은 것으로 바로 포상해 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포인트는 고양이가 감내할 수 있는 정도로 교육을 마친 뒤 포상함으로써 고양이가 양치를 인내할 수 있도록 가르쳐 주는 것입니다. 고양이가 일정 단계의 양치에 충분히 익숙해지면 이후에는 조금씩 시간을 늘려나가거나, 칫솔로 바꾸어 교육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24시 고양이 육아대백과', 저자 제공

칫솔을 이용하는 경우에도 칫솔을 충분히 습관화시켜 준 이후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칫솔을 얼굴 근처에 들이대는 것을 싫어하는 고양이들이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칫솔을 손에 들고 손등으로 권골샘을 쓰다듬는 것을 며칠간 반복하면서 포상한 뒤에 천천히 칫솔질을 시작하는 것도 요령입니다. 이 모든 단계를 하루, 이틀에 완성하려고 해서는 안 되고 길게는 1,2달 이상의 기간을 잡고 교육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만약 우리 고양이가 겁이 많아서 이런 방법으로도 도저히 양치 교육을 시킬 수 없는 경우라면, 치석 발생을 억지해 주는 제품을 사용하거나 치약을 먹이듯이 적용하는 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 치약의 경우 일반적으로 효소제이기 때문에 바르거나 먹이는 것만으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칫솔을 이용해서 브러쉬질을 하는 것에 비해서 효과는 많이 제한적이긴 합니다. 단단한 음식 역시 플라크 제거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건식을 병행하는 것 역시 치아 건강에는 유리할 수 있고요. 동시에 물을 많이 마시도록 하는 것 역시 앞서 설명한 대로 침의 농도를 묽게 해주어서 치석 발생을 억지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오늘은 집사님들의 최대 관심 중의 하나인 고양이 구강 관리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저도 진료실에 보호자분들과 정말 많이 상담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오늘의 팁들을 이용해서 집사님이 고양이 양치 교육에 성공하셔서 건치 고양이가 되기를 기원하며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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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24시 센트럴 동물메디컬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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