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특별법, 피해지역 ‘개선형 복구’ 도울까

양석훈 기자 2025. 4. 2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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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지 집적화·뉴타운 조성 등
회복 넘어 혁신·재창조 목소리
재건 위한 법정 정책사업 부족
상향식 공간계획 추진 어려워
주민의사 반영할 체계 보강해야
지난달 발생한 대형 산불로 잿더미가 돼버린 경북 의성군 단촌면의 한 농촌마을. 지역과 정치권에선 피해지역을 산불 이전 상태로 복구할 게 아니라 계획입지를 통해 잘 정돈된 농촌마을로 재탄생시키자는 의견이 나온다. 의성=김병진 기자

산불로 잿더미가 된 마을은 어떻게 재탄생할까. 고령의 주민들이 모여 사는 주거 단지에는 의료·복지 서비스가 편리하게 제공되고, 한편에선 청년농들이 공동 경작하는 농지가 집적화된 마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산불 피해 마을을 원래대로 복구하지 말고 미래 지향적으로 재창조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문제는 주민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는 ‘개선형 복구’가 현행 제도와 행정체계 안에선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북도에 따르면 3월 하순 발생한 산불로 5개 시·군에서 주택 4457채가 불에 탔고 이재민은 3501명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마을이 송두리째 사라져 맨바닥에서 재건을 시작해야 하는 곳이 부지기수다.

이들 지역에선 폐허를 미래 공간으로 탈바꿈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원상복구를 넘어선 선진형 개선 복구로 (경북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자”고 연일 목소리를 높인다. 경북도는 최근 피해지역의 미래를 완전히 재창조하겠다면서 2조원 규모의 ‘경제산업 재창조 프로젝트’ 구상을 내놨다.

주민 삶터인 마을도 이같이 재건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박용선 경북도의원은 최근 “마을을 과거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게 아니라 정주 여건을 혁신하고 농업구조를 대전환하자”면서 ‘경북형 재건 뉴딜 정책’을 제안했다. 난개발과 저개발이 혼재된 과거 대신, 계획하에 각종 입지가 잘 정돈된 농촌마을로 재탄생시키자는 아이디어다.

전문가들도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협동조합 소장은 “이참에 적정 행정리의 규모와 구획을 새로 짜고 농지를 집적화해 조성하는 한편 고령주민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주거와 복지가 결합된 뉴타운을 건설하는 방안을 고민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문제는 마을 재건을 위한 법정 정책사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최근 영덕군은 피해 어촌의 복구를 위해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과 ‘어촌신활력증진사업’ 등에 대상지로 선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읍·면 소재지에 사회간접자본(SOC)을 조성하는 게 주된 내용이라 마을의 전체적인 복구와는 거리가 있다. 군 관계자는 “사업에 선정돼도 서비스 시설과 항만 등을 신축·정비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 의사가 마을 재건에 반영되기 어려운 점은 더 큰 문제다. 이번 산불로 심각한 피해를 본 의성군 단촌면에서 주민자치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유정규 행복의성지원센터장은 “자치회 중심으로 단촌면 재난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는데, 여기서 나온 얘기가 시·군 시책에 반영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느낀다”면서 “재난대책위가 걷은 성금을 쓰는 것마저도 군 방침에 따라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구 소장은 “상향식 농촌공간 재구조화를 위해 ‘농촌공간계획’이 지난해 도입됐지만 기본 단위인 ‘농촌재생활성화지역’은 5∼6개 면을 묶은 너무 큰 개념이어서 계획 수립 때 마을 단위 의견이 반영되기 어렵고, 같이 도입된 ‘주민협정’은 농촌특화지구의 지정·관리에만 의견을 낼 수 있어 반대로 범위가 너무 작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을 단위가 어렵다면 최소한 면 단위에서 마을 구상을 짜고, 이런 구상이 마을 재건에 반영되는 형태의 새로운 사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대를 걸 만한 건 거대 양당이 내놓은 특별법이다.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이 최근 발의한 ‘2025년 경북·경남·울산 초대형산불 피해보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엔 공동주택 단지 조성과 지역경제 회복 등에 국가 등이 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국고보조 특례 규정을 담았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경북 의성·청송·영덕·울진)이 발의한 ‘대형산불 피해복구 및 지역재건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은 단순 복구를 넘어서 개선형 복구를 지향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제정안은 기존 법정 정책사업을 피해지역에 우선 지원하고, 복합기능 집적지구 조성 및 지속가능한 지역 재건을 지원하도록 했다.

다만 특별법에도 주민 의사가 반영되는 체계는 보강되지 않아 자칫 도나 시·군 주도의 생활권 중심지 위주 재건이 이뤄지진 않을지 우려가 나온다. 유 센터장은 “특별법 제정은 속도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주민 의사가 반영된 마을 재건 체계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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