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폭행 불거졌는데…국힘 '언론 탄압' 외면한 언론사들
권성동 원내대표, 뉴스타파 기자 취재에 물리력 행사하며 겁박 파문
"일제히 비판 나와야 개선…침묵하는 언론 있으니 '해프닝'처럼 넘어가"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배출한 국민의힘에서 언론 탄압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현직 원내대표의 기자 폭행 논란까지 불거졌지만, 최근 수신료 통합징수법 통과를 계기로 '수신료 가치 증명'을 약속한 KBS를 비롯해 기성 매체 대다수가 국민의힘의 언론관 문제를 제대로 비판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에 참석한 뒤 본인에게 질문하는 뉴스타파 여성 기자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며 그를 끌어냈고, 해당 매체를 “지라시”라 칭했다. 뉴스타파가 이 영상을 공개하자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은 “(기자가) 신체적 위협이자 강압적 접근”을 했다며 “취재 목적과 무관한 장소에서 특정 인물을 무단 촬영한 것은 국회 출입 규정 및 현행법 위반 소지도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 주장했다. 이후 뉴스타파는 17일 권 원내대표를 체포치상, 폭행, 상해 및 뉴스타파에 대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나경원·홍준표 등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들도 최근 비판적 질문에 답하지 않거나, 뉴스타파 기자의 소속만 듣고 답변을 거부한 바 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현업인들이 속한 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들이 국민의힘의 '입틀막' 행태를 연이어 비판했다. 그러나 실제 보도 양상을 보면 지상파 3사로 대표되는 KBS·MBC·SBS 가운데 MBC 만이 메인 뉴스프로그램에서 국민의힘 언론관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MBC '뉴스데스크'는 17일 <권성동, 기자 팔목 잡고 “이리 오세요”..“왜곡된 언론관” 질타> <언론사 이름 대며 갈라치고 무시하고...윤 정권 '입틀막' 근성 못 버려> 등 2개 리포트로 이번 사안을 다뤘다. 18일에는 대선 관련 정치권 이야기를 전하는 기자 출연 코너에서 스스로 '언론 프렌들리'라 주장한 홍준표 후보는 사실상 '선택적 프렌들리'로 표현할 수 있고, 권 원내대표 대응도 “지나치지 않나 싶다”고 짚었다.
SBS '8뉴스'의 경우 17일 대선 뒷 이야기를 키워드별로 다루는 기자 출연 코너(대선네컷) <숏폼으로 짧고 굵게? “정책보다 이미지 선거”>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의 신경전, 홍보 전략 등에 이어 권 원내대표의 '기자 폭행 논란'을 다뤘다. 권 원내대표 폭행 논란에 대해선 뉴스타파 측과 권 원내대표 측 입장을 같은 비중으로 전했다.
KBS '뉴스9'는 현재까지 권 원내대표 등 언론관 문제를 단 한 건도 다루지 않았다.
신문사 중에서도 다수가 국민의힘 언론관 문제에 침묵했다. 지난 16일~22일(오후 7시 기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권성동' '뉴스타파' 보도를 한 곳을 보면, 12개 전국단위 일간지 중에서 절반 수준인 6개(경향신문·서울신문·세계일보·아시아투데이·한겨레·한국일보)에 그쳤다. 국민일보·내일신문·동아일보·문화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는 관련 보도를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언론관 문제를 가장 적극 보도한 한겨레는 20일(지면 21일) 사설 <기자 폭행하고 되레 고소한다는 권성동, 당장 사퇴하라>에서, 권 원내대표가 “나도 (뉴스타파에) 고소장 낼 거”라 말한 일을 두고 “반성을 모르는 파렴치함까지 파면당한 윤 전 대통령과 판박이처럼 닮았다. 권 원내대표는 당직만이 아니라 의원직을 유지할 자격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18일 한겨레 <권성동 '여성기자 향한 폭력'이 “더 끔찍하고 위험”한 까닭> 기사는 권 원내대표가 여성 기자에 대한 폭력을 저질렀다는 점을 짚었다.
경향신문도 관련 보도를 이어간 가운데 20일 논설위원 연재 코너 <[여적] 홍준표·권성동의 '입틀막'>에서 “기자는 시민들을 대신해 묻고 또 묻는 직업인 줄 모르는 것인가. 비판 언론을 옥죄고 입틀막하다 윤석열은 몰락했다”며 “불통과 독선의 시작은 언론을 적대시하는 데서 출발한다. 국민의힘은 뉴스타파와 전 언론에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언론관 문제에 대한 국민의힘 정치인들 대응은 점입가경이다. 17일 홍준표 후보는 “질문을 거부할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18일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당에 불리한 보도가 이어지면 “특정 언론사에 대해서는 비상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같은날 MBC 라디오(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권 원내대표 폭행 논란을 “해프닝”으로 축소했다.
이를 두고 변진경 시사인 편집국장은 21일 <질문 거부할 자유를 드립니다[편집국장의 편지]>에서 “솔직히 꽃단장 하고 나와 2025 대선 비전 같은 걸 발표하는 그들에게 동등하게 '대선후보'니 '공당 대표'니 대우를 해주는 데 심각한 회의감이 들던 참”이라며 “기자의 불편한 질문을 회피하고 거부하고 막아서고 무력까지 휘두르는 자들은 공인의 자격이 없다. 대권을 꿈꾸면 안 된다. 정치를 하면 안 된다. 그래야 정의롭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 비판적 언론을 '적대적'으로 규정하고 특정 매체 취재에 응하지 않거나 겁박하는 태도는 윤석열 정권 '입틀막' 문제의 연장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언론 현업단체가 이를 강하게 비판했음에도 다수 매체가 이를 적극 보도하지 않는 현실 또한 반복되고 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22일 “언론인의 안전이나 언론 자유 문제에 관해서는 진영이나 논조와 무관하게 보수, 진보 가리지 않고 일제히 비판 보도가 나와야 개선이 되고 또 반성도 하는 것”이라며 “침묵하는 언론이 있으니 이렇게 뭉개고 마치 '해프닝'이 일어난 것처럼 넘어가는 게 가능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당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언제든지 그런 위험에 처할 수 있는데 (출입기자들 차원의 사과·재발방지 요구 등이) 안 나오는 게 안타깝다”며 “국회 차원에서도 대응이 있어야 된다. 국회가 제일 안전해야 할 취재 현장인데, 그런 곳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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