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자 만나고 부활절 미사 참석까지... 숨 가빴던 교황의 마지막 순간들
부활절 앞두고 대중과 만나
재소자 발 못 씻겨줘 미안해
美 부통령에 계란 3개 선물
21일(현지시간)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달간 건강 회복에 전념하라는 의사의 말을 뒤로하고 숨을 거두기 전날까지 대중과 함께했다. 전날 바티칸의 성베드로 광장에서 진행된 부활절 미사에 참석한 교황을 본 대중들은 교황이 마지막 인사를 하는 느낌이었다며 숙연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올해 초 심한 폐렴으로 5주 넘게 입원 치료를 받고 지난달 23일 퇴원했다. 퇴원 당시 의료진들은 두 달 이상 요양하며 휴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교황은 퇴원한 지 2주 만인 지난 6일 성베드로 광장에 등장해 퇴원 후 첫 공식 석상에 섰다. 이후 로마를 찾은 영국 찰스3세 국왕 부부를 비공개로 만나고 성베드로 대성전을 깜짝 방문하는 등 외부 일정을 소화했다.
부활절이 다가올수록 교황은 분주해졌다. 종려 주일(부활절 직전 일요일)인 지난 13일에도 교황은 성베드로 광장에 모인 2만여 명 군중 앞에 섰다. 지난 17일에는 매년 해왔던 것처럼 로마 레비나 코엘리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와 직원들을 만났다. 평소 교황은 예수가 죽기 전 제자들의 발을 씻어줬던 것처럼 직접 재소자들의 발을 씻어줬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한다며 미안해했다. 대신 교황은 그들에게 묵주와 복음서를 선물했다. 그러면서 "발을 씻어주지는 못하지만 여러분 곁에 있는 것은 여전히 할 수 있고, 그러고 싶다"고 말했다.
부활절 당일 오전 교황은 휠체어에 앉아 바티칸 숙소인 산타 마르타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을 만나 비공개 면담을 했다. 이는 교황 생전 마지막 외교적 만남이었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과 그의 세 자녀를 위해 부활절 초콜릿 계란 세 개와 바티칸 기념 넥타이, 묵주 등을 선물했다.
이후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부활절 미사에 참석했다. 교황은 신도들 앞에서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전 세계에)를 연설하며 전 세계에 축복을 전했다. 교황은 육성으로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행복한 부활절을 기원한다"고 말했고, 이는 그가 생전 대중 앞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 됐다.
이후 메시지는 교황청 소속 디에고 라벨리 대주교가 대독했다. 라벨리 대주교는 교황의 연설문을 대독하며 틈틈이 옆에 앉아 있는 교황을 걱정하는 얼굴로 쳐다보는 모습이 포착됐다. 교황은 대독문을 통해 "하느님의 눈에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어머니 뱃속에 있는 아이, 노인이나 병든 사람처럼 점점 더 많은 나라에서 버려져야 할 사람으로 여겨지는 생명도 마찬가지"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전 세계의 분쟁을 언급하며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니 우리와 가깝지 않거나 관습이나 삶의 방식, 사상이 다른 이들에게도 신뢰와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사가 끝나자 교황은 차량을 타고 광장을 돌며 대중에게 인사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교황이 차량에 타기 전 보좌관이 그의 목뒤를 마사지해주는 모습도 포착돼, 그가 당시 호흡 곤란을 호소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광장에 있던 로마 시민 마우로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광장의 군중들도 교황의 모습을 보며 이번이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보통 모두가 '교황 만세'를 외치는데 이번엔 평소보다 훨씬 조용했다"며 "그가 겪는 고통에 대한 존경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로마 시민 알베르토는 "그는 우리를 축복해줬지만 그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다"면서 "마지막 작별 인사를 우리에게 해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교황이 '이스터 먼데이'(부활절 이튿날 월요일)에 선종한 사실도 울림을 준다. 미국 CNN은 "교회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교황의 선종은 매우 충격적이면서 알맞아 보이기도 한다"며 "부활절의 메시지가 죽음과 새 생명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수미 인턴 기자 ksm030530@ewhai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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