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트럼프 취임 100일도 안됐는데… `탈 미국·셀 USA` 가속

김남석 2025. 4. 22. 1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세정책후 경기침체 등 불안
달러·주식·국채 '트리플 약세'
외국인, 美주식 등 상당액 보유
당장 미국 대체할 시장도 없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자가 지난 2017년 11월 2일(현지시간) 자신을 선택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소감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연합

견고해 보였던 미국의 '금융 패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도 지나지 않아 흔들리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관세정책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상황 변화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및 인플레이션 우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압박 행보 등으로 시장 불안이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 하락과 미국 국채 금리 상승, 달러화 약세 등 '탈 아메리카'·'셀 USA'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엔화와 금값 등으로의 자금 움직임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채권시장에서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4.4090%에 형성돼 있다. 이달 초 3.999%까지 내렸던 채권금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발표 이후 매도 물량이 늘어나며 20여일 만에 50bp(1bp=0.01%포인트) 뛰었다.

미국 국채 10년물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미 대선 직후 미국의 패권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며 '트럼프 트레이드' 등으로 자금이 집중됐던 미국 자산에서 오히려 글로벌 투자자들이 이탈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채와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도 약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올해 초 110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급격하게 하락하며 98까지 내려왔다.

투자은행 바클리의 전략가들은 달러 가치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제롬 파월 연준의장의 해임 가능성이 여전히 낮다고 보지만, 연준 독립성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는 만큼 달러 리스크가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다"고 봤다.

관세정책 발표 시점을 시작으로 뉴욕증시 약세도 본격화했다. 나스닥종합지수는 최근 한 달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10% 이상 떨어졌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도 각각 9.09%, 8.99% 하락했다.

이날도 미국 정부의 지지부진한 관세 협상과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을 향한 금리인하 압박이 이어지며 세 지수가 모두 2% 안팎의 약세를 보였다.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에서 모두 자금 이탈이 나타나자 일각에서는 '셀 USA'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2년여간 미국에 집중됐던 투자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 자산운용의 데이비드 켈리 수석 전략가는 "고도의 보호주의적 정책으로의 갑작스러운 전환에 따른 미국의 평판 손상을 생각해보라"면서 "미국 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은 미국 자산에 대한 지불 용의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폴로 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들이 미국 주식 19조달러(약 2경7000조원), 미 국채 7조달러(약 1조원), 미 회사채 5조달러(약 7000조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전체 시장의 20~30%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의 이탈이 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 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의 향후 행방에 대해서는 분석이 엇갈렸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금값 급등과 엔화 강세, 유로화 등이 미국 자산 약세와 자금 이동을 보여주는 지표가 될 수 있지만, 이들 시장이 미국 시장을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날 온스당 3400달러를 처음 넘어섰던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이날 3500달러도 넘어서며 3509달러로 최고가를 새로 썼다. 엔·달러 환율도 엔화 강세와 달러 약세가 더해지며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인 139엔까지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다만 미 국채 시장 규모가 29조달러에 달하고, 달러는 외환 거래의 90%가 각국 중앙은행 외환보유고 60% 가량을 점하고 있는 만큼 단기간에 대체 시장을 찾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달러 약세와 함께 유로화와 독일 국채, 엔화, 비트코인 강세 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지만 각 시장의 시가총액을 고려해보면 미국에서 빠져나온 자금을 모두 흡수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엔화 역시 달러와 상관관계가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강세를 보일수록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커지는 만큼 일본 중앙은행의 결정에 따라 영향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형연·김남석기자 kn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