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협의도 없이…” 거제시 2000억 상생기금 일방 추진에 조선업계 ‘난색’
변 시장, 5년간 500억 출연 요청
“경기 불확실성 속 확답 어려워”

4·2 재보궐 선거 압승으로 3년 만에 시정에 복귀한 변광용 거제시장이 핵심 공약 사업을 둘러싼 정쟁으로 시작부터 살얼음판이다. 앞선 ‘전 시민 20만 원 민생회복지원금’에 이어 ‘2000억 원 규모 지역상생발전기금’도 공방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복되는 논쟁에 가뜩이나 빠듯한 임기를 헛심만 쓰다 허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핵심은 상생발전기금이다. 이 기금은 변 시장이 지난 재선거 때 공언한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거제시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3자가 향후 5년간 매년 100억 원씩 출연하는 방식으로 최대 2000억 원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조성된 기금은 △중소상공인 지원 △지역 특화 개발 △기업 환경 개선·지속 성장 강화 △내국인 고용 인센티브 △지역 출신 정규직 채용 △노동자 실질임금 향상 등에 투입한다. 이를 통해 지역과 기업, 노동자 상생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에 앞서 지난 18일 삼성중공업을 방문했던 변 시장은 최성안 대표이사에게도 같은 의제를 던지며 전향적인 협력을 당부했었다. 하지만 양쪽 경영진 모두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전 교감이 충분하지 않았던 탓이다.

거제시는 변 시장 취임 이후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기업 간 온도차는 여전하다. 설상가상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삼성중공업 노동자로 제8대 거제시의원을 지낸 이인태 씨는 언론 기고를 통해 “지역 경제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지만, 이 기금이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시의원은 “기업 출연금이 과연 실현 가능한가, 그리고 그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면서 “기업의 자금은 노동자들이 땀 흘려 일한 결과에서 나오는 가치인데 노동자 몫으로 돌아가야 할 재원을 공공의 이름으로 전용하려는 발상은 상생이 아닌 강제, 협치가 아닌 독단”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이 낸 돈으로 단체장이 생색을 낸다는 인식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며 “이런 방식의 기금 조성에 단호히 반대한다. 진정한 상생은 급조된 계획이 아니라 당사자 간 동의와 합의 속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변 시장의 또 다른 핵심 공약인 전 시민 20만 원 지원 정책도 기대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변 시장과 더불어민주당은 내달 원 포인트 임시회를 열어 근거 조례를 제정하고 7월 추경을 거쳐 여름 휴가 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위험천만한 포퓰리즘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조례 제정과 예산 편성 모두 시의회 동의가 필수인데, 사실상 양당 동수 구성이라 공약 실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