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새 정부 길을 묻다] (2) 이용섭 전 광주광역시장 "대탕평 인사로 ‘호남 홀대론’ 완전히 종식시켜야"

서정현 기자 2025. 4. 22. 18:2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민주, 호남 발전·인재 등용 소홀
국힘도 진정성 전혀 보여주지 못해
지식정보 사회·인공지능 시대
창의성·상상력으로 승부해야
차기 정부, 능력 위주 인사 절실
경제도시 변신이 지역의 살 길
이용섭 전 광주광역시장은 남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호남 홀대론'은 특정정당의 독점적 정치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면서 "지역, 정파, 계층을 가리지 않는 능력위주의 공정하고 투명한 대탕평 인사와 전국이 고르게 잘사는 지역균형 발전이 차기 정부의 국민통합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남도일보 자료사진

6·3 대선을 앞두고 호남 지역민들은 대한민국의 공정한 발전과 통합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호남 인재들이 차별 없이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대한 요구가 높다. 남도일보는 청장, 장관, 국회의원을 지낸 이용섭 前 광주시장을 만나, 정부 공직 사회의 현실과 호남 출신 고위 공직자들이 겪는 실정, 그리고 지역민들의 간절한 바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함께 해 온 호남의 인재들이 어떻게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을지, 그 지혜를 모색해 본다.

-이 전 시장은 책도 쓰고 현실정치와 약간의 거리를 두면서 모처럼 가족과 함께 하고 있다. 요즘 근황을 시민들이 궁금해 한다. 어떻게 지내는 지요?
▶50여년간 공직에 몸담은 경험을 바탕으로 민간부문에서 다양한 일들을 하고 있다. 법무법인 율촌 고문, 대한민국헌정회 정책연구위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석좌교수, 관우장학회 이사장, 대한노인회 혁신위원장 등 여러 직책을 맡아 사회에 기여하고자 나름 애쓰고 있다.

-관세청장, 국세청장, 행정안전부 장관, 건설교통부 장관 등 다양한 요직을 두루 거치시면서 정부 공직 사회의 현실을 누구보다 깊이 체감하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제로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겪으셨거나, 주변에서 목격하신 차별이나 어려움이 있었는지, 있다면 어떤 사례였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세요. 또한, 고위 공직 사회 내부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제가 한창 공무원생활을 하던 1970~90년대 산업사회에서는 연고주의가 강해 호남 및 지방대 출신이라는 이유로 승진이나 보직 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예를 들어, 김대중대통령이 당선되었던 97년 12월에 재정경제원(지금의 기획재정부)에 본부 국장급 이상 중 호남 출신은 저 혼자였다. 재무부에 근무하면서 지방대학 출신이란 이유로 희귀종 취급을 받았다. 국세청장으로 대한상공회의소 조찬 강의에 자주 나갔는데, 강사 소개시 전남대 졸업을 의도적으로 제외하곤 했다. 참 슬프고 속상한 얘기다. 그 당시에는 이런 차별과 소외가 참 많았다. 하지만 지식정보사회와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면서 연고보다는 개인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중요해졌고 지역차별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호남 지역 사회에는 '호남 홀대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전직 고위 공직자이자 광주광역시장으로서 이러한 지역민들의 정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공감하시는지 듣고 싶다. 과거 정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온 홀대론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고 진단하시며, 차기 정부는 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하고 지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까요?
▶지금 호남은 정치적 소외, 경제적 어려움 등 복합위기를 겪고 있다. '호남 홀대론'은 특정정당의 독점적 정치구조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 결과 정치권의 인적 물적 자원배분 과정에서 소외되는 천수답도시가 돼버렸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서 도시의 경우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 정당간 인물경쟁을 유도하고 시민의 선택권을 넓혀야 한다. 이는 특정 정당의 독점체제를 완화하고,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인재들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할 것이다. 시도민 유권자들은 무조건적 지지에서 벗어나 능력 있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며, 지역 정치인들은 계파보다 지역발전과 소통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영남에서도 국민의힘 지역주의를 완화시키는 전기가 마련돼 한국정치의 새로운 장이 전개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호남은 민주당을 일편단심 무조건 지지해왔으나 민주당은 선거 때만 '호남 몰표'를 요구하고 호남발전이나 호남인재 등용에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맹목적인 지지는 오히려 호남인의 목소리를 약화시키고 민주당의 개혁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국민의힘 역시 진정성을 가지고 호남을 대해야 한다.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거대 양당 모두 호남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호남은 예로부터 뛰어난 인재들을 배출해 온 역사적인 저력이 있는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제대로 평가받고 국가 발전에 기여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호남 인재들이 가진 강점과 잠재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며, 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어떤 뒷받침이 필요할까요?
▶호남인들의 잠재력과 DNA는 인공지능(AI)시대의 경쟁력과 부합한다. 시대를 선도해온 소명의식,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도전 정신과 창의성,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강한 승부근성, 문화예술지향적인 품성, 어려울 때면 발동되는 이심전심의 동질적 호남문화가 시대정신과 궤를 같이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이러한 호남의 자산과 시도민들의 에너지를 성장 동력으로 엮어내는 혁신적인 리더를 만나야 호남의 강점들이 비로소 꽃을 피울 수가 있다. 시도민들이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각종 선거에서 좋은 지도자를 선택해야 한다.

-특히 호남의 중심인 광주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무엇이 바뀌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 미래를 개척하려는 인식이 필요하다. 중앙정부 예산지원이나 공공기관 이전에 의존하던 기존성장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공식을 찾아내야 한다. 연고주의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도전적이고 혁신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성공하고 우대받는 포용적 개방적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가 강한 도시에서 경제도 강한 도시로 탈바꿈해야 한다.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도시로 거듭나야 한다.

-호남 젊은이들의 수도권 유출이 심각하다. 대학 진학과 일자리 취업이 주된 이유다. 이 문제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이는 전국적인 문제다. 나는 '국립대학 공동학위제'를 제안한다. 서울대와 9개 지역거점 국립대학이 공동으로 학위를 수여하는 이 제도는 지역대학 경쟁력을 강화하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하여 수도권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광주와 전남의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생과 자립이 가능한 지역국가 수준의 단일 초광역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제 발전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면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떠나는 광주·전남에서 돌아오는 광주·전남이 실현되는 것이다. 자치단체간 통합을 통해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와 범위의 경제(Economy of Scope)를 추구하는 것은 시대정신이고 세계적인 추세다.

-차기 정부가 호남 인재를 공정하게 등용하고, 나아가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정책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단순히 지역 안배 차원을 넘어, 능력과 자질을 갖춘 호남 인재들이 차별 없이 중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있다면 제시해 주세요. 또한,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한 리더십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세요.
▶차기 대통령은 무엇보다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는 국민들을 통합하고 국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 내는 포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인재등용에 있어 지역, 정파, 계층을 가리지 않는 능력위주의 공정하고 투명한 대탕평 인사와 전국이 고르게 잘사는 지역균형 발전이 국민통합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정치가 바뀌지 않으면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수명을 다한 87년 체제의 상징인 5년 단임의 제왕적 대통령제와 의회독주를 제어하는 개헌을 통해 협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치권력은 자기 절제가 쉽지 않으므로 제도 개혁이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지도자들과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부탁 드린다.
▶대한민국은 지금 내우외환의 심각한 복합위기에 빠져 있다. 지금과 같은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인 가치나 진영논리로는 극복할 수 없다. 거대 양당을 중심으로 국민이 두 갈래로 나뉘어 마치 내전을 치루고 있는 듯한 현재의 상황이 계속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이념을 뛰어넘어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국제환경 변화에 혁신적 융복합정책으로 기민하게 대응해야 '정의롭고 풍요로운 선진 대한민국'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치권이 편가르기 정치에서 벗어나 국가발전과 국민 중심의 정치를 펼쳐주고, 국민들도 역사의식을 갖고 정치권을 냉철하게 평가해주길 기대한다. /서정현 기자 sjh@namdonews.com

[이용섭이 걸어 온 길]
* 관세청장 (2002~2003)
* 국세청장 (2003~2005)
* 청와대 혁신수석비서관(2005~2006)
* 행정자치부 장관 (2006~2006)
* 건설교통부 장관 (2006~2007)
* 제18대 국회의원 (2008~2012)
* 제19대 국회의원 (2012~2014)
*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2017~2018)
* 광주광역시장 (2018~2022)
* 법무법인 율촌 고문 (現)
* 대한민국헌정회 정책연구위원회 의장 (現)

남도일보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