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자격증’이 장롱 면허로…공인중개사 거센 찬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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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이사철 특수는 다 옛말입니다. 3, 4년 전만 해도 한 달에 10건 정도를 중개했는데 올해 중개 건수는 한 달에 1, 2건 수준입니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주택가에서 15년째 영업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전병만 씨는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서 누가 공인중개사를 하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2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2720명으로, 지난해 1분기(3032명)보다 10.3%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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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폐업이 개업보다 많아…5명중 4명 자격증 묵혀
서울 마포구 망원동 주택가에서 15년째 영업하고 있는 공인중개사 전병만 씨는 “요즘 같은 시장 상황에서 누가 공인중개사를 하겠냐”며 한숨을 쉬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공인중개업계에 부는 찬바람이 거세지고 있다. 호황기 땐 은퇴한 중년, 주부, 청년까지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에 몰리면서 ‘국민 자격증’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하지만 거래량 감소와 직거래 증가의 이중고에 새로 문을 여는 공인중개사가 급감하고 있다.
● 개업보다 문 닫는 곳 많아
2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2720명으로, 지난해 1분기(3032명)보다 10.3% 감소했다. 집값 급등기였던 2021년 1분기(5017명)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올해 1분기 폐업하거나 휴업한 공인중개사는 3175명으로, 개업 공인중개사보다 455명 많았다. 봄 이사철인 1분기는 거래가 활발해 연중 개업이 몰리는 시기인데도 문을 닫은 공인중개사가 더 많았던 것.
특히 1월 개업한 공인중개사는 871명으로 월간 기준으로는 2015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가장 적었다. 개업 공인중개사는 2월(925명), 3월(924명) 소폭 늘었지만 1000명을 넘지 않았다. 1분기 내내 월간 개업자가 1000명 이하였던 건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시험 응시자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응시자 수는 14만8004명으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20만 명을 밑돌았다. 공인중개사 인기가 높았던 2021년 응시생(27만8847명)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
●“국민 자격증이 장롱 면허로”
공인중개사 영업 환경이 악화하면서 자격증을 묵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소지자 55만1879명 가운데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11만1613명(20.2%)이다. 5명 중 1명만 자격증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시장이 좋지 않다보니 ‘국민 자격증’이 ‘장롱 면허’ 신세가 됐다”고 자조했다.
공인중개사 인기가 급락한 건 수입과 직결되는 주택 거래량이 줄어든 영향이 가장 크다. 2020년과 2021년 연간 100만 건을 웃돌았던 주택 거래량은 2022년 50만 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거래량은 64만2576건으로, 2022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호황기 때와 비교하면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다. 서울시 송파구 잠실동 인근 공인중개사 A 씨는 “시장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중개 거래 대다수가 전월세 계약이라, 벌이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중개 수수료를 아끼려고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는 직거래가 크게 늘어난 영향도 있다. 대표적인 직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내 부동산 직거래 완료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지난해 5만9451건으로 3년 만에 221배로 뛰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중개보수가 비싸다는 생각과 최근 전세사기 등으로 공인중개사에 대한 불신이 커져 직거래를 이용하는 경향이 커졌다”며 “중고거래 플랫폼에선 비교적 보증금이 적은 월세 중심으로 직거래가 이뤄져 대학가나 주택가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 생기는 타격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유나 기자 im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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