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2막' 지원 핵심 '시니어클럽', 현실은 ‘셋방살이’
예산 부족···열악한 임대공간서 업무
교육장 부재 연간 대관료 수천만원
참여자 급증···전용 공간 필요
"정부 차원 실질적 지원 시급"

울산이 빠른 고령화 속에 노인 일자리 사업을 대폭 확대하며 '인생 2막'을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수행할 핵심 기관인 '시니어클럽'은 사무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열악한 임대 공간에서 운영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에 상담이나 교육을 위한 공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22일 찾은 남구시니어클럽 사무실은 책상과 책상 사이 간격조차 여유가 없을 좁을 공간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었다. 한달 임대료 132만원의 60평 남짓한 공간에 2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유일한 상담실은 각종 신청서와 스케줄표 등으로 가득 차 있었다. 상담을 위해 방문한 어르신들은 사무실 입구에 놓인 원형 테이블에서 직원들과 마주 앉아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지만, 사생활 보호는커녕 대화조차 조용히 나누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여기에 약 2,400명의 일자리 참여자들이 출근부를 제출하러 직접 사무실을 방문해야 해 공간 혼잡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시니어클럽에서는 법정 의무 교육과 안전 교육 등도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하지만, 교육장을 갖추지 못한 곳이 대부분이다. 사업 참여자가 가장 많은 남구는 인근 회관을 빌려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교육 인원이 많아 나눠서 진행하다 보니 연간 대관료만 약 4,000만원에 이른다.
남구시니어클럽 관계자는 "남구에서 처음 시니어클럽을 운영할 당시 참여 인원은 81명이었지만, 현재는 2,900명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다"며 "직원들의 원활한 업무는 물론, 어르신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서도 전용 공간 확보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울산은 전체 인구의 약 17%가 65세 이상으로,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초고령사회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노인 일자리 사업 예산을 2023년 525억원에서 2024년 689억원, 2025년 747억원으로 지속 확대 중이다.
올해 울산 5개 구·군의 노인일자리 모집 규모는 총 1만6,767개에 달하며, 이 중 약 9,000명이 시니어클럽을 통해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 확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운영할 시니어클럽의 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
노인일자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시니어클럽과 같은 노인일자리지원기관은 연면적 250㎡(약 76평) 이상, 사무실·상담실·교육실 각 1실 이상을 갖춰야 하지만,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울주군 뿐이며 나머지 구는 모두 기준에 미달한 상태다.
북구는 보훈회관 일부를 무상 임대받아 사용 중이나 공간이 부족해 인근에 별도 사무실을 따로 두고 있고, 보훈회관의 교육장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어르신들과 회관 측의 불편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중구와 동구도 비슷한 상황으로, 모두 임대 건물에 의존하면서 면담과 교육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시니어클럽 관계자들은 "최근 2~3년 사이 노인일자리 참여 인원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기존 공간으로는 사업을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운영비 지원에 더해 공간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실질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남구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신축 계획을 세우고 예산 확보에 나섰다. 신축 예정 부지는 지난해 10월 운영을 종료한 공업탑청소년문화의집(남구 봉월로14번길 55) 부지로, 철거비를 포함해 총 40억 원 규모의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 중 지난해 하반기 특별교부세 12억 원을 확보했으며, 나머지 28억 원은 정부 공모와 국비 요청을 통해 충당하고, 부족분은 구비로 마련할 계획이나 예산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구는 오는 7월 시설 기준을 충족하는 곳으로 시니어클럽 사무실 이전을 계획 중이며, 동구와 북구는 신축이나 이전 등에 대한 계획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청 관계자는 "참여 인원이 급속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단순 일자리 제공을 넘어 교육과 상담까지 연계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 절실하다"며 "신축 이전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인 만큼, 예산 확보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