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의 건강수명 연장하기] 항생제가 바꾼 세상

2025. 4. 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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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석 서울시 서울의료원장

인류는 오랜 세월 원인도 모르는 질환들로 인해 앓거나 죽어갔다. 파스퇴르가 우리 주변에 있는 미생물이 수많은 감염병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냈고, 그 후 세균(박테리아)은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있게 됐다.현재 지구에 존재하는 세균의 종류는 추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하다. 사람 몸에 있는 세균의 무게는 1~2㎏ 정도로 약 100조 마리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들 균들이 다 몸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 상당수의 세균은 우리 몸에 도움을 주는 공생관계이다.

그러나 인체에 해로운 균들에 의한 감염으로 인해 병원에는 만성적인 종기나 관절 등이 썩는 환자로 가득 차 있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페스트도 세균 감염이 원인이다.

1928년 여름 황색포도상구균을 배양하고 있던 접시가 푸른곰팡이에 오염됐고, 그 곰팡이 주위에 황색포도상구균이 죽어 있는 것을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호주에서 의대를 나온 플로리는 지속적인 연구를 위해 영국으로 가서 경력을 쌓아 옥스퍼드 대학교 병리학과장이 된다. 그는 질병 치료를 위한 약을 개발하기 위해 화학 전문가인 에른스트 체인과 현미경 해부 전문가인 노먼 히틀리를 영입하여 완벽한 팀을 구성했다.

1929년 어느 날 그는 페니실린에 대한 플레밍의 논문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당시 플레밍은 더 이상 페니실린 연구를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 연구 대상이 결정되자 플로리는 록펠러 재단에 도움을 청했고, 페니실린의 잠재력을 인정한 재단은 플로리가 요구한 액수보다 훨씬 많은 금액의 연구비를 5년간 지원했다.

플로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다른 미생물의 오염을 막기 위해 멸균된 배지를 1.5㎝ 두께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으로 푸른 곰팡이를 배양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푸른 곰팡이의 페니실린 성분만을 에테르라는 용매로 분리하여 녹게 하는데 성공했다. 그 다음 에테르를 약알칼리 상태로 만든 증류수와 섞으니 페니실린이 다시 물에 녹아 페니실린 수용액이 만들어졌다.

1935년 스웨덴에서 처음 개발된 동결건조방식을 활용하여 페니실린이 녹아있는 증류수에서 페니실린 분말을 분리할 수 있었다. 동물실험을 통해 동물세포에는 해가 없으면서 세균만 선택적으로 죽인다는,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효능이 확인됐다.

1941년 2월 세균으로 한 쪽 시력을 잃고 폐와 어깨까지 균이 침범하였으며 몸 전체에서 고름이 흘러나오고 있던 알렉산더라는 경찰에게 페니실린을 투여하게 된다. 놀랍게도 단 5일만에 완치가 됐다.

이제 남은 문제는 대량생산하는 방법이었다.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바탕으로 연구를 지속할 수 있었고, 제약회사를 어렵게 설득하여 대량생산에 필요한 설비 투자를 할 수 있었다.

1942년에 드디어 제품화된 페니실린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부상당한 4만명의 치료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당시만 해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앓던 매독, 임질, 산욕열, 폐렴, 패혈증, 파상풍, 류마티즘열, 뇌막염, 성홍열, 탄저병, 디프테리아 등의 다양한 질환의 치료가 가능해졌다.

1945년 플로리와 체인. 플레밍 세 사람이 노벨의학상을 공동 수상한다.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인 히틀리는 안타깝게도 공동 수상을 3명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 때문에 제외됐다. 하지만 1990년 당시 78세였던 히틀리에게 옥스퍼드 대학은 800년 역사상 처음으로 명예 의학박사 학위를 수여했다.

페니실린을 계기로 항생제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다양한 종류의 항생제 개발이 이뤄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페니실린 내성균이 생겨났다. 세균 중에서 일단 항생제 내성균이 생기면 세포 내에 핵 외에도 일부 DNA를 포함하고 있는 플라스미드를 방출하게 된다. 이를 통해 주변에 있는 세균들도 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유전자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내성균이 빠르게 퍼져 나가게 된다. 세균과의 싸움이 결코 쉽지 않은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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