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약점 [유레카]

박종오 기자 2025. 4. 22. 17: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98년 파산에 내몰리며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미국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는 이전까지 '롱쇼트(매수·매도) 투자 전략'으로 이름을 날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선언한 미국 '해방의 날'이 '국채 붕괴의 날'로 돌변한 배경에도 헤지펀드들의 이 같은 영끌 투자가 있다.

미국채 발행 잔액 약 28조6천억달러 중 헤지펀드의 차익 거래 규모는 8천억달러 내외로 추산된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998년 파산에 내몰리며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미국의 헤지펀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는 이전까지 ‘롱쇼트(매수·매도) 투자 전략’으로 이름을 날렸다. 저평가된 채권을 사고, 반대로 고평가된 채권은 팔아서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이 회사는 적은 차익을 불리기 위해 남의 돈을 대거 투자금으로 끌어다 썼다. 그러나 빚내 사들였던 러시아 채권이 채무 불이행에 놓이며 결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주도해 14개 채권 금융기관이 구제금융 36억달러를 수혈해야 했다.

코로나19가 발병한 2020년 3월 미국의 국채시장 혼란 사태를 빚은 주범도 헤지펀드들의 막대한 ‘빚투’였다. 팬데믹 위기로 주가가 폭락하면 안전자산인 국채에 돈이 몰리며 국채값도 올라야 정상이다. 하지만 헤지펀드들의 ‘현물·선물 차익 거래’(베이시스 트레이드)는 국채가격 폭락을 초래했다. 담보가치 높은 미국채를 은행에 저당 잡히고 대출을 받아 또 국채를 사들이는 식으로 보유 자산을 수십배로 뻥튀기한 펀드들이 담보로 맡긴 국채 선물(미래에 국채를 넘겨주는 계약)을 웃돈 붙여 팔았다가, 국채값이 내리자 채권 은행들이 줄줄이 담보 처분에 나선 까닭이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직접 670억달러 규모 채권 매입에 나서며 급한 불을 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선언한 미국 ‘해방의 날’이 ‘국채 붕괴의 날’로 돌변한 배경에도 헤지펀드들의 이 같은 영끌 투자가 있다. 전례 없는 미국의 보호주의 관세 정책이란 외부 충격에 시장 변동성이 커지며 국채값 하락(담보가치 하락), 헤지펀드 거래의 강제 청산, 국채 매도, 국채값 추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벌어진 셈이다. 국채값이 폭락하면, 국채 금리와 여기에 연동된 각종 대출금리가 뛰어 서민이 직격탄을 맞는다.

금융 규제를 확 풀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와서 마음을 바꿔 이들의 차익 거래에 규제의 칼을 뽑기도 쉽지 않다. 미국채의 주요 투자자이자 유동성 공급자인 헤지펀드들의 판돈을 조이면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 비용이 급증해 결과적으로 미국 시민들이 이를 부담하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채 발행 잔액 약 28조6천억달러 중 헤지펀드의 차익 거래 규모는 8천억달러 내외로 추산된다. 관세 하나로 미국의 천문학적 무역·재정 적자를 해결하겠다는 트럼프의 기상천외한 경제 정책이 출발부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외통수에 몰렸다.

박종오 경제산업부 기자 pjo2@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