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민 가방 싸는 AI 인재 붙잡을 정책이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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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 한국 AI 사업이 성장하기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인재 유출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노하우가 생긴다. 국내 AI 산업계 전반에 그 지식이 퍼져야 하는데, 한국은 그게 불가능한 구조다. 지식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능력 있는 인재들이 다 미국으로 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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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 한국 AI 사업이 성장하기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인재 유출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노하우가 생긴다. 국내 AI 산업계 전반에 그 지식이 퍼져야 하는데, 한국은 그게 불가능한 구조다. 지식에 대한 목마름 때문에 능력 있는 인재들이 다 미국으로 간다”고 했다.
국내 IT 석학들이 해외, 특히 미국으로 향하는 이유는 단순히 연봉 때문만이 아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대규모 컴퓨팅 자원을 제공할 뿐 아니라 연구에 자율성을 보장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기업에서 일하다가 미국으로 떠난 한 개발자 A씨는 “한국에서는 기술 개발보다 제품 출시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순수 AI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AI 인재 유출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부는 아직 사람이 귀한 줄 모르는 것 같다. 최근 1조8000억원 규모 AI 분야 추가경정예산 정부안 가운데 AI 인재 확보와 관련된 예산은 450억원으로, 전체의 2.4%에 불과하다. 추경 예산의 80% 이상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목적으로 쓰일 예정이다. AI 인재를 한국에 머물게 할 대책 없이 GPU만 잔뜩 들여오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격이 될 수 있다.
대선 후보들도 ‘지역 표심’을 공략한 공약에만 관심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역 거점대학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하고, 병역특례를 확대한다고 한다. 김경수 후보 역시 ‘국가 특성화 연구중심대학’ ‘메가시티 중심의 AI 허브’를 내세웠다. 한동훈 국민의힘 후보, 홍준표 후보 역시 투자 규모만 발표했을 뿐 인재를 한국에 묶어둘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새로운 인재도 키워야 하지만, 이민 가방을 싸고 있는 개발자들을 잡지 못한다면 결코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요즘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부터 국회 과방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실까지 너도나도 AI 관련 인사들을 불러 공청회나 토론회를 여는 것이 유행이 됐다. 대기업 임원과 유망 스타트업 리더들은 국내 AI 산업 발전을 위해 바쁜 일정에도 마다하지 않고 달려간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선 바쁜 인사들을 불러놓고 시간 낭비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주최 측 인사들의 소감 한마디씩을 들어보고, 기념 촬영에 예정된 시간을 절반 이상 허비한다. 업계 인사들을 불러 ‘들러리’를 서게 하지 말고, 이미 세 걸음 늦은 우리 AI 산업을 살릴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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