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없는 무덤에, 묘비엔 이름만”···떠나는 길까지 청빈한 교황
추기경단, 22일 첫 회의서 장례절차 논의
교황청 “사인은 뇌졸중에 따른 심부전”

“무덤은 지하에 특별한 장식 없이, 단순해야 합니다. 비문엔 ‘프란치스코(Franciscus)’만 새겨져야 합니다.”
-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언 中
프란치스코 교황이 소박한 장례 희망을 담은 유언을 남기고 21일(현지시간) 선종한 뒤 장례 절차가 시작됐다. ‘청빈한 사제’라는 수식어답게 장례 의식도 과거보다 단순하게 진행된다. 마지막 안식처도 10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바티칸 밖에 마련될 예정이다.
교황청은 이날 오후 8시 바티칸에 있는 교황의 거처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입관식을 진행했다. 교황청 궁무처장 케빈 페럴 추기경이 1시간에 걸쳐 교황의 선종을 확인하고 그를 관에 안치하는 의식을 이어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과거 교황들처럼 편백과 아연, 참나무로 된 세 겹의 관을 사용하지 않고, 아연으로만 덧댄 목관을 사용했다. 장례 절차를 간소화하자는 뜻에 따라 생전에 개정한 교황 장례 예식서에 따른 것이다.

페럴 추기경은 이어 교황 관저 출입문을 빨간 리본으로 묶은 뒤 나비 모양 매듭에 밀랍 인장을 찍었다. 애도 기간의 시작을 상징하는 동시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위가 공식적으로 종료됐음을 알리는 의식이다. 봉인된 건물은 교황의 전통적인 거주지인 사도궁이지만,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범한 이들과 함께하겠다는 이유로 사도궁 대신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머물렀다. 교황청은 이곳도 봉인했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시신은 오는 23일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으로 옮겨져 일반인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추기경들은 22일 첫 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장례 일정을 논의했다. 교황청 관례에 따르면 장례 미사는 선종 후 4~6일 사이 거행된다. 이에 따라 늦어도 27일에는 장례 미사가 봉헌될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해당 기간에는 전 세계 추기경과 각국 정상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이 대성당을 찾는다.
검소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유언에서 성 베드로 대성당이 아닌, 바티칸 바깥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간소하게 묻히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로마 중심부에 있는 이 성당은 로마의 4대 성전 중 하나로 꼽히며, 교황이 생전 자주 방문해 존경과 애정을 드러낸 곳이다. 그는 해외 사목 방문 전후 늘 이 성당을 찾아 기도했다. 38일간 입원 치료를 마친 뒤에도, 성주간(부활절 전 일주일)의 시작을 기념한 지난 12일에도 이곳의 성모 성화 앞에서 기도를 올렸다.

외신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100여 년 만에 전통을 깨고 바티칸 밖에 안장되는 교황이 될 것으로 보이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안장되는 교황은 1669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베네딕토 16세, 요한 바오로 2세 등 대부분 전임 교황은 성 베드로 대성당에 안장됐다.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프란치스코 교황의 직접 사인은 뇌졸중과 그에 따른 심부전이라고 발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뇌졸중으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회복할 수 없는 심부전을 일으켜 숨졌다는 것이다. 급성 호흡부전과 고혈압, 제2형 당뇨 등 다른 만성 질환도 영향을 미쳤다고 교황청은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1세 때인 1957년 늑막염으로 오른쪽 폐를 일부 절제한 뒤 호흡기 질환에 자주 시달렸다. 지난 2월부터는 폐렴으로 38일간 입원 치료를 받기도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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