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침팬지들의 '알코올 파티' 첫 목격…인간 '잔치' 기원일까

이병구 기자 2025. 4. 22.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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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침팬지들이 먹으면 취할 수 있는 발효된 과일을 나눠 먹는 모습이 처음으로 목격됐다.

연구팀은 "침팬지 식단의 60~85%가 과일이기 때문에 적은 알코올이라도 누적돼 상당한 섭취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생존력에 악영향을 주는 '취한 상태'는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만으로는 침팬지들이 발효된 과일을 공유하는 이유와 알코올을 의도적으로 섭취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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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들이 기니비사우 칸타네즈 국립공원에서 알코올이 함유된 아프리카 빵나무 열매를 나눠 먹고 있다. Anna Bowland/University of Exeter 제공

야생 침팬지들이 먹으면 취할 수 있는 발효된 과일을 나눠 먹는 모습이 처음으로 목격됐다. 사회적 유대감을 높이기 위해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술과 음식을 공유하는 '잔치(연회, feasting)' 문화의 진화적 근원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안나 보울랜드 영국 엑서터대 생태·보전센터 연구원팀은 야생 침팬지(학명 Pan troglodytes verus)들이 발효된 아프리카 빵나무(학명 Treculia africana) 열매를 나눠 먹는 모습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연구결과를 22일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공개했다.

초기 인류는 현대 인류처럼 알코올을 의도적으로 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술을 나눠 마시는 행위는 사회적 유대감 형성에 이점이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알코올 섭취가 도파민과 엔도르핀 분비를 유발해 행복과 이완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기니비사우 칸타네즈 국립공원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야생 침팬지들이 알코올(에탄올)이 함유된 아프리카 빵나무 열매를 나눠 먹는 모습을 10차례에 걸쳐 촬영했다. 빵나무 열매는 최대 30kg에 달하는 거대한 과일이다. 성숙해서 땅에 떨어진 뒤에는 단단한 껍질이 부드러워져 침팬지들이 먹을 수 있게 된다.

침팬지들이 공유한 과일 90%가 에탄올을 함유했다. 먹은 과일의 알코올 함량을 측정한 결과 도수는 0.61%로 사람들이 먹는 술에 비하면 높지 않다. 연구팀은 "침팬지 식단의 60~85%가 과일이기 때문에 적은 알코올이라도 누적돼 상당한 섭취량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생존력에 악영향을 주는 '취한 상태'는 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침팬지는 음식을 항상 공유하는 동물이 아니다. 관찰된 10건의 사례 중 7건에서는 다른 침팬지가 먹지 않는 과일이 있는데도 침팬지들은 한 과일을 함께 나눠 먹었다. 2건의 사례에서 침팬지들이 선택하지 않은 과일은 나눠 먹는 과일보다 덜 발효된 것으로 나타났다.

수컷 침팬지 2마리가 알코올이 함유된 아프리카 빵나무 열매를 먹고 있다. Anna Bowland/University of Exeter 제공

알코올이 침팬지 대사 과정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아프리카에 살던 초기 인류의 공통 조상에서 에탄올 탈수소효소 적응이 일어나 대사 속도를 증가했다는 선행 연구결과도 있다. 발효된 과일이 인류 식단에 포함된 시점이 기존 예상보다 오래됐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결과만으로는 침팬지들이 발효된 과일을 공유하는 이유와 알코올을 의도적으로 섭취하는 것인지를 명확히 판단하긴 어렵다. 발효되지 않은 빵나무 열매의 껍질은 부수기 어렵고 과일이 발효되면 비타민 함량이 증가하는 등 영양학적 이점도 있다.

연구팀은 "침팬지들이 에탄올 함유 과일을 의도적으로 찾아내는지, 또 어떻게 대사하는지 더 알아내야 한다"며 "침팬지들의 행동이 인간의 사회적 행동인 잔치의 초기 진화 단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j.cub.2025.02.067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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