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극단적 주주환원 안돼, 자사주 매입 제한 등 장치 필요"

정유선 기자 2025. 4. 22.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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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대 장하준 교수가 미국의 기생적인 ‘주주자본주의적’ 금융시장을 비판하면서 “한국도 하나를 고치기 위해서 반대쪽 극단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국내에서 주주 이익 확대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상법 개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쓴 소리를 던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장 교수는 22일 국회에서 진행한 ‘글로벌 경제질서 변화와 대한민국 경제정책 전략’ 강연에서 “트럼프의 경제재건 계획은 장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고, 협상에서 오히려 미국이 약자인 분야가 많다”면서 한국 정부에 최대한 협상을 지연시킬 것을 조언했다.

장 교수는 “미국은 지난 40여 년간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고, 임금억제를 통한 이윤증대 체제를 유지해 왔다”면서 “지금처럼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등 미국에 주요 소비재를 공급하는 국가들에게 높은 관계를 매겨 값싼 소비재 공급이 중단되면 미국 경제는 1~2년 안에 붕괴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40년에 걸쳐 일어난 산업의 몰락은 외국기업이 미국에 공장 몇 개 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산업재건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게다가 이번에 자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나라들에게까지 일방적으로 관세를 부관함으로써 미국은 약속을 안 지키는 나라, 법치주의를 포기한 나라가 됐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미국과 거래하고 투자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국과 무역하고 투자를 하는 데 리스크가 너무 높아서 꺼리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우리나라도 국가적 전략 없이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게 두면 산업 생태계가 파괴될 우려가 있는 만큼 개별 기업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전략을 짜서 움직여야 한다고 장 교수는 강조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미국 탈피 전략’이 필요하다면서 수출시장 및 수입선 다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경제규모는 세계경제의 25%가량이지만 무역규모는 10%라면서 국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장 교수가 이날 특히 강조한 것은 미국의 주주자본주의적 금융시장의 폐해였다. “미국의 금융시장은 완전히 기생충이 됐다. 미국 기업들의 이윤은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통해 90~95%가 주주에게 환원됐다”면서 “이렇게 투자를 안하니 생산성은 떨어지고 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장 교수는 “한국에서도 재벌 총수들의 전횡은 분명히 큰 문제고 주주의 목소리를 강화시킬 필요는 있지만, 그걸 잡는다고 완전히 반대쪽으로 가서 주주 환원율이 90% 정도가 되면 우리도 끝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국내 제조업 등 생산적인 기업들이 주주들의 현금 인출기가 되는 순간 우리나라는 끝”이라면서 “예를 들어 이윤의 10%이상 자사주 매입을 못 한다라든지 이런 명확한 선이라도 만들어 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 협상 등에 있어서 “당장 어떻게 변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만큼 서둘러 협상하거나 사인할 필요가 없다”며 “최대한 버틸 때까지 버티는 ‘지연 작전’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소비재·희토류, 한국의 조선, 한국 대만의 반도체 등 미국이 약자 입장에 있는 분야가 많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버티면 미국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또 “우리나라가 얼마나 중요한 나라가 됐는지 모르고 아직까지도 미국에 원조 밀가루 받아먹던 시절의 멘탈에 사로잡혀 있다”며 “한덕수 대행이 6·25 때 도와준 은혜를 언급하며 우리는 저항(맞대응)을 안 하겠다는 식의 얘기까지 하는데 이런 멘탈리티를 가지고 국제 경영을 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면서 최근 한 대행의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 발언을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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