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깜깜이 예산 집행' 감사원... 뉴스타파, 정보공개 소송 '2심도 승소'

홍주환 2025. 4. 2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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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가 감사원에 제기한 업무추진비·특수활동비·출장비 등 예산 정보공개 행정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감사원은 1심 때와 똑같이 예산 집행 내역이 공개되면 감사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2심 과정에서 '예산 낭비의 구체적 사정이 발생했을 경우에만 정보공개가 가능하다'는 '비상식적' 주장도 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른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주장이다.

뉴스타파, 감사원 예산 집행내역 공개 소송 2심도 승소

지난 17일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부장판사 구회근·김경애·최다은)는 뉴스타파가 감사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뉴스타파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에 불복한 감사원은 2심에서도 같은 주장을 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이 공개 대상으로 판단한 정보도 1심 때와 동일했다. 2심 판결이 확정되면, 감사원이 공개해야 할 예산 정보는 다음과 같다.

1) 2022년 1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감사원장·감사위원·사무총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영수증·카드명세서·전표·지출결의서 등)
2) 2022년 1월 1일부터 11월 25일까지 감사원의 출장비 건별 세부 집행내역 및 증빙자료(영수증·카드명세서·전표·지출결의서 등), 다만 출장 사유
·기간·인원 관련 정보는 제외

현재 감사원의 예산 정보공개는 '불투명'하다. 일반적인 공공기관은 기관장 등이 사용한 업추비 내역을 건별로 분류해 사용 날짜와 장소, 인원, 목적, 액수 등을 적어 상세히 공개한다. 특히 업추비를 사용한 시설의 상호명까지 공개해 예산 낭비가 없었는지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2023년까지 분기별 업추비 사용 총액만 공개했다. 최근엔 날짜와 목적, 액수까지만 제한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마저도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에만 한정되고, 차관급인 감사위원은 아예 공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출장비 또한 지출 내역과 관련 증빙자료는 모두 공개가 원칙이지만, 역시 감사원은 비공개를 고수 중이다. 국회의 거듭된 자료제출 요구에도 거부로 일관해 왔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에 따르면, 감사원의 출장비 규모는 2020년 53억여 원, 2021년 39억여 원, 2022년(1~8월) 31억여 원 등 한 해 수십억 원에 달한다. 

정부 기관은 물론 공공기관의 예산 사용 실태를 감시하는 감사원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에 뉴스타파는 2022년 11월 감사원을 상대로 예산 정보공개청구를 했고, 비공개 처분이 내려지자 행정소송에 돌입했다. 

지난 2023년까지 감사원은 감사원장·사무총장의 업무추진비 분기별 사용 총액 정도만 공개해 왔다. 지금도 사용 장소와 인원은 아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차관급인 감사위원은 아예 업추비 공개 대상에서도 제외해 놨다. (출처 : 감사원 홈페이지)

감사원의 '도돌이표' 주장, 2심에서도 퇴짜

2심 과정에서 감사원은 '예산 정보를 전면 비공개해야 한다'며 1심 때와 똑같은 주장을 폈다. 먼저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내역이 공개되면 감사·정보 활동 동선 등이 노출돼 독립적·객관적 감사 업무의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또 "출장비 내역이 공개되면, 구체적인 감사의 조사 시점과 감사관의 동선 등이 공개돼 감사의 밀행성을 해치고, 감사 내용과 감사 방식 및 감사 기법이 노출돼 감사의 실효성을 크게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감사원의 '도돌이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이 법원에서 주장하는 사유는 1심에서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고, 제1심에 제출된 증거와 이 법원에서의 변론 내용을 종합하여 보더라도 1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5월,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내역과 증빙자료는 '모두 공개', 출장비 내역과 증빙자료는 '일부 공개'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업무추진비·특정업무경비·특수활동비 내역의 공개로 인해 감사 활동의 방법·범위·대상·동선 등이 노출돼 감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결했다.

단 출장비 내역에 대해서는 "출장 사유·인원·기간 정보가 공개되면 감사원의 감사 방식·기법이 노출돼 피감기관이 향후 유사한 종류의 감사를 받을 경우 그에 대해 대처함으로써 감사 업무의 효율적인 수행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이를 제외한 출장 장소·액수 정보 및 관련 증빙자료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관련 기사 : [변화]"특활비·출장비 등 공개하라"...뉴스타파, 감사원 상대 정보공개 소송 1심 승소)

감사원은 2심에서도 1심 때처럼 '예산 내역이 공개되면 감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생긴다'는 취지로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산 낭비 증거' 댔을 때만, 정보 '차별' 공개한다는 감사원 

감사원은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주장도 했다. 지난달 20일 법원에 낸 준비서면에서 감사원은 "(감사원의) 출장비는 제도적으로 투명하게 집행되고 있어 원고(뉴스타파)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출장비 집행의 투명성을 검증할 필요성이 없다"고 자평하며 "원고가 주장하는 알권리와 행정감시의 목적은 막연하고 추상적이며 공익성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음과 같이 썼다. 

통상 국가기관의 예산 집행과 관련한 내부 정보가 공개될 필요성이 높은 경우는 국가기관이 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구체적 사정이 발생한 경우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피고(감사원)가 2022년도에 출장비 등을 낭비하여 행정감시를 통한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사회적 필요성이 요구된 사정이 없었음에도, 원고는 '행정감시'라는 막연한 목적으로 2022년도 감사원의 출장비 전체 내역 등을 정보공개청구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 감사원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 / 2025.3.20

정보공개 제도는 시민의 '정보공개청구권'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대한민국 시민이라면 누구나(일정 조건을 만족한 외국인도 포함)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평등하게 공공기관의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이 권리에 입각해 공공기관은 청구인의 신분이나 직업, 청구 사유 등을 고려하지 않고, 공개 대상 정보는 무조건 공개해야 한다. 만약 이를 따진다면, 청구인의 계급이나 권력 유무 등에 따라 정보 공개·비공개가 결정되는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감사원의 주장은 정반대다. '예산 낭비의 구체적 사정이 발생한 경우'라는 필요조건을 만족해야 정보공개가 가능하다고 했다. 즉 감사원의 예산 낭비 의혹이 가시화됐을 때 정보공개를 청구하거나, 혹은 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고 청구한 사람을 대상으로만 예산 내역을 공개하겠다는 뜻이다. 정보공개청구권을 상황과 사람을 가려가며 '차별' 적용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 측을 법률 대리한 하승수 변호사(뉴스타파 전문위원)는 "정보 비공개 사유에 대한 입증 책임은 정보공개청구를 접수한 행정관청에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그런데 감사원은 '특별한 문제가 발견된 경우에만 정보공개를 할 수 있고, 정보가 공개돼야 할 필요성도 국민이 입증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법리를 완전히 잘못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이 담긴 준비서면은 감사원 법무담당관실이 직접 썼다. 2심 법원은 감사원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상고해 봐야 결론 안 달라질 것"... 감사원 "상고 여부 논의 중"

이번 2심 판결에 대해 하승수 변호사는 "권력기관도 정보공개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감사원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업무추진비·출장비 정보를 공개하라는 최초의 소송이기 때문에 2심까지 정보공개 판결이 내려진 것은 의미가 매우 크다. 감사원이 대법원에 상고를 하지 않고, 하루빨리 자료를 공개하길 바란다. 대법원에 상고해 봐야 결론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감사원은 다른 공공기관의 모범이 돼야 할 기관인데, 출장비 정보의 공개를 거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설사 감사원의 출장비 집행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자료를 공개해서 검증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다른 기관에 대해서도 출장비를 제대로 쓰라고 지적할 수 있을 것 아니겠나. 
- 하승수 / 변호사 (뉴스타파 전문위원)

뉴스타파는 지난 21일 감사원 대변인실에 2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계획인지 물었다. 대변인실 측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은 법무부 장관의 지휘를 받기 때문에 아직 모른다"며 "현재 상고 여부를 논의 중이다"고 답했다.

뉴스타파 홍주환 theh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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