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주가 5000시대” 공약…역대 대통령 코스피 성적표는?

허인회 기자 2025. 4. 22. 14: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李 “코스피 4000, 5000 넘어가면 韓 자산 늘어나”
盧정부 외엔 수익률 20% 넘는 정부 없어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400만 개미 표심을 겨냥해 '주가 5000시대' 공약을 외쳤다. 이를 위해 좌초된 상법 개정안의 재추진 의지도 밝혔다. 현재 주가가 2500포인트에 못 미치는 가운데 100% 넘게 올라야 하는 상황에서 공약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특히 역대 대통령 가운데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을 제외하면 모두 20%에 못 미치는 주가 상승률을 보인 바 있어 '5000포인트'는 주가 부양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후보가 "대한민국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이 후보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 경제가 너무 어렵다. 시장이 침체를 넘어 구조적인 위험에 처해있는 것 같다"며 "지금 대한민국 주가지수가 한 2500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4000, 5000을 넘어갈 수 있다면 대한민국 전체 자산이 늘어나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 후보의 '주가지수 5000' 공약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에도 '주가지수 5000포인트 시대 개막' 공약을 발표하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국내 증시 대외 신뢰도 제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추진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 후보는 올해 초에도 주가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2월17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에서 "경제 문제에 관한 한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는 낫다"며 "민주당이 집권하면 특별한 변화 없이도 코스피 지수가 3000을 찍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코스피 3000을 찍는 법은 아주 단순하다. 일단 민주당이 집권하면 시장이 공정해질 것이기 때문"이라며 "주가를 조작해 수십억씩 벌고 피눈물 흘리게 해도 아무도 책임을 묻지 않으면 어느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하려고 하겠나"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이 후보가 언급한 주가 5000포인트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목표다. 전날 코스피는 2488.42로 마감했다. 2021년 7월6일 기록한 역대 최고점(3305.21)과 비교하면 33% 빠진 수준이다. 코스피 3000포인트를 기록한 것도 2022년1월3일이 마지막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종가 대비 100% 넘게 뛰어야 5000포인트를 달성할 수 있는 셈이다.

역대 대통령 재임기간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직선제가 시행된 13대 이후 대통령 취임 당일 코스피 종가와 퇴임일 종가를 비교해보면 16대 노무현 대통령 재임 기간(2003~2008년) 수익률(184.75%)이 가장 높았다.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이으로 기록적인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2007년에는 코스피가 사상 처음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15대 김대중 대통령(1998~2003년) 재임 기간엔 수익률이 19.35%를 보였고, 17대 이명박 대통령(2008~2013년) 땐 18.12%를 기록했다. 19대 문재인 대통령(2017~2022년) 당시엔 15%가 올라 역대 4위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이 기간 코스피는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의 활약으로 사상 처음 3000선을 돌파파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세우기도 했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정부도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김영삼 정부와 지난 4월 파면 당한 윤석열 정부는 각각 –17.5%, -5.05%를 기록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노무현 정부를 제외하곤 수익률 20%를 넘긴 정부가 없다는 점에서 이 후보가 내건 '주가 5000시대'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 이에 이 후보는 '상법 개정안' 재추진을 통해 주가 상승의 모멘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역대 대통령 재임 기간 코스피 등락률 ⓒ시사저널 양선영

상법 개정안으로 주가 부양? 대외 변수도 중요

그는 전날 "소액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도 선임될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를 활성화하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도 단계적으로 확대해 경영 감시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결국 폐기된 상법 개정안엔 포함되지 않는 내용이다. 지난 3월 국회 문턱을 넘었던 상법 개정안을 더 강화시켜 소액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더 많은 개미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이 후보는 재계의 반발도 "이기적 소수의 반항", "힘 있는 특정 소수의 저항"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고질적 원인 중 하나"라며 "국제 경쟁을 하겠다는데 집 안에서 규칙을 안 지키고 부당한 이익을 얻으면서 어떻게 글로벌 경쟁을 하고 살아남겠나"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 기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의욕적으로 펼친 금융당국은 이 후보 공약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지난 21일 외신기자 간담회를 개최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코스피가 5000이 됐으면 좋겠다' '1만이 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그게 단 한 번의 노력으로 될 리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주가 5000포인트 시대' 공약을 내건 이 후보를 겨냥한 듯한 발언이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코스피가 2500 수준이라 만족하지 못할 수준이지만 저희가 자본시장 선진화(정책)를 하지 않았다면 2500이 아니라 얼마가 됐겠느냐는 부분도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윤석열 정부 3년 동안 불법 공매도 근절, 외환시장 접근성 제고, 물적 분할 제도 개선 등 다수의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한국 증시가 선방하고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문민정부와 함께 유이하게 재임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점, 윤 전 대통령이 먼저 화두를 던진 상법 개정안을 정부가 스스로 거둬들였다는 점에서 조기 대선 기간 김 부위원장의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한국 증시가 정책 등 대내 변수보다 대외 변수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우리 경제가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데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코스피가 널뛰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새 정부는 외교통상 측면에서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상황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