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의 혐오 표현 현수막, 옥외광고물법으로 규제 못 해... 재검토해야"

박소영 2025. 4.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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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정당 이름으로 "중국 유학생 100% 잠재적 간첩" 등 중국 혐오 표현을 담은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게시된 것과 관련해 "현행 옥외광고물법상 정당이 내건 현수막은 규제가 어려운 만큼, 혐오 표현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 교수는 "개인이나 일반 단체가 (현수막을) 걸었다면 옥외광고물법으로 규제가 가능한데, 정당 활동 차원이라고 하면 광고를 규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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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유학생 100% 잠재적 간첩' 등 현수막
'부정선거 음모론' 단체·정당 이름으로 게시
"정당 규제 어려운 옥외광고물법 한계" 지적
20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거리에 "한국인 1등급은 의대 탈락! 중국인 6등급은 의대장학금!"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애국 현수막' 홈페이지 캡처

최근 한 정당 이름으로 "중국 유학생 100% 잠재적 간첩" 등 중국 혐오 표현을 담은 현수막이 전국 곳곳에 게시된 것과 관련해 “현행 옥외광고물법상 정당이 내건 현수막은 규제가 어려운 만큼, 혐오 표현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옥외광고물법에서는 ‘인종차별적 내용으로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광고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으나, 정당이 내건 현수막은 정당 활동의 일환이므로 법 적용에서 제외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최근 ‘애국 현수막’ 운동이라며 "중국 유학생은 100% 잠재적 간첩", "한국인 1등급은 의대 탈락! 중국인 6등급은 의대 장학금!" 등 중국인 혐오 문구를 적은 현수막을 전국에 걸고 있다. 이들의 현수막에는 "윤 어게인!" 등 윤 전 대통령 지지 문구, "사전투표 NO! 대만식 수개표!" 등 부정 선거와 관련된 문구도 있다. 이들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금까지 전국에 2,200개가 넘는 현수막이 부착됐고, 지금도 700개 이상의 현수막이 게시돼 있다.

이들은 “누구나 구글폼을 이용해 비용만 내면 현수막 신청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주최 측은 ‘전북·용인 부정선거부패방지대’라고 돼 있다. 부정선거·부패방지대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총괄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해 온 곳이다. 현수막은 보수 정당인 '내일로미래로당' 이름으로 걸렸다. 내일로미래로당은 지난해 12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 후 탄핵심판 정국이 이어지자 ‘비상계엄은 부정선거를 밝혀내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을 담은 현수막을 게시한 바 있다.

홍 교수는 “개인이나 일반 단체가 (현수막을) 걸었다면 옥외광고물법으로 규제가 가능한데, 정당 활동 차원이라고 하면 광고를 규제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짚었다. 이어 “우리가 혐오표현 논의를 시작하게 된 지 10년 정도 됐는데, 옥외광고물법 자체가 그 전에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지금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에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며 “이 법률이 혐오 표현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구체적인 대책도 제시했다. 그는 “규제를 할 수 있는 기초 단체가 공정하게, 또는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심의기구를 마련한다거나 이런 것도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며 “기존의 정치권에서 혐오 표현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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