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이 남국에 갔다면 이곳이 율도국이었을까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내륙엔 공룡시대 식물·장쾌한 폭포
바다엔 제주닮은 돌담·꽃게탕 상차림
첫 기록, 조선왕조실록…친근감 솟아
예로부터 우리가 ‘유구왕국’으로 부르던 오키나와현에는 본섬 외에 이시가키시(市), 미야코지마시, 야에야마군(郡) 산하에 이리오모테, 타케토미, 유부, 하토마, 고하마, 다라마, 미야코, 요나구니 등 크고 작은 부속 섬(지마 또는 시마)을 거느린다.
주지하다시피, 오키나와현의 섬들은 한국, 중국, 대만, 미국, 일본 5개국의 영향을 차례로 받았다. 고려의 도움으로 왕국의 틀을 갖추었고, 조선 초-중기까지 우리에게 조공을 했으며, 여러 정황상 허균의 홍길동전에 나오는 이상향 ‘율도국’의 모델로 추정될 정도로 자연과 인심이 아름다운 곳이다.
야에야마 제도에서 가장 큰 섬 이리오모테는 천혜의 자연을 탐험하고, 레포츠와 현지 미식를 즐기는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이다. 섬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다.
4월초 부터 인천발 진에어 직항편이 개설된 이시가키시 선착장에서 페리호를 타고 40여분 달리면 이리오모테 섬에 닿는다. 비행기로 도쿄 보다 인천이 빨라 2시간 30분이면 이시가키에 도착하고, 오키나와 본섬 보다 대만이 훨씬 가깝다.
이리오모테 호텔 바이 호시노의 자연유산여행 프로그램에 다국어 가이드로 참여하는 주민 전문가들은 정글·폭포투어, 꽃지 닮은 바위섬이 있는 호텔 앞 쓰키가하마 해변과 숲 해설 투어, 맹그로브 숲 카약탐험을 안내한다. 아울러 유네스코 유산 클래스도 진행한다. 어른 무릎 높이의 얕은 바닷물에 물소 달구지가 가면서 유부섬로 가는 프로그램은 세상어디에도 없는, ‘달구지 타고 바다를 건너는 여행’이다.
이리오모테-이시가키를 묶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했는데, 이시가키섬에서 가까운 가비라만에서 다이빙, 스노클링 레포츠를 할 때, 산호숲과 열대어 사이에서 만타가오리(Manta ray)를 만나는 행운도 얻는다. 너비가 7~8m로 넓적한 모포가 둥둥 떠다니는 것 처럼 유영한다. 스페인어로 모포가 만타이다. 성격이 온순하고 플랑크톤이 주식이라 사람을 만나도 특유의 미소 띤 표정으로 바라본다. 걱정 없이 80년 이상 장수하니, 한국 근해에 살았다면 십장생에 들었을 것이다.
즐거운 여행이 끝나면 호텔측은 무제한 주류에 꽃게탕 등 현지식과 동아시아 음식을 차려놓고 여행자를 기다린다. 최근들어 증가하고 있는 한국인 여행자들은 이리오모테 여행의 만족감에 겨워, 춘향가를 패러디해 한 곡조 뽑는다. “이리~오모테, 업고 놀자”고.
이리오모테 호텔 바이 호시노가 지역민과의 상생 차원에서 만든 여행 중 게다 폭포 정글탐험은 북부지역 비나이사라폭포가 보이는 방조제형 대교 동단에서 시작한다. 습지에서 큰 몸을 지탱하려는 나무의 땅 위 뿌리 ‘판근’들, 주라기시대 이후 살았던 히타게헤고 나무의 특별한 문양도 만난다. 우리나라 짱둥어 보다 약간 작은 머드스키퍼가 습지에서 노닌다.
게다폭포는 네 줄기로 병풍처럼 옥수를 쏟아내며 트레킹족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다. 생태계 오염 자연치유 식물 맹글로브의 새 생명들이 습지를 비집고 일어나는 풍경은 올라갈 때 못보았지만, 하산할 때 보았다.
자전거 하이킹으로 섬을 둘러본다. 섬 서쪽 우라우치강위 대교를 지나 포내천하구전망대에서 하구를 내려다보면서 아열대의 건강한 식생과 강, 바다를 한꺼번에 조망하고, 카야킹 여행객들과 손인사를 나눈다.
이곳에서 조나어촌쪽으로 가는 길목에 재미있는 표식을 만난다. 이 마을 경도가 동경123도45분6789초로 자연수 순차나열이다. 물소가 논을 갈고 두루미가 한가로이 노니는 풍경을 지나 조나어촌에 가면 제주식 돌담 마을이 나오고, 짤막한 해식동굴이 귀여운 노을 맛집 해변과 이리오모테섬의 두 개 민요를 적어놓은 노래비가 반긴다.
이다비치는 신(神)이 빚어낸 자연조각품 기암괴석 옆에서 장판같은 에메랄드빛 물결을 스노클링, 패드보드로 즐기는 곳이다. 해변옆 정글에는 일본에서 가장 크다는 흰색 나비가 꽃과 밀당하면서 노닐고 있었다.
이리오모테 주민과 호시노 호텔은 세계자연유산의 매력 알리기, 아이리오모테 고양이들의 보존, 지속 가능한 관광 관광시스템 구축에 뜻을 같이 했다. 이 섬, 대부분의 도로가 고양이의 안전을 위해 차량 시속 40㎞를 넘지 않도록 했다.
이밖에 해변구역에서는 스파클링와인과 함께하는 노을감상, 정글구역에선 숲속도서관 체험과 숲해설, 맹글로브구역에선 하루 세번 카약 탐험을 진행한다. 139개 객실이 모두 오션뷰인 호시노 이리오모테는 섬 주민과 함께 상생의 여행을 안내하는 허브임에도 가성비가 매우 높다. 뷔페에선 가마이(야생멧돼지)와 가자미(파란색 게) 등 현지요리, 호텔셰프가 개발한 부드러운 갈색 달콤토스트(조식)를 내어온다. 호텔 음식만 먹지 말고 주민 식당도 이용하라며 동네식당 리스트도 제공한다.
영종도 보다 약간 큰 이리오모테섬에 무려 40개의 강이 있고, 폭포도 많다. 게다 폭포는 큰길가에서 30여분, 구라폭포는 15분, 긴 턱수염이라는 뜻의 55m 높이 비나이사라 폭포는 1시간 가량의 트레킹으로 만날 수 있다. 자유여행은 사실상 어렵고, 호텔 투숙과 연계한 투어프로그램을 주로 이용한다.
이리오모테에 언제 때부터 사람이 정착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첫 기록은 15세기 조선왕조실록(제주도민표류기)이다. 이 먼 곳에 대한 유일한 옛 기록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에 와락 친근감이 샘솟는다.
이리오모테(일본)=함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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