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만→51억원” ‘엔비디아 장투=돈 복사’ 이젠 옛말…종가 100弗 붕괴 [투자360]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지난해 전 세계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종가 기준 100달러 선이 또 한번 무너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글로벌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반도체 섹터가 맞고 있는 가운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치적 독립성마저 위협받고 있는 점이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단 분석이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51% 하락한 96.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8일 이후 13일만에 종가 기준 100달러선이 다시 붕괴했다.
이날 주가는 장 시작부터 100달러선을 내준 뒤 회복하지 못했다. 다만, 장중 약 6%까지 떨어졌던 것에 비해서는 낙폭은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H20 칩에 대한 중국 수출 규제 여파가 지속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엔비디아는 이제 AI 개발을 둘러싼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 사이에 끼이게 된 셈이 됐다”며 “AI 컴퓨팅 분야에서 엔비디아 입지는 매우 강력해 하위 사양 칩조차도 수요가 넘쳐나지만, 미·중 간 무역전쟁에서 이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모건스탠리 분석가 조 무어는 H20 칩의 성능이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엔비디아의 최고급 칩이었던 H100 시리즈에 비해 약 75% 낮다고 분석했다. WSJ은 이어 “성능이 낮은 칩조차도 중국 시장에 판매하지 못하게 된 것은 무역전쟁이 엔비디아의 비즈니스를 얼마나 흔들 것인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매출에서 H20 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이번 수출 규제 강화로 엔비디아가 앞으로 계속 월가의 기대를 넘기고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해 나가는 데에는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망했다.
엔비디아는 H20 칩을 중국에 사실상 수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55억달러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미중 통상전쟁 격화로 인한 영향이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 업계의 실적에 수치로 반영되기 시작했단 소식도 주가엔 악재다.
엔비디아는 미 행정부의 H20칩 대중(對中) 수출 규제 강화로 중국 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지면서 회계연도 1분기(2∼4월)에 발생할 손실을 55억달러(약 7조8000억원)로 예상했다. 올해 1분기 미국의 수출 규제 강화를 앞두고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중국 IT 기업들의 칩 주문이 급증했기에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난처한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는 엔비디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기업인 네덜란드 ASML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수주액은 39억4000만유로(약 6조3000억원)로,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평균 48억2000만유로에 못 미쳤다. 또 ASML은 올해 2분기 매출총이익률을 50∼53%로 전망하면서, 관세 영향의 불확실성을 고려해 전망치 폭을 평소보다 크게 잡았다고 밝혔다.
이런 흐름과 관련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발표에서 “최근 관세 발표로 거시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상황은 한동안 역동적으로 유지될 것”이라고 짚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슈퍼 을(乙)’ 업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ASML 장비를 사용하는 고객사인 만큼 ASML 실적은 반도체 업황 풍향계로도 통한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장비·부품 관세 우려로 전방 수요 위축 가능성도 언급된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히는 AMD도 AI 칩 MI308이 중국 수출 허가 품목이 되면서 수출길이 막혀 8억달러(약 1조1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미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 AMD 주가도 21일(현지시간) 2.80%, 2.56%, 2.22% 각각 하락했다.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2.10%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압박한 것도 엔비디아를 비롯해 미 증시 대형 기술주를 크게 흔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금리를 선제적으로 인하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며 파월 의장을 재차 압박했다. 이어 파월 의장이 금리 인하가 필요한 시기에 뒤늦게 대처하다 작년 11월 대선을 앞두고는 민주당 대선 후보를 돕기 위해 예외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고 주장했다.
웨드부시 증권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백악관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뉴스가 업계와 투자자들에 혼란을 주고 있으며, 기업들이 공급망과 재고, 수요 계획을 세우는 데 엄청난 불확실성과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AP 통신은 “이번 주부터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시작되는 가운데 이들 기업은 도널드 트럼프 취임 후 예상치 못한 불확실성과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며 “끝나지 않은 무역 전쟁의 그림자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빅테크를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엔비디아 주가가 최고점(149.43달러, 1월 6일) 대비 35.15%나 내려 앉으면서 많은 서학개미(미국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들이 물린 상황에 놓였다. 이에 과거 엔비디아 장투로 큰 수익을 거뒀다는 걸 인증한 온라인 게시물이 다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인 A 씨는 지난 1월 소셜미디어(SNS)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오늘 보유한 지 11년째인 엔비디아가 350배인 5억 엔을 달성했다”며 엔비디아 주식 계좌 사진을 올렸다.
앞서 그는 2013년 엔비디아 주식이 주당 0.56달러였을 때 144만3800엔(약 1456만원)을 투자해 2만 1400주를 매입했다.
게시물 작성 당시 엔비디아 주가는 149달러로 올랐고, 이에 따라 A 씨의 평가 손익은 약 5억324만엔(약 50억7417만원)에 달했다. 수익률은 약 3만5000%, 총평가액은 5억467만엔(약 50억8859만원)이었다.
그렇게 A 씨는 350배에 달하는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지난해 10월 15일에는 “엔비디아 보유 10년 차인 현재, 약 150만엔의 300배인 4억4000만엔을 달성했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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