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동결 최우선…한국, 북미대화 재개 촉진자 돼라”

이제훈 기자 2025. 4. 2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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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 재시동 해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트럼프의 재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지난해 9월과 트럼프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하순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핵물질생산기지’를 공개 방문해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며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①‘북핵 동결’ 환경 조성 ②한국의 자율적 외교 공간 확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략 목표를 다시 궤도에 올리려면 새 정부 집권 초 두가지 과제에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다수의 전직 고위관료와 원로들이 조언한다.

한반도 핵 문제는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해왔다. 북한의 “핵무기 고도화” 헌법 명시(4장 58조) 등 핵 포기 불가 선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활동 종료(2024년 4월30일) 등 북핵 대응 국제 공조틀 붕괴,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2023년 1월11일)는 주장을 포함한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 따위가 뒤엉킨 탓이다.

하지만 이런 ‘비핵화 무력감’을 떨치는 데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함께 한국 새 정부의 출범은 반전의 도약대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이 많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취임 직후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똑똑한 친구”(smart guy)라고 하면서 “김정은과 관계를 맺겠다”는 대화 신호를 지속적으로 발신하고 있다. 다만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고, 북·미의 인식 차도 크다. 예컨대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의 재선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지난해 9월과 트럼프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하순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핵물질생산기지’를 공개 방문해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며 “핵방패의 부단한 강화”를 거듭 강조했다. ‘비핵화는 꿈도 꾸지 말라’는 선 긋기이자 협상 문턱 높이기다.

주목할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새로운 핵 해법의 얼개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사실이다. 그는 재선 임기 시작 뒤 첫 국제회의 연설인 지난 1월23일 다보스포럼 화상연설에서 세계 3대 핵 강국인 미국·러시아·중국의 “비핵화(denuclearize)가 매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미·러·중 핵군축 협상을 공개 제안했다. 이어 지난 3월13일 나토 사무총장과 백악관 만남 뒤 기자회견에서는 북한·인도·파키스탄 등 비공인 ‘핵무장국’을 미·러·중 핵군축 협상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요컨대 미·러·중 3국이 주도하는 핵군축 협상에 북한을 참여시키는 방식을 새 북핵 해법으로 제시한 셈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2월7일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가 여전히 공식 최종 목표라고 단서를 달긴 했다.

2018년 6월18일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김정은의 ‘비핵화 불가’ 선언과 트럼프의 ‘핵군축 협상’ 제안은, 6·3 대선 이후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대통령이 맞닥뜨릴 핵 문제의 핵심 환경이다. 여러 전직 고위 인사들은 “김정은과 트럼프의 수싸움 와중에 한국이 왕따가 되지 않도록 자율적 외교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며 몇가지 당부를 덧붙였다.

우선 비핵화를 앞세우지 않은 ‘스몰딜’(중간단계 합의)과 ‘한국 패싱’을 우려해 북-미 협상에 반대하지 말고, 북-미 협상의 촉진자·협력자로 궤도에 올라타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핵화를 하자면 일단 북한의 핵 활동을 멈춰 세워야 하는 만큼, 동결 환경 조성에 외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북-미 핵협상과 남북 재래식 군비 통제 협상의 병행 추진이다. 그러자면 ‘핵동결·비핵화’ 협상에 필요한 대북 상응조처, 예컨대 한-미 연합훈련 조정과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스냅백) 등을 미국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남북관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셋째, ‘북핵 문제’는 “미-북 적대 관계의 산물”(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이니, ‘동결→감축→폐기’로 이어지는 3단계 핵 문제 해결 과정을 한반도 임시군사정전체제의 항구적 평화체제 전환(2018년 4·27 판문점선언 3조, 6·12 북-미 공동성명 2조)을 포함한 동북아 냉전구조 해체 작업과 병행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러 원로들은 “‘핵 무력감’에 올라탄 일각의 자체 핵무장 주장은 북핵 문제 해결과 핵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 구상에 치명적인 만큼 단호한 선 긋기와 사려 깊은 대처를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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