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은 답답해"… 굴다리와 하천으로 나온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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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대전 중구 산성동의 한 다리 밑에서 만난 유영안(80) 씨에게 이곳에 나온 이유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유등천을 따라 마련된 산책로 옆 굴다리 공간은 과거 수년간 노인 도박이 자주 벌어져 지역 사회에서 문제가 됐던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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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회관보다 친화형 야외공간 등 선호
하천 부지 직접 파내 임시 골프장 조성
“관계 지속성 없고 자유로워 부담 덜해”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경로당은 답답해서 잘 안 가. 그렇다고 집에만 있기엔 더 답답하잖아. 그냥 나와서 친구들하고 얘기나 하는 거지…"
20일 오후 대전 중구 산성동의 한 다리 밑에서 만난 유영안(80) 씨에게 이곳에 나온 이유에 대해 묻자 이같이 말했다.
유등천을 따라 마련된 산책로 옆 굴다리 공간은 과거 수년간 노인 도박이 자주 벌어져 지역 사회에서 문제가 됐던 곳이기도 하다.
관리 당국의 지속적인 계도 활동으로 규모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노인 여러 명이 삼삼오오 모여 장기와 화투 등으로 시간을 보내며 일상 공간으로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이날 만난 노인 대부분은 "집에만 있기는 싫고, 경로당은 답답하다"며 자연스럽게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친구와 함께 담소를 나누던 정모(68) 씨는 "공원이나 산책로를 돌다 보면 앉아 쉴 수 있는 편한 벤치 하나 찾기 힘들다"며 "노인들이 쉴 곳이 없다 보니 이렇게 굴다리 밑에 의자를 하나둘 가져다 놓고 모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굴다리 밑 한편엔 어르신들이 여기저기서 가져온 의자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관리 되지 않은 임시 공간이지만, 노인들에게는 복지회관보다는 유연하고 열려 있는 야외공간이 더 매력적인 셈이다.
지역 내 노인 인구는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지만, 이들이 편하게 머무를 수 있는 야외 공간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대전시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2022년 23만 2976명(15.9%)였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지난해 25만 9605명(17.7%)으로 늘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고령화가 시작된 지금, 노인을 위한 친화형 야외공간과 실질적인 복지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같은 날 대전 유성구 갑천 인근 산책로에서도 유사한 모습이 발견됐다. 최근 고령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파크골프장이 보수 공사로 임시 폐쇄되자, 노인들이 근처 하천 부지에 땅을 직접 파내 임시 골프장을 만들어 이용하고 있었다.
정비되지 않은 잔디밭에는 손수 만든 듯한 깃대가 박혀 있었고, 발길이 잦았던 듯 구역마다 잔디가 눕거나 파인 흔적이 역력했다.
무단 파크골프장에서 만난 노인들은 최근 파크골프의 인기가 높아 정식 골프장이 있어도 사람이 몰려 이렇게라도 즐긴다고 설명하며 파크골프 흥행 이유에 대해 '자유로움'을 꼽았다.
일주일에 5회 이상 파크골프를 친다는 국중선(73) 씨는 "일단 파크골프를 치며 운동이 되니까 계속 치게 되는 것도 있는데, 여기서는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그냥 함께 즐긴다"며 "관계 지속성이 없고 자유롭게 치다 보니 복지 프로그램 이런 것보다 부담이 굉장히 적다"고 설명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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