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LG엔솔, 美시카고에서 BTC 여는 이유는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이 미국 현지에서 글로벌 우수인재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대표 기업이 나란히 미국 주요 대학을 무대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배터리 기업의 인재 확보가 왜 기술 패권과 연결되나요?"
LG에너지솔루션이 오는 26일(현지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글로벌 우수 인재 채용 행사인 'BTC(Battery Tech Conference)'를 개최합니다. BTC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인재를 확보해 배터리 산업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진행하는 LG에너지솔루션 단독 주관의 글로벌 채용 프로그램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BTC를 매년 미국에서 여는 이유는, 미국이 기초과학부터 응용연구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가 모여 있는 '글로벌 인재 허브'이기 때문입니다. MIT, 코넬, 스탠퍼드 등 유수의 대학과 국립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단일 국가 기준 가장 많은 첨단기술 분야 석·박사급 인재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BTC 개최지로 2023년 샌프란시스코, 지난해 뉴욕에 이어 올해 시카고를 선택한 것도 북미 전역의 인재를 아우르기 위한 전략적 행보입니다. 시카고는 미국 중부에 위치해 동·서부를 포함한 각지의 석·박사 인재들이 접근하기 용이한 데다 아르곤국립연구소 등 세계적 수준의 배터리 연구기관이 밀집한 지역입니다.
이번 행사에도 MIT와 코넬 등 미국 최고 대학과 연구소에서 선발된 석박사 인재들 약 40명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MIT의 경우 재료공학, 전기화학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성과를 내고 있으며 스타트업 배출도 활발해 기술 상용화 마인드가 강한 인재들이 많습니다. 코넬대 역시 기초과학과 소재분석 역량이 뛰어나 차세대 배터리 셀 설계와 수명 개선 등 실용 개술 개발에 투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목할 점은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이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2년 연속 BTC에 직접 참석한다는 점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CEO로서 글로벌 채용 현장에 직접 나선 건 김 사장이 처음입니다. 글로벌 인재 확보를 단순한 인사가 아닌 미래 기술 경쟁력 확보의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행보와 의지로 평가됩니다.
김 사장은 올해 이 자리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미래와 비전을 직접 소개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석박사급 배터리 인재들과 격의 없는 소통에도 나설 계획입니다. 인재들 역시 기업의 비전과 조직문화, 성장 기회를 중시하는 만큼 이번 BTC가 LG에너지솔루션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국 배터리 1위 업체인 CATL도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 미시간대학교, 카네기멜론대, 일리노이대, UC버클리 등 미국 내 대표 공대 중심의 대학을 순회하며 '2025년 채용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미시간대학은 포드, GM 등과 밀접한 산학연계로 유명하며 카네기멜론대는 로보틱스·AI·소프트웨어 공학의 세계적 명성을 갖춰 국방부 등과의 프로젝트 수행 경험이 풍부합니다.
CATL은 여러 대학을 직접 찾아다니며 학생들을 광범위하게 접촉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채용 슬로건으로 'CATL과 함께, 세계와 함께, 탄소중립의 새로운 시대를 엽니다'를 내걸고 설명회에 처음 등장한 인재에에도 면접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채용 연계 프로그램은 물론 기술 설명회를 병행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CATL이 각각 한국과 중국을 대표해 미국 인재 선점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단순 채용을 넘어 기술 패권을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해외에서 뽑으려는 인재는 기술 혁신을 위한 고급 연구인력인데 배터리 산업 혁신이 중장기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박철완 서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연구개발 인력이 국내 대학 출신인력으로는 현저히 부족합니다"라며 "최근 국내에 배터리학과 등이 신설되기도 했지만 수요에 비해 박사급의 공급이 현저히 부족한데 공장은 늘어나고 과제도 많아지고 있니 미국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우리나라 배터리 산업은 실제 양산·공정·제품화에서는 미국·유럽보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미국은 기초과학 등의 학문적 기반이 강하고 세계적 명문대가 많은 구조입니다. 배터리 전공이 아니어도 물리·화학·수학 등 기초과학에 기반한 연구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이 많은 곳을 찾는 것입니다.
당장 배터리를 만들 사람보다 미래 기술 기반을 설계하고 해석할 수 있는 인재 확보를 위해선 미국이 최적이라는 설명이다. CATL 역시 지난 10~20년간 과학기술 R&D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고 수치상으로는 세계 2위 수준의 논문 발표와 R&D 규모를 달성했지만 같은 이유로 미국 채용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다만 CATL이 미국 현지에서 인재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본사로의 전환 배치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입니다. 미중 갈등과 안보 이슈, 문화적 거리감 등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 국적 인재들이 중국 본토에서 근무하는 데는 제한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CATL의 미국 채용도 기본적으로 중국계 인재나 중국과 가까운 아시아계 출신 인재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대학 시스템은 글로벌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중국과 동남아, 중동 등 다양한 배경의 우수한 인재를 CATL이 자연스럽게 접촉하고 유치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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