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부인' 尹에 일침한 군인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尹 "계엄은 가치중립, 칼 썼다고 살인인가"
조성현 1경비단장·김형기 특전대대장 증인
'국회의원 끌어내라' 지시 두고 공방 이어져
김 대대장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군인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 사건 재판 증인으로 나온 군인들을 향해 윤 전 대통령 측은 증언 '흠집내기'에 힘썼지만, 이들은 '의원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일관되게 말했다. 적극적인 임무 수행을 하지 않았기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도 했다.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졸거나 침묵을 이어가던 윤 전 대통령은 오후 5시가 넘어서 약 8분간 직접 발언에 나섰다. 그는 "'칼'을 썼다고 해 무조건 '살인'이 아니듯 민주 헌정질서를 무너뜨리고 헌법기관을 동시에 무력화하고 장악해야 '내란' 관점에서 재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끌어내라' 지시 가능하냐…"불가능하면 왜?"
조 단장은 계엄 당일 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에 진입해 국회의원을 외부로 끌어내라는 지시를 명시적으로 받았다고 재차 증언했다. 지시를 받은 조 단장은 사령관에게 재고를 요청했고 국회로 넘어오는 후속부대가 서강대교 북단을 넘지 않도록 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가 '끌어내라 지시'가 가능하냐고 따져 묻자, 조 단장은 "불가능한 지시를 왜 내리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계속해 '정당성을 떠나 군사 작전적으로 가능했느냐'고 질의하자 "그게 군사 작전적으로 할 지시입니까. 그 상황에서 임무를 받고 '이상 없습니다'라고 할 사람이 있겠느냐"라고 맞받았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흐려지는 것 아닌가"라고 공격했고, 조 단장은 "특정 기억은 더 또렷해질 수 있단 걸 알았다"고 받아쳤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또 "계엄을 막은 군인으로 칭송받고 있다"며 "군 지휘계통 군인은 모두 기소되거나 징계받았는데, 증인은 그렇지 않다"며 압박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변론에서 흔들림 없이 증언을 이어 가던 조 단장을 향해 "의인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비꼬았던 상황과 마찬가지로 '증인 흔들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尹발언 부메랑으로
김형기 대대장 역시 이날 출석해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으로부터 '국회 담을 넘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이를 '윤 전 대통령의 지시라고 이해했냐'는 취지의 질문에 "여단장이 곽종근 전 특수전 사령관과 전화했고, 정확하게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고 답했다.
김 대대장은 증인 신문 말미에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2003년 이등병으로 입대해 군생활 23년차가 됐다고 말하며 "조직에 충성해왔고, 그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다"고 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2013년 검사 시절 윤 전 대통령의 존재감을 대중에 각인시킨 발언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수사 당시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췻선의 부당한 수사 지휘를 폭로한 바 있다.
김 대대장은 미리 준비해 온 발언을 읽어 내려가며 "12월 4일 받은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겠나. 저는 조직에 충성하겠다"며 "제 부하들은 아무것도 안 했고 그 덕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덕분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상급자 명령에 복종하는 건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을 때 국한 된다"며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 달라"고 말했다.
김 대대장은 '질서 유지'를 위해 군경을 투입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과 달리, "질서유지는 우리 군의 임무가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질서 유지하는데 총을 왜 가져갑니까?"라고 반문하기도 해 방청석에서도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를 의식한 듯 윤 전 대통령은 재판 말미에 "계엄이 선포되면 군인이 질서유지하는게 원칙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병력들이 흥분한 상태였다. 들어가서 (의원들을)'끄집어내라'고 했다면 그대로 이행했을 것"이라며 소극적 임무 수행으로 계엄 당일 밤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았었다고 증언했다. "만약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병력이 움직였다면 '폭동'과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부에서 최초로 내려온 명령은 "실탄과 공포탄을 지급하라"는 것이었다면서 "탄약고 담당자가 비상소집 명령을 하달 받지 못했다"며 탄약고를 열 수가 없어 챙기지 못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졸다가 눈 떠 강변 尹 "내란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이 형사 법정에 선 모습이 이날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7분쯤 구속 피고인 등이 들어오는 피고인 전용 통로를 통해 법정에 들어선 뒤 둘째 줄 가장 안쪽자리 피고인석에 앉았다. 촬영을 위해 플래시가 터지기도 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카메라를 쳐다보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문 채 맞은편 검사석을 응시했다.
증인 신문 과정에서 입을 열지 않던 윤 전 대통령은 재판 시작 7시간을 넘겨 비상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는 논리를 재차 폈다. 그는 계엄령을 '칼'에 비유했다. "계엄은 가치중립적이고 하나의 법적 수단에 불과하다"며 "칼과 같다고도 할 수 있다. 칼을 썼다고 무조건 살인이라는 식으로 도식적으로 보면 안 된다"고 강변했다.
비상 계엄 선포 그 자체를 '내란죄'로 연결할 수 없다는 논리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에서 보듯 아무도 다치거나 유혈사태가 없었고 처음부터 그걸 감안해 실무장 시키지 않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기일 일정을 올해 12월까지 미리 정했다. 윤 전 대통령의 다음 재판은 다음 달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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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임민정 기자 fores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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