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 대통령들의 '개버린' [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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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 반려견 문화가 급성장하며 한국에서도 대통령의 개 사랑이 회자되곤 했다.
□ 개 사랑으로 이름 난 윤석열 전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개든, 판다든, 호랑이든, 생명을 이벤트용 선물로 주고받고 필요 없어지면 반납하는 '동물 외교'를 그만 둘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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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개에 대한 인간의 사랑은 선택적이며 간사하다. 역사적으로 그랬다. 역사학자 이종식의 책 ‘벌거벗은 동물사’에 따르면, 중세 유럽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건 왕족과 성직자의 특권이었다. ‘개 사랑’은 엘리트 교양으로 여겨졌다. 이후 계급상승 열망을 개에 투영한 중산층도 반려견을 키웠다. 모든 개가 사랑받은 건 아니다. 주인 없는 개는 박멸 대상이었다. 거리에서 총, 칼로 죽이는 게 합법이었고 집단도살을 위한 살처분장까지 있었다.
□ 반려견 문화가 급성장하며 한국에서도 대통령의 개 사랑이 회자되곤 했다. 결말은 좋지 않았다.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키우던 진돗개들을 두고 사저로 이사했다. 매정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가세했다. “버려진 개들이 안타깝다. 대선 출마만 안 했다면 키우고 싶은 마음이다.” 말의 화살은 퇴임한 문 전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받은 풍산개 ‘곰이’와 ‘송강이’를 사저에서 키우는 대신 동물원에 맡겼다. 보수진영은 진통제 ‘게보린’을 따 “애견 대통령의 '개버린'”이라고 조롱했다.
□ 개 사랑으로 이름 난 윤석열 전 대통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강아지는 키우던 주인이 계속 키워야 한다.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나한테 준다면 잘 키우고…” 그래서 달랐을까.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투르크메니스탄 방문 때 생후 40일 된 현지 국견 두 마리를 선물받아 ‘해피’와 ‘조이’라 이름 짓고 관저에서 키웠다. 초원에서 가축을 지키는 대형견이라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고 활동량도 많았다. 5개월 만에 동물원으로 보냈다. 사저로 돌아간 이후에도 찾아 갈 계획은 없다고 한다.
□ 남의 ‘개버린’은 비판하고, 나의 ‘개버린’은 합리화하는 대통령들의 악순환이랄까. 개든, 판다든, 호랑이든, 생명을 이벤트용 선물로 주고받고 필요 없어지면 반납하는 ‘동물 외교’를 그만 둘 때가 됐다. ‘개 먹는 문화 종식’에 열심이었던 김건희 여사가 강아지를 선물로 받지 않겠다고 사양했다면 어땠을까. ‘해피’와 ‘조이’는 ‘대한민국 국가기록물’로 분류된 채 기후도, 환경도 맞지 않는 곳에서 사는 지금보다 행복할 것이다.
최문선 논설위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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