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통역사는 뿌듯했다 "청각장애인이 공연의 감동 느꼈으니까"

문지수 2025. 4. 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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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 평택에 있는 한 특수학교 강당.

이에 공인수어통역 전문 업체 '잘함'에서각종 공연에 수어통역사를 파견한다.

공연예술 수어통역은 일반 수어통역과 받는 비용은 비슷한 데 반해 시간과 노력은 훨씬 많이 든다.

수어통역사 이수현(34)씨는 "1시간 공연을 위해 적게는 1주일에서 많게는 3개월까지 쉬는 날 없이 나와 연습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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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수어통역사 '잘함' 인터뷰]
농인이 공연 즐기려면 '수어통역' 필수
1시간 공연에 일주일에서 3개월 연습
함께 연습하며 실수 줄이고 새로 배워
끝없는 열정의 원천 '두려움'과 '즐거움'
16일 경기 평택 사립특수학교에서 김홍남(왼쪽) 수어통역사와 배우들이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16일 경기 평택에 있는 한 특수학교 강당. 곧 시작될 뮤지컬을 보기 위해 학생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곧이어 강당 천장 등이 꺼지고 무대 위 조명이 환히 켜지자 객석에서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그런데 여느 공연과 하나 다른 점이 있었다. 청각장애 학생들도 공연을 불편 없이 즐길 수 있도록 5명의 수어통역사가 무대 위에 함께 오른 것이다. 이 학교엔 청각 및 지적, 자폐 장애를 지닌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71명의 학생들이 다니는데 이 중 16명이 청각장애인이다.

"가장 뿌듯한 순간은 오늘처럼 농인(수화 언어를 일상어로 쓰는 청각장애인) 관객들이 많을 때입니다."

공연이 끝난 뒤 만난 수어통역사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짧게는 3년부터 길게는 15년까지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공연예술 수어통역을 해온 '베테랑'들이다.

사실 일반적인 공연에선 배우나 가수 외에 사람은 무대 위에 오르지 않는다. 필요한 경우 자막으로 대체한다. 그러나 농인은 수어(시각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기 때문에 음성언어를 글로 옮긴 자막만으로는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청인(청각장애가 없는 이들을 뜻하는 표현) 입장에서 외국어 자막이 나오는 외국 영화를 보는 것과 같다. 이에 공인수어통역 전문 업체 '잘함'에서각종 공연에 수어통역사를 파견한다. 수어통역사이자 잘함 대표를 맡고 있는 김홍남(52)씨는 "청각장애인도 언제 어디서든 좋아하는 공연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16일 경기 평택의 한 사립특수학교에서 유민지(맨 왼쪽), 김도희(왼쪽 두 번째) 수어통역사와 배우들이 어린이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공연예술 수어통역은 일반 수어통역과 받는 비용은 비슷한 데 반해 시간과 노력은 훨씬 많이 든다. 뉴스나 연설은 일상 표현을 수어로 전달하지만 공연예술은 배우들의 모습, 표정, 동작, 동선까지 모두 비슷하게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김홍남 대표는 "대사나 가사는 중의적일 때가 많아 번역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어통역사 이수현(34)씨는 "1시간 공연을 위해 적게는 1주일에서 많게는 3개월까지 쉬는 날 없이 나와 연습한다"고 했다.

연습도 각자 하는 게 아니라 늘 함께 소화한다. 김도희(25)씨는 "수어에 능숙한 사람들 수가 적다보니 잘못된 수어를 계속 쓸 수 있는데, 같이 연습하면 오류를 줄일 수 있어 좋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유행어나 최신 아이돌 노래 번역은 오히려 내가 젊은 'MZ선생님'들에게 배운다"고 웃었다. 이날 역시 뮤지컬이 시작되기 직전까지 5명의 수어통역사는 무대 한쪽에서 계속 동작을 맞췄다.

16일 경기 평택의 한 사립특수학교에서 공인수어통역 '잘함' 수어통역사들이 뮤지컬 공연 시작 전 “기쁨, 사랑, 행복, 희망을 원해요”라는 의미의 수어 동작을 취하고 있다. 김홍남(왼쪽 뒤부터 시계방향) 정지은 이수현 유민지 김도현 수어통역사. 정다빈 기자

이들이 쉬는 날까지 반납해가며 연습에 열중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정지은(44)씨는 "다 완성된 공연을 내가 망치면 안 된다는 마음에 계속 연습하러 나온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더 큰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즐거움'이다. 4년 전 처음 연극통역에 매료돼 일반 통역 회사를 다니다 돌아왔다는 유민지(32)씨는 "이 일을 하면서 내가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힘줘 말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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