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제가 이렇게 인기 있어요?"...첫 내한공연서 깜짝 놀란 일본 가수 아이묭

“(일본어로) 실은 모두에게 비밀로 한 게 있어요. (한국어로) 사실은 1년 정도 한국어 공부했어요. 작년 5월부터 배우고 있어요. 밴드 멤버에게도 스태프에게도 비밀이었어요. 깜짝 놀랐어? 혼또니(정말) 어려워요.”
일본 인기 싱어송라이터 아이묭(본명 모라이 아이미·30)의 깜짝 고백에 국내 팬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중학생 시절 K팝에 푹 빠져 한국인 같은 이름을 본명 뒤에 붙인 ‘아이묭’이란 별명을 얻었던 그이기에 팬들은 뜻밖의 한국어에 더욱 뜨겁게 환호를 보냈다. 내한공연 첫날 객석의 대다수는 우렁찬 함성으로 애정을 드러낸 20, 30대 남성 팬들이었다.
19, 20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데뷔 10년 만에 첫 내한공연을 펼친 아이묭은 관객과 소통은 물론 라이브 실력까지 흠잡을 데 없는 퍼포먼스로 이틀간 총 1만6,000여 팬들을 사로잡았다. 현재 일본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인기 가수이자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J팝 가수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바로 납득시키는 공연이었다. 실제로 아이묭의 ‘사랑을 전하고 싶다든가(愛を伝えたいだとか)’는 일본 음악으로는 드물게 음원 서비스 멜론 일간 차트 100위 안에 오를 정도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고, 이날 ‘떼창’을 이끌어낸 ‘너는 록을 듣지 않아(君はロックを聴かない)'도 FC서울의 응원가로 쓰이며 널리 알려졌다.

아이묭의 공연은 단촐하다. 연주자와 악기, 조명 외에 별다른 특수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대형 LED 화면이나 화려한 영상도 잘 쓰지 않는다. 음악으로만 승부하겠다는 자신감이다. 국내 공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 아래 무반주의 정적을 깨는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며 시선을 집중시킨 첫 곡 ‘어차피 죽는다면(どうせ死ぬなら)’은 전체 공연의 청사진이었다. 무대 곳곳을 뛰어다니면서도 또렷하고 단단하며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한 보컬, 가수와 한 몸처럼 소리를 내는 통기타, 빈틈없는 소리로 공연장을 꽉 채우는 밴드 연주, 음악에 집중하게 해주는 조명 등 최소한의 요소로 최대한의 효과를 만들어냈다. 아이묭 혼자 기타를 연주하며 부른 ‘가짜(偽物)’에서 어쿠스틱 편성으로 부른 ‘봄날(ハルノヒ)’, 강렬한 록 밴드의 에너지를 폭발시킨 ‘마트로시카(マトリョーシカ)’까지 완급과 강약을 조절하는 연출도 훌륭했다.
아이묭은 엉뚱하면서도 직설적인 매력으로 인기가 높다. ‘죽어/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라면/네 심장을 도려내서/나의 목걸이로 한다면/내가 잠드는 그때까지/너를 느낄 수 있어’라는 과격한 가사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인디 데뷔곡 ‘당신해부순애가~죽어~(貴方解剖純愛歌〜死ね〜)’처럼 독특한 화법의 가사를 쓰기도 하고, 공연에서 재치 넘치는 소통으로 웃음을 안기기도 한다. 이날 공연에서도 ‘나에게 보여줘(私に見せてよ)’를 부르며 ‘뱃살도 나에게 보여줘’라는 가사에 맞춰 자신의 뱃살을 꼬집어 보였고,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 27기에 쓰인 ‘봄날(ハルノヒ)’을 부르고 나선 짱구의 일본 성우 목소리를 흉내내 폭소를 안겼다. ‘돌핀 아파트먼트’라는 투어 제목에서 착안해 로제의 ‘아파트’를 반복해서 부르며 아파트 게임 손동작을 하기도 했다.

같은 날 가까운 거리에서 열렸던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이 그랬듯 아이묭의 첫 내한 콘서트는 관객 친화적인 음악가가 어떻게 공연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지 보여줬다. 내한공연을 하는 가수 중 보기 드물게 영상으로 동시 통역을 선보여 관객과의 거리를 좁혔고, 쌍안경을 LED화면에 연결해 관객들의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어디에서 누구와 왔는지 등을 묻고 대화하며 소극장 같은 친밀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는 “한국에서 이렇게 인기가 많은지 몰랐다”면서 “여러 의미로 많이 떨렸는데 관객 여러분의 목소리를 듣고 흥이 났다. 저의 첫 한국 콘서트인데 이렇게 큰 공연장을 채워줘서 고맙다”고 인사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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