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회용기' 도입 잠실 야구장 "쓰레기 줄이려면 관중 협조 필수"
서울시, 지난해부터 '다회용기' 도입
낮은 회수율 등 실효성 지적 나왔지만,
올해 관중 대부분 안내 잘 지키는 모습
"전국 모든 야구장에 확대돼야"

20일 프로야구 기아와 두산이 맞붙은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은 전석(2만3,750석)이 매진돼 일찌감치 관중석이 꽉 들어찼다. 이들 손에는 야구 관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치킨 빙수 맥주 등 갖가지 먹거리도 들려 있었다. 몇몇 매점은 경기가 시작한 오후 2시가 넘어서도 간식을 사려는 줄이 100m 넘게 이어졌다.
그 덕(?)에 경기 시작 30분 만에 쓰레기통도 꽉 찼다. 수북이 쌓인 음식쓰레기는 악취를 풍겼다. 지난해 사상 처음 1,000만 관중 돌파에 이어 올해도 최단기간 누적 관중 100만 명을 돌파한 프로야구 인기에 비례해 음식쓰레기가 크게 늘어 골칫거리가 됐다.

야구장은 체육시설 가운데 1인당 폐기물 발생량이 가장 많다. 다른 종목보다 경기 시간이 길고, 음식을 사먹으며 관람하는 문화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야구장에서 배출된 폐기물은 3,444톤(t)이었다. 일회용품 사용이 제한되는 식당(식품접객업)이나 집단급식소에 해당하지 않아 일회용 포장 용기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점도 큰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코로나19 당시 경기장 수용 인원의 10~50% 수준만 관중을 입장시키다가 엔데믹(풍토병화)으로 거리두기가 종료된 2022년부터 관중 수도 급증해 문제가 악화했다. 잠실야구장도 △2022년 157만4,777명 △2023년 217만2,199명 △2024년 269만9,267명으로 관중이 매년 50만 명 이상 늘어난 결과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도 △2022년 117.5톤 △2023년 214.4톤 △2024년 233.5톤으로 크게 늘었다.
일회용품 사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서울시는 지난해 4월부터 잠실야구장에 입점한 38개 식음료 매장에 재사용할 수 있는 다회용기 컵·그릇(10종류)을 도입했다. 관중이 다회용기를 되돌려주기 편리하게 구장 곳곳에 반납함 20개(2층 11개, 3층 9개)도 비치했다. 사용된 용기는 시 자활센터가 수거·세척해 다시 쓴다.

다회용기 도입 초기에는 반납하는 회수율이 30%대에 그치고, 일회용품 쓰레기도 크게 줄지 않아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1년이 지나 상당히 자리 잡았다. 이날 경기장에서 만난 두산 팬 박혜준(23)씨는 "다회용기 반납함이 곳곳에 있어 번거롭지 않고, 환경도 보호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다회용기 반납함 주변에서 분홍색 조끼를 입고 안내하는 서울 지역자활센터 직원들도 반납함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관중들에게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분리배출이 안 된 쓰레기를 정리하고, 곳곳에 방치된 다회용기를 곧장 반납함에 담는 것도 이들 몫이었다. 지난해부터 근무한 이장희(65) 서울광역자활청소협동조합 이사장은 "초반에는 계도하느라 바빴는데, 올해는 대부분 시민들이 알아서 반납해 안내 인원이 줄어도 수월하다"며 "쓰레기도 눈에 띄게 줄어 다회용기 사용이 안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매점 중 일회용품과 다회용기를 병행 제공하는 곳이 있고, 테이크아웃 음료잔 등을 외부에서 들고 오는 관중이 많은 탓에 일회용품 쓰레기는 여전하다. 안내 직원 고작 7명이 2만여 관중이 버린 폐기물을 관리하다 보니 경기 중반 이후 쓰레기통 주변은 아수라장이 된다. 한 직원은 "반납함에 모아진 용기를 분리해서 비우고 다시 설치하는 과정을 한 경기에 200차례나 반복한 적도 있다"며 "지난해보단 나아졌어도 경기 종료 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쏟아져 다회용기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의 노력에도 지난해 다회용기 사용은 60만 건, 플라스틱 폐기물은 17톤 감축돼 시의 목표치(80만 건 사용, 24톤 감축)에 못 미쳤다. 다만 잠실야구장 관중 증가율 23%(2023년 217만 명→지난해 269만 명)에 비해 플라스틱 폐기물 증가율은 9% 수준에 그쳐 효과는 분명하다. 시 관계자는 "다회용기 회수율이 지난해 내내 증가해 평균 75%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많은 관중이 일반쓰레기로 버리기 때문에 회수율을 높이려면 관중의 협조가 필수"라며 "다른 구단과 야구장에도 다회용기가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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