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웃을 수 없는 한 장의 사진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김계리·배의철 변호사가 ‘윤 어게인(YOON AGAIN)’ 신당 창당 관련 입장을 밝힌다고 예고했다가 4시간 만에 보류했다. 이 소식에 정치권은 술렁였다. “신당 창당에 윤 전 대통령의 의중이 실린 것이냐”는 시선 때문이었다. 얼마 뒤 윤 전 대통령 측 인사들은 언론에 “윤 전 대통령 뜻은 지금은 힘을 합쳐야 할 때라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신당 창당은 적절치 않다는 뜻으로 해석돼 ‘윤석열 신당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김 변호사는 이틀 만인 지난 19일 윤 전 대통령과 만찬을 했다면서 식당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했다. 김 변호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에서 윤 전 대통령은 김·배 변호사 사이에 앉아 활짝 웃고 있었다. 김 변호사는 “내 손으로 뽑은 나의 첫 대통령 윤버지(윤석열+아버지)”라고 적었다. 자기 이름을 건 신당 창당을 만류했다는 윤 전 대통령이 신당을 추진한 인사들과 식사를 하며 찍은 사진이 공개되자 국민의힘 사람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윤 전 대통령 본심이 무엇이냐”는 뜻이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지해준 청년들을 격려하는 차원일 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그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했던 국민의힘 사람들 중에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민의힘은 지금 탄핵당한 세력이란 멍에를 짊어지고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그런 국민의힘에선 ‘윤석열 신당’ 추진 소식까지 전해지자 그의 탈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던 국민의힘 인사들조차 최근 그의 처신을 두고는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이 이렇다 할 준비도 못 한 채 조기 대선에 내몰리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년 만에 집권의 문 앞에 다가선 지금의 상황은 일차적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 국민의힘 사람들이 사석에서 “윤 전 대통령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위기를 자초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푸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전 대통령은 대선 때 자기를 공격하는 민주당 인사들을 두고 사석에서 “나의 선대본부장”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의힘에선 윤 전 대통령을 두고 “이재명의 선대위원장 같다”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당원인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대표의 집권을 바라는 게 아니라면, 처신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국민의힘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 ‘恨’부터 영웅 서사까지... BTS 무대의상에 담긴 의미
- BTS공연 무사히 마무리, 광화문역 등 밤 10시부터 정상화
- 광화문 광장 메운 BTS의 ‘아리랑’...10만명 아미도 “아라리요”
- SNS도 “황제가 돌아왔다”... 해시태그 1위, 댓글 500만건 돌파
- 김건모 7년만의 서울 콘서트 “그런데 하필 오늘 BTS...”
- “K팝 거물 돌아왔다”…BTS 컴백 공연, 외신들도 실시간 주목
- 공연 후에도 빛난 ‘아미의 질서’…차분한 퇴장·자원봉사까지
- BTS 멤버들의 성지 찾았다... 60대 콜롬비아 ‘아미’의 눈물
- 광화문 아리랑... BTS 열창했다, 세계가 열광했다
- 李대통령, 대전 화재 참사에 “원인 철저규명…끝까지 책임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