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시론┃정치·사회] 어른의 품격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김장하 선생은 경상남도 사천군에서 가난한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만 마친 후 한약방 점원으로 일해야 했다.
일 년에 몇 번 모이는 고3 같은 반 동창들에게 고교 시절은 빠질 수 없는 이야깃거리인데, 김장하 선생의 인생도 거기에 포함된다.
특히 재작년에 선생의 삶을 조명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 가 개봉한 후에는 더더욱 그렇다. 어른>
평생 장학사업, 시민사회 운동과 지역 문화 사업을 후원해 온 선생이었으나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는 일은 극구 외면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경상남도 사천군에서 가난한 집안의 넷째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만 마친 후 한약방 점원으로 일해야 했다. 독학으로 한약사 시험에 합격해 나이 스물에 자신의 호를 딴 남성당한약방을 개업했다.
젊은 한약사가 지은 한약은 저렴하고 약효가 좋다고 입소문이 나 한약방은 큰 성공을 거뒀다. 1970년대 초반에는 인근 도시인 진주로 옮겨 더 큰 재산을 일궜다.
하지만 그는 돈으로 돈을 벌려고 하지 않고 사람에게 투자했다. “돈은 똥과 같아서 모아두면 악취가 진동을 하지만, 골고루 뿌려두면 거름이 된다”는 생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최근 퇴임한 문형배 헌법재판관도 1000명이 넘는 김장하 장학생 중 한 명이다.
1983년에는 전 재산을 쏟아부어 진주에 명신고등학교를 설립했다. 1984년부터 학생들을 받았는데 1986년 나는 명신고 3기로 입학했다. 1980년대 진주에는 명문고가 여럿 있었다.
그럼에도 신생 명신고가 특별했던 이유는 좋은 교육 환경이었다.
사학재단에는 흔했던 비리도 일절 없었고 유능한 교사들을 채용했으며 학생들 편의를 위해 학생 식당과 등하교 스쿨버스를 운영했다. 내가 졸업한 후에는 기숙사도 건립했다. 모두 그 시대에는 파격적인 일이었다. 명신고는 김장하 선생이 재산을 모은 뒤 계속해 오던 장학사업의 결정체였던 셈인데, 그런 의미에서 명신고 졸업생은 모두 김장하 장학생이라고 할 수 있다.
일 년에 몇 번 모이는 고3 같은 반 동창들에게 고교 시절은 빠질 수 없는 이야깃거리인데, 김장하 선생의 인생도 거기에 포함된다.
특히 재작년에 선생의 삶을 조명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가 개봉한 후에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철부지 고등학생이었던 내게 김장하 선생에 대한 기억은 어렴풋하게만 남아있다.
입학식이나 졸업식 같은 공식 행사에서만 직접 뵐 수 있었는데, 작은 키에 덥수룩한 머리, 소박한 옷차림의 40대 젊은 이사장은 무표정한 듯 온화한 얼굴이었지만 또한 단단해 보였다. 아마도 짙은 구레나룻 때문에 그런 인상으로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말씀은 길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건학이념인 ‘명덕신민’(明德新民)을 실천하는 훌륭한 인재가 돼라.
선생은 명신고 설립 당시부터 학교가 정상궤도에 오르면 국가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했었고, 1991년 그 약속을 지켰다. 십 년 가까이 학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기에 헌납 당시 학교법인의 자산 가치는 100억을 훌쩍 넘어 있었다.
평생 장학사업, 시민사회 운동과 지역 문화 사업을 후원해 온 선생이었으나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는 일은 극구 외면했다.
선생의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다는 남성(南星)이라는 거창해 보이는 호도 실제 의미는 정반대라고 한다. “약방에서 지은 약을 먹고 오래 살라, 나서지 말고 제 역할을 하라”는 남성의 두 가지 뜻은 선생이 평생 살아왔던 일상과 변함없이 추구했던 가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와 문형배 재판관의 사연을 계기로 선생의 생애는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물론 선생의 삶을 따라갈 수 있는 이는 지극히 드물다.
하지만 특별한 사람이 되지 못해 죄송하다는 한 장학생의 말에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한다고 하신 선생의 말씀이 또 다른 울림을 준다.
결코 남을 무시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고 스스로 실천하는 삶, 그것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은 위로와 힘을 얻는다. 그보다 더 크고 선한 영향력이 어디 있겠는가.
#김장하 #도민시론 #학생들 #장학생 #명신고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