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79] 이공계 안 가는 진짜 이유

중국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2000만명의 학생에게 시험을 치르게 해서 0.5%의 영재를 선발한다. 뽑힌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재학교에서 대학 수준의 수학, 물리, 화학을 가르친다. 고등학교 진학 시에 다시 영재 선발 과정을 거친다. 베이징대 등 6개 명문대는 약 1200명의 천재를 선발해 이들에게 최고 석학의 이공계 수업을 들을 기회를 준다.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과학기술 인재로 키워낸다.
사실 한국의 교육열도 만만치 않다. 학원가에는 고등학교 수학을 배우는 초등학생이 수두룩하다. 우수한 과학고에 입학하려면 고등학교 공부는 이미 떼고, 고등학교에서는 대학 수준의 과학과 수학을 배운다. 이들 가운데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재능을 가진 아이들이 적지 않게 있다는 건 분명하다. 문제는 이런 학생조차 주변의 권유나 압력 때문에 의대나 치대에 진학한다는 것이다.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최근 대학원생에게 월 80만~110만원을 지급하는 ‘한국형 스타이펜드(stipend)’ 제도가 입안됐다. 석박사 연구를 안정적으로 만들어 우수 인재를 유인한다는 정책이다. 그런데 이게 우수 인재 유인책이 될 수 있을까? 의대생은 꼴찌만 안 하면 수억원대 연봉에 여든까지 일하는 의사가 된다. 반면 이공계생은 일등을 해도 연봉 1억 받는 교수 되기 쉽지 않다. 교수의 정년을 없애고 월급을 3배 올려주면 해결될까?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긴다.
진보 정권이나 보수 정권 모두 우리 살길이 과학기술 발전을 통한 혁신 역량의 제고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 토대가 우수 인재 확보이기에, 온갖 정책 제안이 쏟아진다. 그런데 뭘 해도 답이 없다. 우수한 젊은이들이 보기에 과학 기술자로 성공하는 과정은 숱한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길이며, 의사가 되는 것은 의대 입학 후 중간만 해도 보장된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인재 정책은 막다른 골목이다. 쉬운 해법이 있는 것처럼 선거철에 떠벌리지 말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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