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체불 당한 미등록 외국인 구제책을”
악덕 사업자 '상습 체불' 잇따라
최근 5년간 매년 1200억원 발생
比국적 40대, 5000만원 못 받아
법무부 '방어권 권고' 안 받아들여
인권단체 “임시체류 비자 발급…
해당 사업체 불법행위 조사해야”

40대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가 체불된 임금을 해결하자고 노동청을 찾았다가 강제 추방 위기에 놓였다. 법적으로 임금체불로는 추방 유예를 해주지 않는 탓이다. 이 때문에 악덕 사업주가 강제 추방을 우려하는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 임금을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매년 1200억원 가량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천일보 2025년 4월21일자 6면 임금체불로 왔는데…체포 당한 외노자>
21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필리핀 국적 40대 A씨는 2014년 7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용인 한 석재공장에서 일하다 퇴사했다. A씨는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 약 5000만원 지급을 회사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지급받지 못했다. 결국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진정서를 냈다.
이후 지난 18일 노동부에 출석해 근로감독관, 회사 측과 대질조사를 마친 A씨는 회사 관계자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위협을 당했고, 출동한 경찰에게 수갑이 채워져 경찰서에서 출입국으로 인계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는 현재 수원출입국·외국인청 보호실에 구금된 상태다. 그가 체불된 임금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동부 경기지청 관계자는 "진정 사건은 계속 조사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구금된 곳에 직접 방문해 조사할 수 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성별·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노동 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다. 미등록 외국인도 보호받는 노동자로 해석할 수 있다.
노동부는 외국인의 출입국관리법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임금체불 등 피해 사실이 신고되면 체불 임금 청산을 위한 모든 권리 구제가 이뤄진 뒤 출입국에 이를 통보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법적 보호망 밖에 있는 미등록 외국인들이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할 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범죄 피해나 인권침해를 당하면 피해가 구제될 때까지 추방이 유예되지만 임금체불로는 추방을 유예해주지 않는 탓에 미등록자는 강제 추방을 우려해 노동청 신고를 꺼리고, 사업주는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 통계를 보면 국내 체류외국인 수는 매년 늘고 있지만 임금체불 건수는 줄지 않고 있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출입국외국인정책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72만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인 259만명보다 5%가량 늘었다. 2024년은 2023년 233만명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노동부가 국회에 제출한 '외국인 노동자 임금체불 현황' 자료에서 최근 5년간 추세를 보면 매년 1200억원 안팎의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
올해 초 국가인권위원회가 불법 체류 등으로 붙잡힐까봐 임금체불 신고를 못하는 미등록자에게 방어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지만 관계부처인 법무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주인권단체들은 "관계당국은 임금체불 사건 피해자에 대해 임시 체류(G-1) 비자를 발급하는 등 구제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노동관계법에 위반한 해당 사업체에 대한 불법 행위도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진 기자 tru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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