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쿠팡이 쏘아올린 `로켓배송`, 택배업계로 들불처럼 확산
한진은 27일부터 시범운영 중비중
스타배송·내일온다 등 서비스 봇물
노동계 "인력 충원 없인 시기상조"
CJ대한통운이 올해 1월부터 '주 7일 배송'을 본격 도입한데 이어 이달 27일부터 한진택배도 '주말배송'을 시범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택배사들의 쿠팡 '로켓배송' 따라잡기가 한창이다.
국내 이커머스 점유율 1위인 쿠팡이 고도화된 물류 시스템과 익일 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바탕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가운데, 자체 물류 센터가 없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택배 회사들의 물류 시스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형국이다.
다만 이들의 물류 경쟁이 심화될수록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 문제 역시 덩달아 대두될 것으로 관측되면서 진통도 예상되고 있다. 이미 수년간 택배기사의 과로사 문제가 불거졌던 만큼 노동계에서는 더이상의 물류 경쟁은 잠시 멈추고 처우 개선에 신경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오는 27일부터 휴일 배송을 확대해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기존 수도권에서 운영하던 휴일배송 시스템을 주요도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회사측은 "고객 서비스를 제고하고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하에서 집배점, 택배기사, 회사가 모두 생존하기 위한 방안으로 휴일배송을 검토해왔다"고 설명했다.
택배업계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은 지난 1월부터 주 7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쇼핑 플랫폼들과의 협업도 강화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NS홈쇼핑이 CJ대한통운과 업무협약을 맺고 휴일 배송 물량을 맡기기로 했다. 이에따라 NS홈쇼핑 고객들은 주말과 공휴일에도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됐다.
한진의 이번 휴일배송 시범도입에 따라 업계 2위인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롯데택배 역시 휴일배송 및 주 7일 배송 도입 압박이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기준 롯데택배의 라스트마일(택배운송) 사업부문의 매출액은 1조4290억원으로, 1조3847억원의 한진보다 근소하게 앞서 있다.
다만 노동계에서는 물류업체들의 배송 경쟁에 대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주 7일 배송 도입이 언젠가는 불가피하겠지만, 관련 인력 충원도,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도입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한신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김광석 택배노조 위원장은 "배송 속도 경쟁 속에서 노동조합은 주7일 배송 자체를 무조건 반대할 생각은 없다"며 "배송 속도 경쟁보다 우선할 것은 택배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는 협약"이라고 말했다.
이는 이미 주 7일 배송 시스템을 도입한 CJ대한통운 역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택배 대리점과 계약을 맺는 택배기사들의 특성상 주 7일 배송을 위해서는 대리점에서 인원을 충원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한데 이를 지키지 않는 대리점들이 있는가 하면, 택배기사가 원치 않더라도 강제적으로 주 7일 배송에 참여하도록 강요하는 대리점주도 초기에는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계에서 우려하는 부분은 현행 주 6일 체제에서도 택배기사들의 과로사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쿠팡 역시 과로사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는만큼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위상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은 '택배업 산재신청 및 승인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업 사업장에서 접수된 산업재해 신청은 1556건으로, 2020년 대비 5배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노조 한진본부는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주7일 배송은 택배노동자의 근로조건을 후퇴시키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주5일을 보장하는 것은 택배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지키지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밝혔다.
그러나 쿠팡이 쏘아올린 주7일 배송은 급증하는 이커머스 수요와 함께 이미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이커머스인 G마켓·옥션은 지난해부터 주문 상품의 도착일을 보장하는 '스타배송'을 선보였고, 편의점 CU도 동일 권역 내 단 하루 만에 택배를 받을 수 있는 'CU내일보장택배'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롯데온 역시 작년 4월부터 가공식품, 생활용품 등 상온상품을 구매하면, 전국 어디든지 다음 날 모든 상품을 한 번에 택배로 받아볼 수 있는 익일배송 서비스 '내일온(ON)다'를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3년새 택배 물량이 53% 가까이 증가하며 한해 1인당 택배 이용건수가 100건을 넘겼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택배산업 현황 및 성장 요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연간 택배 물량은 2020년 33억7000만건에서 2023년 51억5000만건으로 52.9% 늘었다. 1인당 택배 이용 건수는 2020년 65.1건에서 2023년 100.4건으로 증가했다.
대한상의는 배송속도가 차별화 요소로 부상하면서 이커머스사와 택배사가 풀필먼트(고객 주문에 따른 출고·배송·재고관리까지의 전 과정을 원스톱 제공하는 시스템) 구축을 통한 빠른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유치 경쟁에 나선 점을 그 이유로 꼽았다.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이커머스사의 빠른 배송에 대응하기 위한 풀필먼트 내재화 경쟁이 이커머스시장으로 고객 유입을 촉진시켜 택배물동량 증가로 연결돼 이커머스와 택배시장이 동반 성장하는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물류기업들의 배송경쟁이 심화되면서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을 시작하면서 다른 택배사 입장에서는 마냥 지켜볼 수 만은 없을 것"이라며 "시장 점유율도 뒤처지는 상황에 배송경쟁력도 약화된다면 도태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주 7일 배송 시스템 도입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도 있다"라며 "오죽하면 소비자들도 택배기사님들께 익일배송이 아니어도 되니 천천히 갖다달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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