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쌉니다 싸요” 가파른 물가 상승에 반야월 5일장 ‘활기’
"최근 경북지역 대형산불 피해로 농산물 가격이 엄청 올랐는데, 집 근처에 있는 반야월 5일장에 와보니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저렴해 저절로 손길이 가네요."
대구 동구 안심뉴타운에 사는 주부 김주은(32)씨는 21일 오후 자녀와 함께 5일마다 열리는 반야월종합시장을 찾아 다양한 채소류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이날 오후 2시께 찾아간 반야월종합시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김씨처럼 장을 보러온 시민들로 북적였다.
반야월종합시장은 1일과 6일마다 열리는 5일장으로, 대구 근교에서는 유명한 전통시장이다. 이날도 장터는 장을 보러온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장 안으로 들어갈수록 쑥, 두릅, 돈나물, 머위, 엄나무순, 방풍나물 등 봄철 산나물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또한 봄 농사철을 맞아 상추 등 채소류 모종을 찾는 시민들의 모습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양파, 당근, 마늘, 상추 등 대표적인 채소류는 대형마트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여기에다 소비자와 상인이 벌이는 흥정소리도 들려 전통시장 만이 가질 수 있는 정겨운 분위기도 곳곳에서 연출됐다. 날씨가 더운 탓에 한 손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대신, 전통시장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수제 감주와 우뭇가시리가 담긴 잔을 든 채 장터를 누비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파와 마늘 등 직접 기른 채소를 팔기 위해 장터에 나온 최복순(72) 할머니는 "장기화된 국정 공백과 불경기 탓에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5일장이 열리는 날마다 채소를 팔러 나오면 손님이 몰려드는 바람에 힘이 솟는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처럼 5일장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는 이유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양한 채소류를 싼 가격에 직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식구 수에 알맞게 양을 조절해서 살 수 있으며, 흥정이 가능하다는 것도 전통시장의 장점으로 통한다. 이같은 매력이 느낀 소비자들은 가능한 한 전통시장을 다시 찾고 있다.
기자가 취재한 반야월전통시장의 대부분 농산물값은 대형마트는 물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서 제시된 가격보다 저렴했다. 이날 반야월전통시장에서는 당근 1㎏이 3천 원, 오이 10개가 3천 원, 파 한 단이 2천 원에 각각 팔렸다.
한편 이날 기준으로 aT가 집계한 대구지역 농산물 가격은 당근 1㎏에 4천823원, 오이 10개에 1만4천341원, 파 한 단에 2천363원이었다. 이는 기후변화와 경북지역 산불 등의 영향으로 치솟은 가격이다.
평년의 경우 당근은 1㎏에 4천362원, 오이는 10개에 1만129원, 파는 한 단에 2천516원 수준이었다.
권영진 기자 b0127ky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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