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체와 머리통…기괴하면서 역동적인 대도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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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시글거린다.
종이쪽처럼 찢기고 잘린 도시의 건물들로 들어찬 공간 속을 부연 색감의 수정체와 타원형의 거울 조각들이 흘러다니는 풍경('의지의 소멸과 항복의 사념체' 연작), 회로기판 같은 기하학적 무늬를 새겨넣은 쥐 모양 동물과 파리 모양 곤충들이 떠 있는 모습('디오라마' 연작), 도시 빌딩들 사이에서 생명의 씨앗 같은 이미지가 그려진 허연 알들이 서 있는 파노라마('알 기념비가 있는 반짝이는 도시' 연작) 등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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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시글거린다. 달걀 모양 알과 사람 머리통, 눈의 수정체, 거울 조각, 앙상한 새와 벌레들. 그들은 그림 속 도시 공간 여기저기를 꾸물거리며 떠가거나 진공 상태 같은 허공에 매달려 있다.
미국과 멕시코를 오가며 40여년간 화력을 닦아온 미국 현대회화 대가 래리 피트먼(63)의 근작들이 내걸린 전남 광양시 전남도립미술관의 개인전 풍경이다. 현대 도시를 배경으로 현대인의 삶에 얽힌 고뇌와 희망을 담았다는 작품들은 기괴하면서도 역동적인 생성과 고립, 분절, 해체 등의 개념이 난해하고 음울한 분위기의 도상으로 전달된다. 실체를 알 수 없이 웅웅거리는 듯한 도시 광장의 아우성처럼 다가오는 그림들이다.
종이쪽처럼 찢기고 잘린 도시의 건물들로 들어찬 공간 속을 부연 색감의 수정체와 타원형의 거울 조각들이 흘러다니는 풍경(‘의지의 소멸과 항복의 사념체’ 연작), 회로기판 같은 기하학적 무늬를 새겨넣은 쥐 모양 동물과 파리 모양 곤충들이 떠 있는 모습(‘디오라마’ 연작), 도시 빌딩들 사이에서 생명의 씨앗 같은 이미지가 그려진 허연 알들이 서 있는 파노라마(‘알 기념비가 있는 반짝이는 도시’ 연작) 등이 펼쳐진다.

서양 미술사를 뒤엎은 두 거장의 환영이 떠돌기도 한다. 스페인의 낭만주의 거장 프란시스코 데 고야(1746~1828)와 멕시코의 20세기 벽화 거장 디에고 리베라(1886~1957)다. 귀신 들린 광기의 시선과 상상력으로 판화를 찍고 원색의 대작을 그리면서 당대 유럽 상류층의 위선과 폭력, 전쟁의 잔혹성을 까발렸던 고야와, 노동자와 농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현대 리얼리즘 벽화의 전형을 구축한 혁명가 리베라. 피트먼이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라고 고백한 두 거장의 특징은 그림을 이해하는 열쇳말이 된다. 출품작들을 뜯어보면, 두 거장의 도상, 색감, 분위기가 그림의 행간 여기저기에 난삽하게 뒤섞이거나 삐져나오는 것을 살필 수 있는데, 대부분 현대 도시의 마천루와 기계문명적 공간을 배경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작가적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어릴 적 남미에서 콜롬비아 국적의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작가는 개념과 내용, 형식이 하나로 녹아들고 통합되는 라틴 미술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고 한다. 지나칠 만큼 이미지가 난만하게 쏟아지는 화폭을 표현하면서도 현대 도시 문명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담은 개념 회화의 냉정한 틀을 유지한다는 점도 이채롭다.
지난 3월18일 시작한 개인전은 이런 화풍의 특장을 암시하듯 ‘래리 피트먼: 거울&은유’란 제목이 붙었다. 작가의 첫 한국 전시로, 다채로운 기호와 상징을 활용해 40여년간 독창적 화풍을 일군 드로잉과 회화 약 40점을 선보인다. 6월15일까지.
광양/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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