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尹’ 향해 “사람에 충성 않는다”…일침 날린 軍 간부
김 중령 “부하들은 잘못 없어…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재판에 출석한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이 법정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며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중령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상관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의 지시다.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재차 주장했다.
김 중령은 2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2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김 중령은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즉시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제가 군 생활을 23년 하면서 바뀌지 않은 한 가지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라며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조직에 충성하고, 그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2월4일 받았던 임무(국회의원 끌어내기)를 제가 어떻게 수행하겠나"고 말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2013년 10월 '검사 윤석열'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이었던 윤 전 대통령은 서울고검 국정감사장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와 관련해 검찰 상부의 부당한 지휘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게 충성하는 것이냐'는 의원 질의에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답했고, 이 발언으로 '강골 검사'라는 별칭이 붙었다.
피고인석에 앉은 윤 전 대통령을 직격한 김 중령은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고도 했다. 그는 "제 부하들은 항명죄도 내란죄도 아니고 아무 잘못이 없다"며 "부하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고 진술했다. 계엄 사태 이후 대국민 담화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 윤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의 주장을 반박한 셈이다.
김 중령은 "저는 군이 정치적 수단에 이용되지 않도록 제 뒤에 앉아 계신 분들이 날카로운 비판과 질책을 통해 감시해 주길 바란다"며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 측은 김 중령에게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의원 끌어내기 관련) 지시를 받은 것은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검사가 윤 전 대통령의 이 같은 질문을 언급하며 '지난해 12월4일 오전 1시경 이상현 제1공수특전여단장에게 '대통령 지시다, 문을 부숴서라도 의원을 끄집어 내라'는 지시를 받았는지' 되물었고, 김 중령은 "있다"고 인정했다.
검사가 이어 '대통령의 지시가 없었어도 이 여단장이 '대통령 지시다'라는 표현을 쓴 적이 있었나'라고 묻자, 김 중령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중령은 지난 14일 열린 첫 공판에서도 계엄 당일 오전 0시30분께 국회의사당 1정문 근처에 도착해 이상현 제1공수특전여단장으로부터 '국회 담을 넘어 본관으로 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은 게 맞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중령은 계엄 종료 이후에도 '대통령 지시가 아니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여단장(이상현)께서 (상급자인) 곽종근(특전사령관)과 통화했고, 정확히 대통령이란 단어를 들었다고 말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방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하면 미리 병력을 출동 시켜 국회 인근에 대기하는 게 당연하다"며 "실탄을 삽탄하는 게 작전으로만 따지면 상식"이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중령은 "질문이 모호하다"며 "저는 그런 계획을 세우지도 않고 실행하지도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조성현 육군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대령)도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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