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팔레스타인에 연대하는 방법
이스라엘 점령군이 2025년 4월13일(현지시각)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에 있는 알아흘리병원을 폭격했다. 가자시티에 있는 병원 중 정상 운영되던 마지막 병원이었다. 중환자실과 수술실이 파괴됐다. 병원 의료진이 환자 수백 명을 대피시키는 도중에 공습이 이뤄졌다. ‘부상자, 병자, 허약자 및 임산부를 간호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병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공격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제네바협약(전시에서의 민간인 보호에 관한 1949년 8월12일자 제네바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전쟁범죄를 이스라엘은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 최대 지원국인 미국은 이스라엘의 학살을 방조한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은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를 지속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상대로 살육과 파괴를 일삼는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유대인만을 위한 국가’를 세우겠다며 팔레스타인 땅을 빼앗고 1948년 5월15일 이스라엘을 건국한 이래 77년째 계속되고 있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보듯 이스라엘은 끊임없이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죽이고 있다. 그러면서 팔레스타인 땅인 가자지구와 서안지구, 동예루살렘에 불법 유대인 정착촌을 짓는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은 국가 간 분쟁 사안을 다루는 유엔 국제사법재판소도 2024년 7월19일 불법 행위라고 판단한 바 있다.
‘학살국’ 이스라엘의 군사점령과 식민지배를 끝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팔레스타인평화연대의 자아(활동명) 활동가와 4월14일 이야기를 나눴다.
―3월27일 에이치디(HD)현대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230여 개 단체가 함께 활동하는 연대체인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시민사회 긴급행동’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공동 주최했다.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땅에서 HD현대가 만든 굴착기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가옥 파괴와 불법 유대인 정착촌 건설에 쓰이고 있다. 그날은 HD현대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HD현대에 투자하는 주주들과 기관투자자들에게 이런 실상을 알려 HD현대 투자 철회를 촉구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는 이스라엘의 군사점령과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종식을 목표로 하는 비폭력 투쟁인 ‘비디에스(BDS) 운동’의 일환이다.”
―BDS 운동이란?
“불매(Boycott), 투자 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s)의 영어 앞글자를 딴 말이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에 일조하는 정부기관과 기업 또는 단체를 압박해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을 고립하기 위해 2005년 팔레스타인 시민사회가 시작한 비폭력 운동이다. 꼭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단체에 속해 있지 않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누구든 자신이 속한 공간에서 보이콧을 선언하고 실천할 수 있다.”
―일반 시민이 BDS 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한국과 이스라엘의 자유무역협정(FTA)이 2022년 12월1일 발효된 이후 여러 이스라엘 상품이 수입되고 있는데, 그중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이스라엘산 과일이다. 대표적으로 딸기, 복숭아, 자몽이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원주민을 강제로 쫓아낸 땅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용할 물까지 빼앗아 재배한 농산물이다. 이스라엘산 과일 농축액이 들어간 음료도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일상 속에서 접할 수 있는 이스라엘 제품을 불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11에 있는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점심시간에 매일 열리는 릴레이 1인시위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뜻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이스라엘 학살 문제를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한국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살상에 쓰이는 무기를 이스라엘에 팔고 있다. 과거 일제강점기에 식민지배 피해국이었던 한국이 지금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억압하는 이스라엘의 식민지배 유지에 기여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정착민 식민주의(원주민을 몰아낸 땅에 정착민이 밀고 들어와 그 땅을 영구히 차지), 한국은 반공 이데올로기를 통해 미국의 패권 유지를 돕고 있다. 이걸 바로잡지 않으면, 즉 미국 제국주의에 제동을 걸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 땅은 물론 한반도에도 평화가 자리잡긴 힘들다. 팔레스타인과 우리의 평화는 서로 연결돼 있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이를 뒷받침하는 미국의 제국주의에 침묵하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키워서 널리 알리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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