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뉴스와 정보 홍수에서 내 아이 지키려면?

한겨레 2025. 4. 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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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333333;">디지털 리터러시 역량 키우는 법</span>
가짜뉴스와 특정 성향 콘텐츠에 노출되나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은 부족
AI·딥페이크 등 왜곡된 정보 노출 가능성
정확한 정보 검증 능력 키우는 일이 중요
‘금지’보다는 ‘대화’로 검증 능력 키워줘야
게티이미지뱅크

“엄마, 우리 학교 수영장에서 아이가 실종됐대요! 이거 진짜 맞아요?” 초등학교 4학년 은지가 어느 날 놀란 얼굴로 달려왔다. 이은정(42)씨가 놀라 딸이 보여준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출처 불명의 글이 단체 채팅방에 공유된 것이다. 학교에 직접 확인해보니 그런 일은 없었다.

중학교 1학년 민준이는 어느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외국인들이 한국인 일자리를 뺏어간다. 다 내쫓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빠 오윤구(46)씨가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냐”라고 묻자, 아이는 “유명한 유튜버가 한 말”이라면서 확신했다. 놀라서 유튜브 시청 기록을 살펴보니, 민준이는 몇 달간 특정 성향의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이 만든 영상만 시청하고 있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비슷한 내용의 영상을 계속 추천한 것이다.

비판적 사고력 키우기, 정확한 정보 골라내기부터

디지털 사용이 늘고, 그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가 늘어나면서, 요즘 아이들과 부모 사이에서 이런 상황들이 자주 발생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로 나고 자란 아이들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다루는 기술은 빠르게 익히지만, 그 안에서 접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는 능력은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다양한 문제 상황에 노출되고, 이와 별개로 잘못된 판단을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가장 흔하게 접하는 것은 가짜뉴스와 허위 정보다. 또래 친구들이 “이거 봤어?” 하고 공유하는 영상은 검증 없이 빠르게 확산되고,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선호할 만한 콘텐츠만 보여준다. 이는 다양한 관점에 대한 노출을 줄이고 확증편향을 강화한다. 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생성 콘텐츠와 딥페이크는 전문가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해졌고, 아이들이 왜곡된 정보에 노출될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그렇다고 모든 콘텐츠를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필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 정보를 선별하고 판단하는 힘이다.

미디어 리터러시의 핵심은 비판적 사고력이다. 이는 단순히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의 맥락과 표현, 빠진 정보 등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능력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정보와 광고, 사실과 의견의 차이를 익히는 것부터, 고학년 이상은 콘텐츠의 편집 방식이나 댓글 구조, 자극적 연출에 담긴 의도를 살피는 훈련이 필요하다.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정확한 정보를 검증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 중요하다. 정보의 신뢰도를 점검하는 도구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에서 개발한 ‘CRAAP 테스트’가 있다. 최신성(Currency), 관련성(Relevance), 권위(Authority), 정확성(Accuracy), 목적(Purpose)이라는 다섯 가지 기준으로 정보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정보가 최신인지, 나에게 필요한 내용인지, 전문가가 말한 것인지, 사실에 근거했는지, 상업적 목적은 아닌지 등을 하나씩 점검해보는 것이다. “누가 만들었을까?” “왜 만들었을까?” “다른 곳에서도 같은 얘기를 하고 있을까?” 같은 질문으로 응용해서 아이들에게 적용해볼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상에서 실천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도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효과적으로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좋아하는 정보를 함께 찾아보고, 그 정보가 믿을 만한지 ‘탐정’이 되어 조사하는 놀이 방식의 ‘미디어 탐정 놀이’를 해볼 수 있다. 놀이처럼 정보의 진위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비판적 사고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된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봐도 좋다. 아이와 자료를 수집하고, 영상을 촬영하고, 편집하고, 제목을 다는 과정을 함께 해보자. 그 과정에서 같은 내용도 어떻게 편집하고 어떤 제목을 넣느냐에 따라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음을 배울 수 있다.

‘주간 가족 팩트체크 시간’도 시도해볼 만하다. 정기적으로 가족이 각자 흥미로운 뉴스나 정보를 가져와 함께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시간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라면 ‘다양한 관점 비교하기’ 활동도 추천한다. 같은 사건을 다룬 여러 매체의 보도를 비교해보면서 각각 어떤 관점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효과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핵심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중요한 원칙은 ‘금지보다 대화’다. 디지털 기기나 특정 콘텐츠를 무조건 금지하는 접근법은 오히려 아이들의 호기심만 자극할 뿐,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이 영상을 보지 마”보다는 “이 영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유튜버나 게임에 대해 비난하기보다는, 그것을 통해 아이의 관심사를 이해하고 대화의 창구로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보자.

또한, 미디어 교육의 출발점은 아이의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부모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나 다큐멘터리보다는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유튜브 채널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 속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인기 유튜버의 영상을 함께 보면서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미디어 교육이 될 수 있다.

미디어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기보다 긍정적인 디지털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일도 중요하다. 디지털 세상에는 배움과 소통의 기회가 풍부하다. 유익한 정보를 찾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온라인에서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주도적인 디지털 시민으로 자라날 수 있다.

박은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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