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천동 방화범 살던 곳, 지금은 빈집…`이웃 갈등` 정황 곳곳에

정윤지 2025. 4. 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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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현장은 곳곳이 그을리고 파손돼 상처가 가득했다.

유력 용의자는 과거 이 아파트에서 살던 주민이었는데 그가 살던 집은 현재 비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A씨는 기름통이 든 오토바이를 끌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한 뒤 화재 현장으로 이동해 범행했다.

이 화재가 있기 15분 전 A씨는 아파트로부터 직선거리 1.4㎞ 떨어진 빌라 앞 쓰레기 더미에도 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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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용의자, 과거 피해 아파트 거주
인근 주민들 “이웃 주민들에게 욕설해 두려웠어”
화마 지난 아파트 곳곳 그을려 피해 심각

[이데일리 정윤지 이영민 기자]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현장은 곳곳이 그을리고 파손돼 상처가 가득했다. 유력 용의자는 과거 이 아파트에서 살던 주민이었는데 그가 살던 집은 현재 비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서를 남긴 뒤 자신이 낸 불에 사망한 용의자는 이 사고로 크게 다친 주민과 층간소음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오전 8시17분쯤 불이 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화재 현장에 폴리스 라인이 쳐져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이데일리가 21일 오후 찾은 화재 아파트의 301호는 현관문이 완전히 열린 채 비어 있었다. 안방과 화장실을 비롯해 베란다 문도 활짝 열려 있었고, 현관에는 가정용 소화기 한 대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빈집임을 보여주듯 ‘신발을 벗고 들어오세요’라는 글이 적힌 종이 하나만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현관 옆에 붙은 가스 검침 내역에는 지난 10월 14일을 끝으로 점검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이 301호에는 이날 오전 8시10분쯤 발생한 화재의 용의자인 60대 남성 A씨가 과거 가족과 함께 살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층에서 거주하는 주민 B씨는 “그 사람은 작년 11월 퇴거해서 나갔다”며 “개인적으로는 (평소 불편했는데) 그 사람(A씨)이 퇴거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11월까지 이 아파트 3층에 거주했다. 같은 해 9월에는 화재 사건 피해 주민과 용의자가 폭행 시비가 있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서로 처벌 불원서를 써서 형사처벌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평소 층간소음 등 문제로 인해 A씨와 이웃 간 갈등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4층 사모님이 1년 넘게 층간소음으로 아랫집이랑 싸웠다”며 “4층 말고 5·6층에서도 아랫집에서 뭘 두르리는 소리가 난다고 민원을 넣었다. 사실 소음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B씨 역시 “평소 (A씨가) 윗집과 층간소음으로 다툼이 많았다”며 “이웃 주민들에게 입을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해 주민들이 두려워했다”고 전했다.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아파트 화재 사건 유력 용의자가 거주하던 호실이 비어있다. (사진=정윤지 기자)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A씨는 기름통이 든 오토바이를 끌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진입한 뒤 화재 현장으로 이동해 범행했다. 이 화재가 있기 15분 전 A씨는 아파트로부터 직선거리 1.4㎞ 떨어진 빌라 앞 쓰레기 더미에도 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그는 아파트 4층에서 농약살포기로 추정되는 도구로 불을 냈다. 이 사고로 4층 복도에서 A씨가 숨진 채 발견됐고, 4층에서 추락한 70대와 80대는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주변 지인도 연기를 흡입했거나 호흡곤란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거주지에서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유서와 함께 5만원 지폐가 발견됐다. 경찰은 범행 동기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화마가 휩쓸고 간 아파트 주변은 완전히 그을리는 등 피해가 컸다. 4층 피해 호실은 창문과 안전 펜스가 완전히 불에 타버렸고, 주변 에어컨 실외기도 검게 그을렸다. 경찰 등 당국은 해당 호실에 노란색 ‘폴리스 라인’ 테이프를 붙여 놓고 화재 감식을 진행했다. 3층과 4층 계단에는 검은색 물이 흥건했으며, 주민들과 소방대원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마스크와 빈 물병들이 떨어져 있었다. 사고 현장 앞 도로에는 손톱만 한 유리 파편들이 곳곳에서 나뒹굴었다.

불로 연기를 흡입해 응급실에 다녀온 13층 주민 C(53)씨는 “잔해물이 놀이터까지 날아왔었다”며 “8층 쯤에서 계단으로 내려오다 연기를 확 마시고 이제야 집에 왔는데 도저히 무서워서 집에 못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1층에 사는 40대 오모씨도 “집에 문을 열어놔서 연기는 많이 빠졌는데 불이 난 아파트에 평소처럼 들어가 생활을 하기가 무서워서 마음을 좀 진정하려고 밖에 있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4층에서 21일 오전 화재가 발생해 소방이 화재 현장을 감식하고 있다.(사진=이영민 기자)

정윤지 (yun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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