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의 입, 홍준표 향하나…‘明, 洪에 대면 보고’ 논란 일파만파

이태준 기자 2025. 4. 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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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明 미팅 일정’ 메시지 공개돼…明, 미팅 당일 서울 간 물증도 공개
明, 洪 측근에게 “보안 유지” 당부하며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도 송부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대면 보고받은 정황이 공개됐다. 홍 전 시장 최측근과 명씨의 카카오톡에서 '2021년 4월19일 홍준표-명태균 미팅 일정'이라는 메시지가 나오면서다.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연합뉴스

대선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대면 보고받은 정황이 공개됐다. 홍 전 시장 최측근과 명씨의 카카오톡에서 '2021년 4월19일 홍준표-명태균 미팅 일정'이라는 메시지가 나오면서다. 이날 명씨가 서울로 올라간 사실도 물증으로 확인됐다.

21일 홍 전 시장 최측근인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를 뉴스타파가 디지털포렌식을 진행해 복원했다. 2021년 4월17일 명씨는 정 전 부시장에게 카톡으로 여론조사 설문지를 보냈다. 명씨가 보낸 설문지에는 당시 홍 후보의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문항이 질문에 포함돼 있었다. 

다음 날인 2021년 4월 18일 오후 10시 4분. 명씨는 정 전 부시장에게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냈다. 그러면서 명씨는 내일 공표될 여론조사니까 어디에 유출하면 절대 안 된다는 취지로 "보안 유지"를 당부했다. 

洪 "의혹 사실이면 정계 은퇴" 주장에도…파장 '계속'

홍 전 시장이 경남도지사로 재직할 당시 경남도청이 사실상 명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약 2000만원 상당의 거래 계약을 맺었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홍 전 시장이 '명씨와 가깝지 않다'는 취지의 답변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가 2021년 6월 복당 문제와 관련해 명씨와 통화를 했던 모습을 봤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명태균 게이트' 최초 폭로자인 강혜경씨는 홍 전 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 전 시장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에 대한 증거도 21일 더불어민주당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과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대면 보고' 논란에 명씨는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다. 그는 14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년 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하나씩 떠올리고 있다"면서 "조만간 정확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반면, 홍 전 시장은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이 발생한 순간부터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그는 "대납이 아니라 본납(본인납부)"이라는 입장이다. 또,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정계에서 은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조계 "洪, '의혹 부인' 외 내세울 전략 없어"

홍 전 시장에 대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명태균 게이트는 애당초 창원지검이 키를 쥐고 수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2월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을 이첩하면서 홍 전 시장 사건만 대구지검으로 이송했다. 이마저도 대구지검은 사건을 대구경찰청으로 보냈다. 대구경찰청은 홍 전 시장의 여러 의혹을 입증할 강혜경씨 등 핵심 인물들에 대한 기본 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최근 홍 전 시장에 대한 추가 의혹이 언론에서 쏟아지자 뒤늦게 검찰에 수사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경찰청 입장에선 대구시 수장이었던 홍 전 시장을 수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가 시장직을 내려놓은 만큼 조기 대선이 끝난 이후에는 수사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수사 기관은 선거 기간에 중요한 사건을 맡게 될 경우 여론과 정치권의 비판을 받는 것에 굉장히 부담스러워 한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명씨의 입이 홍 전 시장을 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명씨가 보석으로 석방된 후 "어떤 먹잇감을 먼저 물어뜯어야 열광하고 환호할까"라며 폭로전을 예고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홍 전 시장을 향해서도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20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홍준표 귀엽다"고 한 것이 그 예다.

홍 전 시장이 의혹을 부인하는 것 외에는 내세울 수 있는 방어 논리가 희박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견해다. 그러나 명씨가 추가 폭로를 이어가거나 강혜경씨와 언론 등이 홍 전 시장의 의혹에 대한 구체적 증거들을 발표할 경우 홍 전 시장이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수 밖에 없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9월 촉발된 명태균 게이트가 연일 보도되는 상황에 대중들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점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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