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홀 비상]③ 여름철에 쏠리는 사고… 해법은 ‘지하수·상하수도 관리 강화' ‘고정밀지질도 제작’
집중호우기 하수관 손상 많아
GPR 검사 진행 중이지만 신뢰도 떨어져
“정밀 지질조사 후 ‘지질도’ 만들어 공개해야”

지난 11일 광명시 일직동의 신안산선 공사 현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공 중인 지하터널 공사 현장과 상부 도로가 무너졌다. 이 사고로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18명 중 2명이 고립·실종됐다. 사고 발생 13시간여만에 실종자 1명은 구조했으나, 다른 1명은 사고 발생 후 닷새가 지난 16일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21일 현재까지 광명 신안산선 지하터널 공사 현장 붕괴 원인은 정확하게 파악되진 않고 있다. 다만 해당 지역은 과거 환경영향평가에서 ‘대규모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 침하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어, 이번 사고와 연관성이 있을지 주목된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개한 ‘신안산선 복선전철 민간투자사업 환경영향평가(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는 “대규모 지하수 유출에 따른 지반침하 등 구조물의 안정성 문제와 인근 지하수 시설에 대한 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하계에 집중된 지반침하 사고… ‘치수 과제’로 부상
신안산선 터널공사 붕괴 사고는 지반침하 사고에 포함된다. 지반침하 사고는 지하개발 또는 지하시설물의 이용·관리 중에 주변 지반이 내려앉는 현상을 말한다. 흔히 ‘싱크홀’이라고 부르는 땅꺼짐 현상도 지반침하의 한 유형이다.
국토안전관리원이 지난해 9월 발간한 ’2024 지하안전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반침하 사고는 2019년부터 5년 동안 957건 발생했다. 월별로 분석하면 8월이 241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6월(138건), 7월(130건) 순이었다. 전체 지반침하 사고의 53.2%가 여름인 6~8월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여름에 지반침하 사고 발생 빈도가 높은 것은 강우 영향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지표면에 있던 빗물이 땅속으로 들어가면서 흙의 버팀성을 약화시키거나, 균열이 간 하수관으로 빗물이 흐르면서 토사 유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학계에선 폭우로 인한 하천 범람 및 침수 문제를 넘어선 새로운 ‘치수’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안전관리원 측은 “집중호우기 하수관 손상과 굴착 후 되메우기 다짐이 미흡해 지반침하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우기를 대비해 지하매설물 주변 지반에 대한 육안조사 및 공동조사 등 집중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노후 하수관로 보수가 시급하다고 보고 최근 발표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1259억원 규모의 싱크홀 대비 예산을 편성했다.
정부는 서울 27개소와 지방 38개소 등 총 65개소의 노후 하수관로를 교체하는 비용으로 556억원을 배정했다. 해당 예산은 지자체가 추진하는 노후관로 교체 사업을 보조하는 데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또 노후 포장도로 500㎞ 전면 정비와 싱크홀 탐사구간을 2배로 확대하기 위해 703억원을 반영했다.
그동안 지방정부의 상하수도 관리 및 보수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서울재정포털에 따르면, 서울시의 상하수도·수질 예산 집행률은 2016년 50%가량에 달했지만, 2018년 6%대로 떨어진 뒤, 2021년부터 2%대에 머물고 있다. 관련 예산 집행률이 왜 이렇게 낮은지 서울시도 설명을 못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어떤 기준으로 집행률이 집계됐는지 모르겠다”며 “몇몇 사업의 집행률이 연동되지 않아 집행률이 낮게 집계된 것 같다”고만 했다. 상하수도·수질 예산 집행·관리에 대한 시청의 무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GPR 탐사도 한계… 정밀 지질조사 후 ‘지질도’ 만들어야
서울시는 땅 꺼짐 위험도를 분석해 서울 전역을 5단계로 나눈 뒤 등급을 매긴 ‘지반침하 안전지도(우선정비구역도)’를 제작했으나 대외에 공개하진 않고 있다. 서울시는 지표투과레이더(GPR) 탐사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해당 지도를 만들었다고 한다.
GPR은 전자파를 이용해 땅을 굴착하지 않고 지하의 공동이나 토질 불균형을 탐지하는 측정 방식이다. 현재 기술 중에는 비파괴 방식으로 지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지만, 싱크홀 예방 효과는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측정 깊이가 지하 2m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년 8월 서울 연희동에서 발생한 2.5m 깊이 싱크홀 사고 지점은 3개월 전 GPR 탐사 대상이었지만 별다른 이상 징후가 포착되지 않았다. 지질학자인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땅의 밀도를 추정하는 GPR은 2m 지반 아래까지만 탐지할 수 있기 때문에 도로 유지보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대규모 싱크홀을 탐지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싱크홀 현상이 발생하는 지질과 단층에 대한 정밀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작이다. 이 교수는 “영국이나 홍콩은 오랜 시간과 재원을 투입해 지하 속 지질도를 만들었다. 우리는 그런 지하 정보가 없다”면서 “서울 지역은 변성암 지대로 땅속 풍화와 변질이 심하다. 이런 지역의 지하를 아무런 정보 없이 개발하는 것은 내비게이션이 없이 운전을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국내에선 대규모 토목공사를 할 때, 설계와 시공시 지질 조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며 “변성암 지대의 불규칙한 지하수 분포는 터널 공사 중 붕괴 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조사·설계·시공 단계에서 수시로 지질 조사를 하고, 이에 맞춰 보강 기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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