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 ‘6개월 내 형사보상’ 규정 어겨도 “훈시규정 위반, 위법하다 단정 어려워”

유선희 기자 2025. 4. 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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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반발 ‘항소’ 제기···“구체적 심리 없어”
“선거법 훈시규정 ‘강행규정’ 적용 흐름과도 배치”

법원이 ‘6개월 이내에 형사보상 청구 관련 결정을 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않아 이 기간을 넘겨 판결해 손해가 발생했어도 이 규정은 훈시규정이므로 ‘위법하지 않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국가로부터 억울한 피해를 받아 형사보상을 기다리고 있던 과거사 사건 피해 유족 측은 “훈시규정이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지키지 않았다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항소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1001단독 이준승 판사는 납북어부 과거사 사건 고 김달수씨 유족 측이 형사보상금 지급 판결이 법원에서 6개월 이상 나오지 않아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지연손해금 청구 소송을 지난 10일 기각했다.

김씨는 1968년과 1972년 동해상에서 배를 타고 조업을 하던 중 두 차례 납북됐다가 반공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23년 1월과 11월 재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고, 유족 측은 법원에 형사보상 청구를 냈다. 형사보상법 14조3항은 ‘보상 청구를 받은 법원은 6개월 이내에 보상 결정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은 1년 넘게 나오지 않았다. 유족 측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형사보상을 청구한 때로부터 6개월이 지났지만 법원의 보상 판결이 나오지 않았다”며 6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매일 지연손해금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국가에 청구했다. 법원의 형사보상 결정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심에서 이준승 판사는 국가 측 손을 들어줬다. 이 판사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이 정한 보상결정 기간은 법원 재판에 대한 결정기간으로 이는 훈시규정으로 해석된다”며 “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해서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족은 법원 판결 6개월 이상 지연에 따른 손해액은 국가가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지만 법원은 ‘법원이 강제 법률 규정이 아닌 훈시규정을 위반한 정도라서 위법을 한 사안은 아니다’라며 이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유족 측은 발발했다. “훈시규정으로 해석한다고 해도, 그 규정을 지키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심리와 판단이 없다”며 지난 18일 법원에 항소이유서를 제출했다.

유족 측은 “최근 법원이 공직선거법상 ‘6·3·3법’ 훈시규정을 강행규정으로 적용하는 것과도 다르다”며 항의했다. ‘6·3·3법’ 훈시규정은 선거법 사건에서 1심은 공소제기 후 6개월, 2·3심은 원심 선고 이후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는 규정이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2023년 12월 취임 이후 “6·3·3법을 법관이 훈시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된 법 해석”이라며 “강행규정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훈시규정을 ‘강행규정’으로 엄격하게 적용해야 하는 건 형사보상법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족 측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상속 등의 문제로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 있지만, 이번 사례는 김씨의 자녀가 두 명뿐으로 상속 과정이 복잡하지 않는 등 지체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형사보상금 지급 지연으로 유족이 또 떠안아야 하는 고통을 생각하면 정당한 사유 없는 훈시규정 불이행은 반드시 법적 책임을 엄밀히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 [단독]‘6개월 내 형사 보상 결정’ 규정 어긴 법원, 소송 제기되자 “훈시규정일 뿐”
     https://www.khan.co.kr/article/202407081437001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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