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9년째 흉물 방치 서문시장 4지구…재건축 표류, 상인들 '울상'

윤관식 2025. 4. 2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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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은 없지만, 가게라도 안 나오면 병이 날 것 같습니다."

4지구 화재로 서문시장에서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진 곳으로 가게를 이전한 침구류 가게 사장 남 모(37)씨는 "화재 이후에도 장사해야 하니 이곳으로 가게를 급히 옮겼다"며 "자리를 잡는 데까지, 아주 힘들었고 시장에 들어가 있으면 (장사가) 안 된다고 해도 (이곳보다는) 훨씬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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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시공사 선정했지만, 조합 총회서 다시 무산
화재 피해 일부 상인 노점상 신세…"확실한 업체 선정했으면"
구멍 뚫린 서문시장 [촬영 윤관식]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 "손님은 없지만, 가게라도 안 나오면 병이 날 것 같습니다."

21일 오전 11시께, 대구 중구 서문시장.

월요일 오전임에도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많은 방문객이 서문시장을 찾았다.

활기가 넘치는 전통시장 모습이었지만, 시장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자 흉물스러운 초록색 가림막이 시야를 가로막았다.

가림막이 가리고 있는 곳은 지난 2016년 큰불이 났던 서문시장 4지구.

시장 한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화재 흔적은 9년째 흉물로 방치돼 있었다.

가림막에는 '4지구 화재로 인한 확장 이전 안내'라고 적힌 현수막이 색이 바랜 채 게시돼 있었다.

4지구 화재로 서문시장에서 직선거리로 500여m 떨어진 곳으로 가게를 이전한 침구류 가게 사장 남 모(37)씨는 "화재 이후에도 장사해야 하니 이곳으로 가게를 급히 옮겼다"며 "자리를 잡는 데까지, 아주 힘들었고 시장에 들어가 있으면 (장사가) 안 된다고 해도 (이곳보다는) 훨씬 잘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지난해에 돌아가셨는데, 돌아가실 때까지 서문시장 4지구 재건축을 위해 노력도 많이 하셨고 고생도 많이 하셨다"며 "아버지께서 결국 시장으로 돌아가시는 걸 못 보게 됐는데, 차라리 확실한 업체를 정해서 건축되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문시장 4지구 가림막 [촬영 윤관식]

가림막 아래 철제 패널에는 노점상들이 걸어놓은 옷들이 즐비했다.

노점상들은 철제 패널의 작은 틈 사이에 앉아 장사를 했다.

노점을 하는 이봉연(68)씨는 "벽에 붙어 있는 사람은 90% 이상이 4지구 화재로 피해를 본 상인들이다"라며 "추울 땐 춥고, 더울 땐 더운 노점 생활을 하니까 불편한 것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빨리 시장이 지어졌으면 좋겠다"며 "가게가 없으니 너무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서문시장 인근에는 4지구 화재로 피해를 본 상인들의 임시 상가로 마련된 상가건물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임시 상가는 서문시장은 그야말로 '양반'으로 보일 만큼 한산한 모습이었다.

상가 내부는 현대식으로 깔끔했지만, 시장의 활기는 온데간데없었다.

한복 가게를 하는 한 상인은 "나이가 많아서 (4지구 상가가) 다시 지어진들 들어갈 수 있겠나"라며 "먹고 살아야 하는데, 서문시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임시 상가에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도 손해인데, 아침에 (가게에) 안 나오면 병나겠다 싶어서 나온다"며 "지나가는 사람도 없어 장사도 안되지만, 어버이날 앞두고 천 원짜리든 이천원짜리든 단체주문이 들어올까 싶어 나와 있다"고 말했다.

서문시장 4지구 가림막 주변 노점 [촬영 윤관식]

이렇듯 서문시장 상인들의 고충이 날로 커지고 있지만, 서문시장 4지구 시장정비조합은 9년째 시공사 선정조차 못 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해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지난 15일 조합 정기총회에서 시공자 선정 무효안이 가결되며 다시금 재건축 사업은 표류하게 됐다.

조합 측은 "이른 시일 내에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문시장 4지구는 2016년 11월 30일 새벽 큰불이 발생해 점포 679곳이 모두 탔으나,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으며 9년째 방치돼 있다.

ps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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