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어떻게 Z세대를 사로잡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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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속 사각의 링에 네모난 닭을 탄 네모난 초록색 아기 좀비가 등장하자 관객들이 크게 따라 외치며 팝콘을 공중에 뿌린다.
좀비를 흉내 내 옆자리 친구 어깨에 올라타거나 살아있는 닭을 가져와 날개를 퍼덕이게 하는 관객도 있다.
1975년 관객들이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기괴하게 차려입고 극장에 와서 영화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등 컬트적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록키 호러 픽쳐쇼'에 비견되며 '틱톡 세대의 록키 호러 픽쳐쇼'로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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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조키~~~!!!”
스크린 속 사각의 링에 네모난 닭을 탄 네모난 초록색 아기 좀비가 등장하자 관객들이 크게 따라 외치며 팝콘을 공중에 뿌린다. 좀비를 흉내 내 옆자리 친구 어깨에 올라타거나 살아있는 닭을 가져와 날개를 퍼덕이게 하는 관객도 있다. 지난 4일 북미에서 개봉한 ‘마인크래프트 무비’의 한 상영관에서 벌어진 이 소동의 동영상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다른 극장, 다른 나라까지 전염시켰다. 극장에서 자제를 요청하는 사전 방송이 나오고, 경찰이 출동하는가 하면, 청소년 관객 입장을 아예 금지한 극장도 있다.
개봉 전 ‘망작’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던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원작 게임 속 티엔티(TNT) 블록 100만개를 터뜨리는 화력으로 극장가를 ‘초토화’시키며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개봉 14일 만에 북미 3억3000만달러, 전세계 7억2000만달러 매출(박스오피스 모조)을 올리며 게임 원작 영화 최고 흥행 기록도 썼다. 국내에는 오는 26일 상륙한다.
막상 영화를 까보니 망작이라는 소문을 잠재울 걸작이 나왔다, 는 전개는 물론 아니다. 오브와 크리스털이라는 신비의 물질이 다른 세계 ‘오버월드’로 안내하고, 이 물질을 뺏으려는 암흑세계 네더의 악당에 맞서 주인공들이 싸운다는 뻔한 이야기다. 특히 후반부 전투 장면은 클라이맥스라고 하기에는 유치하고 조잡해서 영화적 완성도를 기대한다면 실망할 법하다.

하지만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애초 일반적인 관객을 위한 영화가 아니다. 집에 오면 컴퓨터를 켜 곡괭이질(게임)을 시작하고, 쉬는 시간에는 틱톡을 보는 세대를 겨냥해 영화 전체가 밈 덩어리 또는 쇼츠의 연속처럼 설계돼 있다. 게임에서 1% 미만의 확률로 등장하는 몹(캐릭터)인 ‘치킨 조키’ 장면이 대표적. 이 밖에도 게임 대표 캐릭터 스티브(잭 블랙)가 자신을 소개할 때 마치 구호를 외치듯 “아임 스티~~~~브!!!” 소리 지르거나, 불을 지필 때 쓰는 아이템 “플린트 앤드 스틸!”(부싯돌과 부시)을 말하는 영화 속 주요 순간들이 각각의 쇼츠처럼 관객을 열광시킨다. 또 다양한 게임 아이템을 비롯해 틱톡에서 검열을 피하기 위해 ‘죽음’(death, killed)이라는 말 대신 쓰는 ‘언얼라이브’(unalive), 10대 인기 유튜버 패러디 등 ‘그들만의 언어’가 빼곡하다. 1975년 관객들이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기괴하게 차려입고 극장에 와서 영화와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등 컬트적 신드롬을 일으킨 영화 ‘록키 호러 픽쳐쇼’에 비견되며 ‘틱톡 세대의 록키 호러 픽쳐쇼’로 불리는 이유다.

네모 블록과 비슷한 몸매의 잭 블랙과 그 옛날 게임 챔피언 역의 제이슨 모모아 캐스팅은 신의 한수다. 이상한 표정으로 소리를 질러도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고, 뜬금없이 해괴한 노래를 불러도 웃음을 주는 잭 블랙 없는 이 영화는 상상하기 힘들다. 거친 표정과 근육질 몸매, 한물간 록스타 스타일의 핑크 재킷, 귀엽게 내린 앞머리, 악당들과 치열하게 맞붙지만 발차기는 무릎 높이를 넘기지 못하는 개릿 역의 제이슨 모모아도 제대로 연기 변신을 했다. 자레드 헤스 감독의 실없고 헐렁한 비(B)급 유머와 촌스럽지만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영화 전반에 잘 배어있다. 원작 게임 팬이 아니라도 헤스 감독의 전작 ‘나폴레옹 다이너마이트’나 잭 블랙과 함께했던 ‘나쵸 리브레’를 좋아했다면, ‘지는 것 같지만 빠져드는’ 즐거움을 누릴 게 틀림없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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