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엔비디아 급락, ELS 투자 새로운 기회일까?

정남구 기자 2025. 4. 21.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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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쓸모있는 경제 정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11일(현지시각) 백악관에 정차된 테슬라 차량에 앉은 채 언론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주가연계증권(ELS)은 기초자산인 주식이나 주가지수의 가격변동에 연동해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대개 연 5~25%의 수익률을 확정시켜놓고, 주가(또는 주가지수)가 예상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만기 때 약정된 수익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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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맡긴 원금은 손대지 않고 이자 수익만 옵션 등에 투자해 추가 수익을 노리는 원금보장형과 부분보장형, 원금비보장형까지 설계가 다양한데, 제시되는 수익률이 높을 수록 원금 보장 비율이 낮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에게는 주가연계증권과 관련해 아픈 역사가 몇번 있었다. 지난해 만기가 돌아온 홍콩에이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우량주로 구성된 홍콩H지수는 중국의 경기둔화 속에 2021년 2월 1만2천대에서 2023년 말 6천을 밑도는 수준까지 떨어졌다. 지수가 반토막 나면서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연계증권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2023년 11월 금감원이 조사해보니, 19조3천억원어치가 판매돼 있었다. 개인투자자가 산 것이 17조7천억원으로 대부분이었고, 그중에서 65살 이상 고령투자자의 투자액이 5.4조원(30.5%)에 달했다. 기초자산 가격이 큰폭으로 떨어지면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판 사례가 많았다. 이에 금융감독원이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서 판매 은행의 배상비율을 30~65%로 하는 조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자 은행들은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의 판매를 중단했다. 엔에이치(NH)농협은행이 2023년10월4일 가장 먼저 판매를 중단했고, 이어 하나은행, 케이비(KB)국민은행, 신한은행이 2024년1월 말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오는 9월에나 판매가 재개될 예정이다.

그런데 돌이켜 보면, 당시가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을 새로 사기에 오히려 적기였다. 홍콩H지수는 2024년1월22일 5001.95를 바닥으로 반등했다. 17일 종가는 7897.44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일으키면서 미국 뉴욕증시에서 그동안 주가 상승을 이끌어온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 종목을 중심으로 기술주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테슬라는 지난해 말 403.84달러에서 17일 241.37달러로 40%나 떨어졌다. 이로 인해 과거 주가가 비쌀 때 발행한 일부 주가연계증권이 손실가능(knock-in·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134.29달러에서 101.49달러로 24.4% 떨어졌는데,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도 일부가 손실가능 구간에 진입했다.

주가 하락은 비쌀 때 산 투자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새로운 투자 기회를 열어주기도 한다. 최근 주가가 급락한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 발행이 매우 활발하다. 한국증권예탁원 증권정보포털(SEIBRO) 집계를 보면, 3월18일부터 4월17일까지 한달 동안 테슬라를 기초자산으로 한 것이 126개(2562억원),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한 것이 66개(1352억원) 발행됐다. 한달간 발행된 주가연계증권의 기초자산을 보면,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가 405개, 유로스톡스50이 407개, 코스피200지수가 397개, 닛케이225지수가 198개로 1∼4위에 올라있고, 테슬라가 5위, 엔비디아가 6위다.

테슬라와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최근 발행한 주가연계증권은 주가가 발행 때에 견줘 6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손실이 나지 않게 설계한 것이 많다. 6개월마다 조기 상환하는 조건을 단 사례가 많고, 연 수익률은 13∼20%로 설계돼 있다.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의 수익률 4∼9%에 견줘 매우 높다.

올들어 40% 떨어진 테슬라 주가가 지금보다 60% 하락하면 96.55달러가 되어 연초대비 76% 하락하게 된다.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다만 ‘절대 그럴 리 없다’고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게 주식시장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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