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1조원 받는 검찰은 누구에게 충성 바쳐왔나 [視리즈]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 5편
국민적 개혁론 앞에 선 검찰 上
2023년 檢 예산 1조1767억원
이중 검찰활동비는 3491억원
약자 보호 위한 사업들이 중점
혈세 쓰고 정작 권력자만 비호
# 한해 예산만 1조원 이상. 그런데도 권력자를 위한 조직이란 '낙인'이 찍혀 있는 정부 조직. 검찰이다. 이 때문인지 검찰 개혁론은 새 정부가 들어설 때면 어김없이 등장했다.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이들도 대부분 '검찰 개혁'을 부르짖었다.
# 하지만 대통령직職에만 오르면 말도 행동도 달라졌다. 검찰을 개혁 대상이 아닌 '충견忠犬'처럼 옆에 뒀다. 검찰의 날카로운 칼은 그렇게 부활했고, 펄펄 끓던 개혁론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 역설적이지만 검찰 개혁론이 요즘처럼 달아오른 적은 없다. 검찰이 한가족이었던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드러내놓고' 비호한 사례가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이 국민 혈세로 운영하는 검찰을 국민에게 돌려놓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視리즈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 다섯번째 편에서 검찰 개혁론의 명분과 당위성을 짚어봤다. 첫번째 이야기다.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맡고 있던 2020년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자리에서 했던 말이다. 당시 윤석열 총장과 그의 부인 김건희씨가 개입된 사건들이 다수 불거지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현직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를 하지 말라고 한 건데,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은 상하관계가 아니니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며 발끈했다. 이때 나온 말이 그 유명한 '부하론'이다.
직제상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ㆍ감독 아래에 있다는 건 반박이 불가능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윤 전 대통령의 발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거기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의 발언엔 '개별 검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존중해줌으로써 수사가 외압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검찰이 법무부의 하급기관임을 인정하면 중립적인 수사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것이어서 설득력을 얻었다는 거다.
■검찰 예산사업의 함의 =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게 있다. 검찰 수사에서 외압을 행사하려는 자는 십중팔구 '권력을 가진 자'란 점이다. '돈 없고 배경 없는' 이들이 외압을 넣을 수도 없거니와 1인 시위 같은 저항적 행동이 통할 리도 없다.
따라서 '외압에 굴하지 않고 수사를 한다'는 건 권력자의 편이 아닌 일반 국민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더구나 검찰은 스스로 약자를 위한 조직임을 자처한다.
이게 무슨 말일까. 검찰의 예산사업을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참고: 예산사업은 정책개발을 통해 선정하고, 정부 재정(세금)을 편성해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따라서 해당 조직의 적극적인 활동이라 볼 수 있다.]
검찰청의 한해 예산은 1조원이 좀 넘는 수준이다. 2023년 지출액(가장 최근의 결산 자료) 기준으로 검찰청 총 예산은 1조1767억1400만원이었다. 이 가운데 검찰청 운영 인건비 7814억8500만원, 검찰국 기본경비가 8억3000만원, 검찰청 운영 기본경비가 453억2400만원, 검찰활동비가 3490억7500만원을 차지했다. 여기서 인건비와 기본경비를 뺀 검찰활동비는 실질적인 검찰의 예산사업에 사용하는 돈이다.
검찰엔 총 17개(당시 기준ㆍ이후 18개로 변동)의 예산사업이 있는데, 규모별로 나열해보면 형사부 등 수사 지원(852억2300만원), 검찰청 시설 운영(809억7500만원), 형사보상(568억5100만원), 검찰업무 정보화(308억1100만원), 인권보호 등 검찰업무 지원(256억4500만원), 국민생활 침해 범죄 수사(124억7400만원), 첨단 범죄ㆍ디지털 수사(96억600만원), 과학수사 인프라 구축(87억9700만원) 순이다.
그 뒤로는 검찰 국외훈련ㆍ국제행사 협력 지원(75억8200만원), 형 집행ㆍ범죄수익 환수(73억7900만원), 사회 공정성 저해 사범 수사(62억6300만원), 마약수사(48억3900만원),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42억4400만원), 공공수사(31억600만원), 공판 활동 지원(25억5100만원), 국제 형사 협력 지원(24억9200만원), 형사법 정비(2억3700만원) 등이 있다.
■ 검찰활동비와 존재 이유 = 이 가운데 검찰청의 시설과 장비를 유지ㆍ관리하는 활동인 '검찰청 시설 운영'이나 검찰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업무 효율성과 대국민 서비스를 개선하려는 '검찰 업무 정보화' 등은 검사의 업무라기보단 일반적인 행정 업무다.
구속됐던 피의자 혹은 피고인이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거나 검사로부터 불기소처분을 받아 그들에게 형사보상금을 지급하는 '형사보상' 역시 일반행정 업무에 가깝다. '과학수사 인프라 구축'도 마찬가지다.
[※참고: 대부분의 검찰활동비가 검사들의 역할과는 다소 무관해 보이는 사업에 쓰이는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 2023년 국가공무원 인사통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인원은 총 1만880명이었고, 이 가운데 검사(특정직 공무원)는 2023명이 전부다. 행정 관련 예산이 수사 예산보다 많은 건 당연하다.]
이런 행정 업무들을 제외한 다음, 검사의 역할로 보이는 검찰활동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형사부 등 수사 지원' 활동의 비중이 높은데, 이는 일반 형사사건이나 고소ㆍ고발사건의 수사를 지원하는 활동이다.
이를 제외하면 특별한 단어들이 눈에 들어온다. '인권보호 등 검찰업무 지원' '국민생활 침해 범죄 수사' '사회 공정성 저해 사범 수사'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 '공공수사' 등 5개 검찰활동이다.
이들 활동의 취지는 무엇일까. 검찰의 설명대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인권보호 등 검찰업무 지원'은 인권감독이나 양성평등, 감찰 등의 강화를 통해 인권보호를 확대하고 검찰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활동이다. 인권업무 계획을 수립한다든지 관련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연구활동 등이 포함돼 있다.
'국민생활 침해 범죄 수사'는 금융ㆍ증권범죄, 가상자산범죄, 강력범죄, 보이스피싱범죄 등 국민생활을 어지럽히는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이다. '사회 공정성 저해 사범 수사'는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안전사고 예방, 사회 전반의 고질적 병폐나 비리 척결, 민관유착비리 범죄를 수사하는 활동을 말한다. 여기엔 공정거래를 해치는 독과점 남용이나 담합 등 경제범죄의 수사, 공공인프라 관리 부실이나 공공기관 비리 수사, 기업의 불법 영리활동 수사 등이 포함돼 있다.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 수사'는 성범죄ㆍ아동학대ㆍ가정폭력 사범 수사나 학교폭력 수사가 주요 활동이다. '공공수사'를 통해서는 국가안보와 선거, 노동, 중대재해 범죄 등을 수사한다. 임금체불 등 노동 사범 단속도 활동의 일부다.
■ 사회적 약자 위한 길 = 그런데 이들 검찰활동에는 공통점이 있다. 각 활동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역할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사실 검찰의 인권보호 활동은 힘없는 일반 국민을 강압 수사했던 검찰이 전철前轍을 밟지 않도록 스스로 다짐하는 활동이나 다름없다.
금융범죄나 보이스피싱범죄는 부유층보다 사회적 취약계층이 주로 피해를 입는 범죄로 널리 알려져 있다. 금융감독원이 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보이스피싱 주의 안내를 하는 것도 그래서다.
독과점이나 담합을 막는 건 이들과 대척점에 있는 비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고,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범죄를 수사하는 것은 사회의 최약체인 아이들을 보호하는 거다. 임금체불과 중대재해 수사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활동이다.
이런 검찰활동의 비중이 작은 것도 아니다. 지출액 기준으로 볼 때 5개의 검찰활동은 전체 검찰활동의 14.8%를 차지한다. 여기서 일반 행정업무에 속하는 검찰활동들을 제외하면, 5개의 검찰활동의 지출액 비중이 32.6%로 커진다. 검찰의 주요 활동이 사실상 약자 보호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툭하면 권력자를 비호하거나 옹호하기 일쑤다. 특히 한가족이었던 윤 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엔 '윤석열'만을 위한 조치를 취한 사례가 숱하다. 검찰 조직이 국민의 혈세로 운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개혁 대상에 오른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과연 검찰이 이래도 괜찮은 걸까. '권력자의 하수인과 개혁론 6편: 검찰 中'에서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다뤄보자.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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