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2등’ 추호도 생각 없어… 이기려고 나왔다”[2025 대선주자 릴레이 인터뷰]
盧·文도 국민경선제 통해 당선
이번 경선룰, 민주당 전통 파괴
李, 수백조 공약에 감세언급 모순
60조 세수펑크… 증세도 말해야
李 ‘기본소득’ 사회해악 포퓰리즘
말 바꾸기, 나쁜 정책보다 더 나빠
지금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합’
난 계파 없고 경제위기 해결 경험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경선에 출마한 김동연 후보는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어대명(어차피 대선 후보는 이재명)’ 경선이라고 하지만 ‘착한 2등 전략’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기려고 나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재명 캠프’ 인사들이 이재명 후보의 경선 득표율을 ‘최소 80% 이상’으로 잡은 데 대해 “다양한 후보를 포용할 수 있는 룰을 가지고 경선했다면 달랐을 것”이라며 “세상의 어떤 정당도 특정 인물에게 그 정도(압도적인) 지지율이 가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다며 “이 후보가 ‘인공지능(AI) 100조 원 투자’ 등을 공약하면서도 감세를 이야기하는 것은 모순이고 포퓰리즘”이라고 밝혔다.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으로 민주당 내 어떤 계파에도 속해 있지 않는 그는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합”이라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호소했다. 김 후보 인터뷰는 지난 18일 진행했고 이후 서면으로 보충했다.
― 지난 19~20일 충청·영남권 경선에서 이 후보가 90% 압승을 거뒀다. 이재명 ‘일극체제’인 민주당의 모습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단정하기 이르다. 충청·영남권 당원분들이 주신 결과는 약이 될 것이다. 남은 경선에 꿋꿋하게 임해 반전시키겠다. 당의 핵심 기반인 호남, 가장 인구가 많은 수도권에서 당심을 얻도록 노력하고, 국민여론조사에서 민심을 얻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이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이다 보니 ‘착한 2등 전략’으로 출마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려고 나오지 않았다. 이제 순회경선이 두 차례 끝났을 뿐이다. 권리당원 투표로 보면 전체 선거인단의 10% 정도 소화했을 뿐이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끝까지 이기는 걸 목표로 하겠다. 경제, 글로벌, 통합을 가장 잘할 수 있는 대통령 후보로서 당심과 민심을 얻어내겠다.”
― 민주당 대선 경선 룰이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결정됐다는 비판이 일찍부터 나왔다.
“민주당의 전통과 자랑을 무너뜨린 경선 룰이다. 민주당은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국민경선제를 오랫동안 유지해왔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모두 그 경선 룰로 당선됐고 이 후보도 지난 대선 당시 그 룰에 의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됐다.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다만 이 문제로 경선을 포기하는 것은 압도적인 정권교체라고 하는 큰 대의명분에 맞지 않다고 생각해 당당히 응하기로 했다.”
― 경선 전부터 ‘이재명 캠프’의 한 인사는 이 후보의 득표율이 ‘최소 80%는 넘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람직한 말이 아니다. 세상 어떤 정당이 그 정도 지지율을 특정 후보나 인물에게 가도록 하나. 다양한 후보를 포용할 수 있는 룰을 가지고 경선을 진행했더라면 달랐을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당내) 상대 후보가 나름대로 몫을 해내도록 배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상대의 목표를 깨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
― ‘증세론’을 주장한다. 표 안 되는 공약이다.
“나라 경제 생각하는 데 표가 되고 안 되고가 1번 결정요인이 돼선 안 된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감세 경쟁을 하고 있다. 감세로는 무너지는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힘들다. 이 후보의 경우 AI 공약이나 ‘에너지 고속도로’ 공약 모두 수백조 원 규모인데, 감세 기조로 어떻게 재원을 만들 수 있겠는가. 자가당착이고 모순일 수밖에 없다. 감세가 필요한 부분은 핀셋으로 집어서 해야겠지만, 지난해 60조 원 가까이 세수 펑크가 난 상태에서 감세로 국가 재정 기반을 흔드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를 생각하지 않는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앞에서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담대하게 증세 이야기도 해야 한다.”
― 이 후보의 ‘기본소득’ 정책을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다만 선거 국면에 접어들자 이 후보 싱크탱크에서는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말 바꾸기라는 비판이 있는데.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 번째는 포퓰리즘이다. 기본소득은 무차별적이고 정기적이고 현금성이라는 점에서 문제다. 지금 단계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다. 두 번째 더 큰 문제는 이와 같은 큰 공약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것이다. 경제부총리까지 정책을 35년 해왔다. 가장 안 좋은 정책 결정자는 신뢰를 주지 못하고 말을 바꾸고 예측 가능하지 않는 정책을 펴는 사람이다. 일관성 없는 정책은 나쁜 정책보다 더 나쁘다. 더 나아가 우리 국민과 청년, 학생들이 ‘저렇게 하면 잘되는구나’ 하고 배운다.”
― 22대 국회에서 이 후보가 이끈 민주당이 보여준 입법 폭주에 대해 많은 국민은 불안감을 지니고 있다. 이 후보의 지지율이 아직 40%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중도층의 이런 불안감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있다.
“그래서 ‘김동연’을 말하는 것 아닌가. 저는 기득권 개혁을 주창하고 있다. 대통령실, 검찰, 기획재정부 같은 권력기관에서부터 민주당도 겸허히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먼저 스스로 내려놓지 않으면 거대정당에 대한 불안감을 불식시킬 수 없다. 국민의 불안감 속에는 경제에 대한 걱정이 클 것이다. 지금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국정운영을 해 본 후보는 저뿐이다.”
― 이재명·김경수가 아닌 김동연이어야 하는 이유가 더 있다면.
“대통령은 시대정신에 부응해야 한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합’이다. 어느 후보보다 시대정신을 잘 구현할 수 있는 후보라고 자신한다. 대선 출마선언 직후 미국 완성차 3대 회사(GM, 포드, 스텔란티스) 소재지인 미시간주를 방문해 주지사와 한·미 자동차산업을 위한 4가지 합의를 성사해내고 귀국했다. 그 이전에도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7년 탄핵시국에서 경제 위기를 해결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탄핵 사태를 2차례나 겪으면서 갈라진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매우 시급하다. 나는 소년 시절을 판잣집과 천막에서 보낸 ‘흙수저’ 출신이다. 각계각층의 현실에 대한 공감능력이 있다.”
― ‘경제대통령’을 내세우고 있다. 경제 공약은?
“신속하고 과감한 ‘5대 빅딜’을 성사시켜 대전환을 이루겠다. 우선 불평등 극복을 위한 ‘기회경제’ 빅딜이다. 대기업, 노동자, 정부의 3각 빅딜을 말한다. 대기업은 미래전략산업과 청년일자리에 투자하고, 노동자는 노동유연화와 정년연장을 받아들이고, 정부는 규제혁신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다. ‘세금-재정’ 빅딜도 중요하다. 향후 5년간 국가채무비율이 5%포인트 올라가는 것을 감내하자고 호소한다. 5%포인트 올리면 국채 발행으로 총 200조 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면 증세도 해야 한다. 서울공화국을 해체할 ‘지역균형’ 빅딜도 필요하다. 일본 도요타시 같은 10개 대기업 도시와 10개 서울대 만들기로 지역 자생력을 키우겠다.”
― 김동연·김경수 후보가 워낙 불리하다 보니, 두 후보가 단일화해 이 후보와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전 정치한 지 3년 반밖에 안 된 초짜다. 구(舊)정치 안 하고 새로운 정치하고 싶다. 끼니 걱정하던 판잣집 소년이 지금 여기까지 왔다. 그런 마음으로 정치하고 있는데, 정치공학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정치공학적으로 함께 뭉쳤다가 이합집산하는 그런 모습을 국민께 보여주고 싶지 않다.”
윤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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