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쩐의 전쟁’에서 한국은 살아남을 준비가 되었는가[최재붕의 AI 생존코드]

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 2025. 4. 21. 11:0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GPU 수십만 장, 수조원 쏟아붓는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 본격화
반도체·제조 강국 한국, 글로벌 협력 전선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

(시사저널=최재붕 성균관대 부총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전 세계 주식시장이 얼어붙었지만 거대 자본의 AI에 대한 사랑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4월15일 기준 10대 AI 기업(애플·MS·엔비디아·구글·아마존·메타·브로드컴·테슬라·TSMC·텐센트)의 시가총액 합계는 여전히 2경4000조원에 달한다. 비록 올해 초 3경원을 넘었을 때와 비교하면 거품이 많이 빠졌지만 여전히 작년 2분기 말에 비해서는 높은 금액이다. 거액의 투자 자본을 품은 이 기업들은 그동안 AI에 아낌없이 투자해 왔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며 전쟁 같은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오픈AI-o1 모델보다 더 나은 성적을 거두며 국제사회에 충격을 줬던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등장한 지 불과 한 달도 안 돼 미국 xAI에서는 grok3를 발표했다. 역시 일론 머스크다. 일론 머스크는 2월17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AI를 소개한다'며 grok3를 내놓았는데 실제로 딥시크보다 월등한 테스트 성적을 과시하며 세계 최고의 모델로 인정받았다. xAI는 grok3 개발을 위해 무려 10만 장의 GPU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대략 GPU 한 장에 5000만원 정도니 우리 돈 10조원을 시스템 구축에 퍼부은 것이다. 실제로 xAI 외에 구글, 메타, 아마존, 애플 등이 비슷한 수의 GPU를 보유하고 있거나 구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GPU 보유량은 4000장에 불과하다. 3월이 되자 이번에는 중국 스타트업 모니카가 마누스(manus)라는 괴물 AI를 내놓아 또 한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구글도 4월9일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5 행사'에서 제미나이 플래시 2.5를 발표하면서 B2B 비즈니스 강화에 나섰고 오픈AI도 4월15일 이후 신제품을 줄줄이 출시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마치 30년 전 인터넷 브라우저와 검색 서비스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해 피 터지는 전투를 벌이다 대부분 사라져 갔던 시대를 연상케 한다.

ⓒchatGPT 생성 이미지

AI를 향한 거대 자본의 집착 두드러져

이미지나 영상을 만드는 LMM(Large Multi-modal Model) 분야도 치열하다. 올해 가장 시장을 뜨겁게 달군 건 3월25일 등장해 지브리 캐릭터로 세상을 뒤덮은 오픈AI-4o image generator다. 이 업데이트는 그동안 실무에서 쓰기 어렵다는 단점들을 대거 해소했을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지브리 신드롬(개인 사진을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전환해 주는 서비스)을 일으키며 AI에 대한 관심을 높였고 동시에 오픈AI 유료가입자를 폭증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2023년 혜성처럼 등장해 세상을 놀라게 했던 미드저니(mid-journey)도 V6.1까지 야금야금 업데이트를 하더니 1년의 긴 기다림 끝에 4월4일 드디어 V.7을 출시했다. 물론 실무자가 열광할 만한 놀라운 기능들이 추가되었다. 이미지 편집계의 제왕인 어도비도 포토샵에 AI 기능을 대폭 추가했고 MS도 코파일럿으로 AI 무장을 더욱더 단단히 했다.

Physical AI 분야의 발전 속도도 매섭다. 테슬라는 옵티머스 Gen3 데모버전을 내놓고 테슬라 공장에 투입했으며 이제 가사도우미 학습에 매진 중이라고 밝혔다. 휴머노이드 업계 절대 강자인 피규어도 Figure02 로봇에 학습과 협업이 가능한 헬릭스(Helix) 시스템을 탑재해 협업 데모를 선보였다. 가장 놀라운 것은 두 회사 모두 올해 안에 연산 1만~1만2000대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착공하겠다고 밝힌 점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품은 현대자동차도 분주하다. 올뉴아틀라스(All New Atlas) 로봇으로 다양한 동작들을 선보이고 있고 올해는 공장 업무에 시범 적용한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에 건설한 메타팩토리에는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 대거 투입되었고 인력은 울산공장의 3분의 1로 줄였다. 중국 스타트업 유니트리의 기술 개발 속도도 무섭다. 텀블링과 쿵푸 동작을 연신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 중이다. 사실 무서운 건 1만6000달러라고 밝힌 가격이다. 이 정도라면 정말 많은 기업이 사볼 만한 가격대다. 자율주행차 경쟁이야 말해 무엇할까. 그야말로 엄청난 기술 혁신이 쏟아지는 중이다.

AI 공급망의 키플레이어 한국이 가진 카드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과연 AI 혁명 시대에 생존할 경쟁력이 있을까? 기반 기술은 이미 미·중 양강 대결로 압축되었다. 그런데 우리는 특이하게 2-nd tier 국가 중 유일하게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생성형 AI에 투자하고 인력을 양성한 지도 20년이 넘었다. 거기다 AI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 반도체 제조 생태계는 대만과 함께 전 세계 시장을 아우르는 양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자체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원하고 있지만 적어도 10년 안에는 요원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거기다 우리는 자동차, 스마트폰, 가전, 반도체, 조선, 방위산업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제조업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AI 기반 기술 다툼이 치열하지만 결국 비즈니스는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제조업과의 연계가 필연적이다. 

국가 고유의 플랫폼, 반도체 제조 생태계 그리고 탄탄한 제조업을 모두 보유한 국가는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뿐이다. 물론 여러 면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현재의 미·중 패권 대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산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을 기업이나 가정에 들여놓을 리는 만무하다. 다양한 가전제품도 마찬가지다. 언제 스파이가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AI 최강국 미국 입장에서는 제조 분야 협업을 하려면 한국이 제일 합리적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미국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 후 샘 올트먼과 손마사요시 회장이 한국을 찾은 것도 우리 생태계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메타가 최근 AI 반도체 설계 기업인 퓨리오사AI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한 것도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AI 문명 대전환을 잘 살펴보면 결코 우리에게 불리한 형국만은 아니다. 더구나 지난 30년간 그 고달픈 'IMF'를 뚫고 기적 같은 성장을 만들어낸 저력도 증명한 바 있다. 정치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암담하다. 그럼에도 희망을 품는 건 묵묵히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킨 대한민국 보통사람들이 언제나 든든하게 버텨주고 있기 때문이다. AI 혁명 시대도 결국 국민이 열어가야 한다. 국민 개개인이 각자도생을 모색하되 공부하는 마음만은 대동단결하는 결기가 필요한 때다. 정치 선동에 부화뇌동할 때가 아니라 AI 시대를 진짜 준비하고 공부할 때다. 하루 30분, 운동하듯이.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