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심 깊어지는 범LG家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 향후 거취는?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또 다른 소설이 나왔다. 인수 후보자의 불안함이 읽힌다. 클로징 날짜가 임박해 오는데 돈도 없고 되는 게 없으니 애쓴다. 매각하라고 협박을 하더니 이제는 허위 기사도 조급해 보인다."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은 4월1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한 언론 기사를 공유하며 이처럼 밝혔다. 구지은 전 부회장이 경영 참여를 전제로 자신의 아워홈 보유 지분을 한화호텔앤드리조트에 매각할 의향을 전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SNS를 통한 그의 발언은 아워홈 매각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돈이면 다가 아닌 것을 보여주겠다. 지켜보라"며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과거 아워홈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돼
고(故) 구자학 아워홈 창업주의 삼녀이자 범LG가(家) 일원인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워홈 경영권을 놓고 햇수로 10년째 분쟁을 벌이고 있다. 그는 현재 경영권을 잃은 상태지만 한때 아워홈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되기도 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에서 인사관리학 석사 과정을 수료한 구지은 전 부회장은 삼성인력개발원에 입사하며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가 아워홈에 합류한 시점은 2004년 외식사업부 총괄상무로 입사하면서다.
구지은 전 부회장의 경영수업은 재계에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보수적인 가풍의 LG가는 여성의 경영 참여를 금기시해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LG가의 딸과 며느리 대부분은 가정주부로 내조에 주력해 왔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LG가에서 처음으로 경영에 참여한 여성인 셈이다.
구지은 전 부회장의 경영수업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경영 능력을 인정받으며 2011년 전무에 이어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재계에서는 구지은 전 부회장을 아워홈 후계자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구자학 창업주의 네 자녀 중 경영수업을 받는 건 그가 유일했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의 단초는 2016년 생겨났다.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구자학 창업주의 장남인 구본성 전 부회장에게 아워홈 경영권이 넘어가면서다. 그 직후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워홈 보직에서 해임됐다. 대신 캘리스코 대표이사직이 주어졌다. 캘리스코는 2009년 아워홈 외식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된 아워홈 자회사다.
이후 구본성·구지은 남매는 크고 작은 분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구지은 전 부회장은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의 아워홈 지분율이 20.67%로, 구본성 전 부회장(38.56%)의 절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상황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운전 혐의로 입건돼 2021년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달라졌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구자학 창업주의 장녀 구미현씨(19.28%), 차녀 구명진씨(19.6%)와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한다는 취지의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과 공동매각합의(주주 간 계약)를 맺었다. 이로써 '세 자매 연합'이 59.55%의 합산 의결권을 확보하면서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워홈 경영권을 되찾게 됐다. 그러나 이후에도 '남매의 난'은 계속됐다.
분쟁은 지난해 4월 구본성 전 부회장 측이 아워홈 이사회를 장악하면서 일단락됐다. 아워홈 지분 매각을 원하는 구미현씨가 자매 연합을 떠나 구본성 전 부회장의 손을 잡은 게 결정적이었다. '남매 연합'은 보유 중인 아워홈 지분 58.62%를 지난 2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8695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출자일은 4월29일로 최종 인수를 앞둔 상황이다.
그러나 아워홈 지분 40.27%를 소유한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씨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분 매각 제안에 응하지 않았다. 이들 자매는 여전히 아워홈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3월27일 열린 아워홈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SPA 체결 과정에서 이사회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문제 삼기도 했다.
현재로선 구지은 전 부회장이 사용할 카드는 사실상 우선매수권이 유일한 상황이다. 아워홈 정관에는 기존 주주가 주식을 양도할 경우 주주 명부상 다른 주주에게 우선적으로 주식을 양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제시한 매수가를 감당할 수 있다면 구미현·구본성 남매가 보유한 아워홈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선매수권 행사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87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기사 확보에 실패해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아워홈 매각 절차가 그대로 진행될 경우 구지은 전 부회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야 하는 처지가 된다.
캘리스코가 재기 발판 될까
일각에서는 구지은 전 부회장이 캘리스코를 발판 삼아 재기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아워홈 경영권 분쟁에서 밀려난 이후 캘리스코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 역시 쉽지 않으리란 견해가 많다. 지난해 캘리스코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12억7700만원과 11억3988만원에 불과한 데다, 구지은 전 부회장의 지분율도 23% 수준이기 때문이다. 캘리스코의 최대주주는 지분 50%를 보유한 벤처캐피털(VC) 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다.
여기에 캘리스코는 타코 전문점인 타코벨의 국내 독점 운영권도 잃게 된 상황이다. KFC코리아가 최근 글로벌 외식기업 얌 브랜드(Yum! Brands)와 국내 타코벨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또 얌 브랜드가 국내 사업 운영에 대한 우선권을 KFC코리아에 부여하면서 계약 연장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향후 타코벨 계약 연장이 무산될 경우 캘리스코는 매출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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