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은행 달려가 영끌?…'내 집 마련' 선택이 달라진다

김도엽 기자, 권화순 기자 2025. 4. 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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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지분형 모기지가 온다(下)
[편집자주] 정부가 '내집 마련'의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려고 한다. 대출을 받는 대신 공공이 지분투자를 해 주택구입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1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을 이대로 놔둘 수 없어서다. 지분투자만큼 주택 구입비용이 대폭 줄어 무주택자의 주거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과거에 유사한 정책은 대부분 실패했다. 이번엔 성공할수 있을까. 의미와 과제를 짚어본다.
해외서도 인기끄는 지분형 주택…김병환이 언급한 영국 '헬프투바이'
영국 Help to buy 제도 주택 구매 예시/그래픽=윤선정

해외에서도 지분형 모기지와 유사한 정책들이 집값 부담을 덜 수 있는 제도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영국의 '헬프 투 바이' 제도는 집값의 5%만 갖고서 새 주택을 살 수 있게 하면서 시장의 호응을 이끌었다. 한때 주택가격을 상승시켰다는 비판을 받으며 중단됐으나, 금리와 주택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헬프 투 바이를 재개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3년까지 영국에서 헬프 투 바이(Help to buy)를 이용해 구매된 부동산은 약 38만7000개로 집계됐다.

헬프 투 바이 제도는 2013년 보수당 출신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이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감당하기 어려운 주택 구매 희망자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했다. 일정 가구 소득 이하의 구매자가 60만 파운드(약 11억3000만원) 미만의 신축 주택을 구입할 때 정부가 지분 투자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구매자는 주택 가격의 최소 5%의 계약금을 납부하면 정부는 주택 가격의 40%(런던 외 지역은 20%)에 해당하는 지분을 투자한다. 정부 투자금에 대한 '임대료'는 5년간 무이자로 지원된다. 나머지 55%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로 충당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 50만 파운드(약 9억4400만원) 가량의 주택을 구매하는 데 자기자본이 2만5000파운드(약 4700만원)만 있으면 된다는 의미다. 이 경우 정부의 지분 투자금은 20만 파운드(약 3억7800만원)이며, 은행 대출은 27만5000파운드(약 5억1900만원)인 셈이다.

5%의 자본만으로 주택을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주로 생애 첫 주택 구매자가 헬프 투 바이를 적극 활용했다. 헬프 투 바이를 통해 구매된 약 38만7000개 부동산 가운데 약 32만8000개(85%)가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구매로 나타났다.

구매자들은 무이자 기간인 5년 내 정부의 지분을 적극적으로 매입했다. 다만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면 상승한 가격으로 계산된 지분을 매입해야 했기에 부담이 있었다.

지분형 모기지를 도입하는 국내 금융당국도 이 지점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현금 여력이 적은 구매자들이 지분을 매입할 때 부담을 덜어줘야 제도가 안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영국이 시행했던 헬프 투 바이는 무이자지만 주택가격이 오르면 지분을 가져가는 구조라 매입자 입장에서 뺏어가는 것처럼 보인다"며 "그런 부분이 수요를 끌어내는 데 제약이 있을 것 같아 구조를 바꾸려 생각 중이다"고 밝혔다.

헬프 투 바이의 정부 투자금이 5년까지는 무이자이나 이후 급격하게 금리가 올라가는 점도 구매자들에게 부담이 됐다. 6년째에는 1.75% 금리에 이후 매년 소비자물가상승률에 1%를 더한 만큼 인상분을 적용해 복리로 금리가 올라간다. 실제 2020년 영국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 안팎을 기록하면서 헬프 투 바이의 금리가 매력적이지 않게 되면서 2023년 들어 제도가 중단됐다.

하지만 이후 금리와 주택가격이 급격히 상승하면서 헬프 투 바이를 재개하라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에 지난해 리시 수낙 전 영국 총리는 헬프 투 바이를 재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처럼 집값 상승이 가파른 국가에서 지분형 모기지 방식은 현금 여력이 작은 수요자들의 대안이 되고 있다. 과도한 집값 상승을 겪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2023년부터 '드림 포 올(Dream For All)' 제도를 통해 집값의 최대 20%를 투자하고, 투자한 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받지 않는 대신 미래에 집을 팔 때 거둔 수익을 주정부와 나누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집권 호주 노동당 또한 호주판 '헬프 투 바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영국과 동일하게 5%의 계약금만 내면 정부가 최대 40%의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오죽하면 정부가.." 영끌에 양극화까지, 가계빚 악순환 끊을까
(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 지난달 서울 지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지난 1월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지분형 모기지 정책에는 정부의 많은 고민이 담겼다. 우선은 가계부채 문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부동산 신용 규모가 지난해 말 기준 2000조원에 달한다. 2014년부터 매년 100조원씩 증가해 10년 만에 2배가 됐다. 규모와 속도 면에서 더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게 정부의 진단이다.

지분형 모기지 도입 취지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3일 한국은행 컨퍼런스에서 "그동안 집을 살 수 있도록 무주택자를 도와주는 방식으로 주로 금융이 활용됐다. 이자를 깎아주는 방식의 지원인데, 과연 이 방식이 가계부채 관리하고 전체 거시 건전성 차원에서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냐에 대해 고민 해야 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버팀목대출 등 정책성 대출을 활용해 무주택자의 내집 마련 자금을 지원해 왔다. 최근엔 은행의 자체 주담대보다 정책성 대출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정책성 대출 금리가 은행 주담대보다 훨씬 낮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받지 않아서다. 집값을 안정시켜야 하는 정부가 집값을 끌어 올리는 유동성(대출) 공급 주체자가 된 딜레마 상황에 몰린 셈이다.

서울 아파트값이 가파르게(33%) 올랐던 지난 2019년~2021년 가계대출 잔액도 17% 급증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집값이 올랐던 시점에는 은행 주담대와 함께 정부 정책성 대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그 결과 은행은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낸 반면 가계는 원리금 상환부담이 더 커졌다.

송민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존 제도하에서는 이익과 손해는 모두 소비자에게 가고 금융회사는 확실한 담보를 잡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출 심사를 할 유인은 적다"며 "금융시스템 전반적으로 레버리지가 높아지고 잠재적인 리스크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대출 방식이 아닌 공공의 지분투자를 통해 가계빚을 더이상 늘리지 않는 '정책의 대전환'을 고민한 이유다. 특히 지분형 모기지는 서민의 주거안정과 일정 수준의 자산증식까지 가능하도록 설계된다. 초기 주택구입 진입 장벽을 낮춰 전세보증금 정도만 있으면 '내 집 마련'이 가능해진다. 집값 상승기에는 자산 증식의 기회도 주어진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센터장은 "그동안에는 내 집 마련 의향있는 사람이 은행만 가야했고, 고금리로만 대출을 받았어야 하는데, 소비자의 선택권이 다양해졌다는 측면에서 지분형 모기지 정책이 긍정적"이라며 "다양한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도엽 기자 usone@mt.co.kr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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